▲지난해 11월 포럼 '한반도대운하 국운융성의 길'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인사말을 마친 뒤 웃으며 연단을 내려오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씨가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던 때인 지난 2004년 말 시정개발연구원(이하 시정연)이 도시 물류 강화 방안으로 경부운하의 사업성을 검토했다가 폐기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또 당시 시정연이 서울시 물류 영역의 범위를 벗어난 국가차원의 대규모 토목사업 경부운하를 검토한 배경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시정연 도시교통부는 지난 2004년 말부터 '서울시 교통 및 물류체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방안'이라는 주제의 자체 정책과제를 수행했다. 시정연은 이 정책과제 수행 초기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검토했으나 "사실상 도로·철도 등 다른 물류운송 수단에 비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다른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부운하로 실어나를 '물동량'이 없다"
당시 이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세종연구소 등에서 작성한 경부운하 자료 등에 대해 서면 서베이를 했는데 타당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경평(서울-평양)운하' '경안(서울-안산)운하' 등도 검토했지만, 기본적으로 견적이 나오지 않아 사업 초기 단계에서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정연 자체 정책과제의 경우 대부분 공개되는데 이 사업은 대외비로 관리됐다"고 말했다.
시정연이 경부운하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운하를 통해 운송할만한 품목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물류 특성 자체가 벌크 화물을 주로 실어 나르는 느린 운송수단인 운하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경부축으로 움직이는 물동량의 품목을 검토한 결과, 대부분 소량화물이어서 운하가 건설된다고 해도 배로 실어나를 화물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이유는 하역과 선적하는 데 드는 비용. 그는 "운하를 이용할 경우 하역하고 선적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면서 "운하는 도로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턱없이 떨어졌고 철도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없었다, 굳이 배를 이용한다면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에서 해운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원유와 석유 등을 배로 실어나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우리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 당시의 결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천항과 평택항의 하역 능력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고, 입항 화물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유류이다. 거대한 유조선을 부산항에 입항한 뒤 경부운하를 운행할 수 있는 2000~3000톤급 배에 옮겨싣고 서울 등으로 운반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정연은 세종연구소 등이 발표한 경부운하 자료를 검토한 뒤에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연결해 남쪽을 한바퀴 돌고 북쪽까지 연결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어지는 환황해안 고속도로 등의 물류시스템이 경부운하보다 더 타당하다"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부운하 검토 사실은 인정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