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육이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들과의 신뢰라고 말하는 이남수씨김혜원
내 아이가 자퇴서를 내고 방황하던 당시, 나 역시 대안교육을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나에게 대안교육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공교육을 떠나서도 제대로 된 교육이 될 수 있을까? 혹시 엄마가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건 아닐까? 아무리 학교가 학원화되었다지만 학교에서 배워야 할 사회성 교육은 또 어떻게 하나? 친구 하나 없는 아이가 되면 어쩌나? 사회부적응아가 되는 건 아닐까?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둔 엄마라면 한두 번쯤 생각해 보았을 대안교육이지만 쉽게 결정내리지 못하는 것은 이런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남수씨는 이런 부모들의 두려움을 불신과 무지에서 오는 잘못된 두려움이라고 했다.
"사교육에 투자하는 시간과 정성, 그리고 돈을 생각해보세요. 사교육에 열심인 엄마들이 정보에 투자하는 시간은 또 얼마나 많아요. 저는 사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만큼만 대안교육을 위해 투자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대안교육이 두려운 것은 그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대안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보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요.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아서 그렇지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안교육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을 통해 행복하고 성공적인 교육의 결실을 얻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아이를, 그것도 이제 중학생인 아이를 믿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일이 챙겨주고 참견해도 모자란 아이를 집에서 홀로 공부하게 한다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한 것입니다. 어린시절부터 엄마가 모든 것을 챙겨주는 버릇을 들인 아이라면 홈스쿨링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엄마가 아이의 24시간을 관리하고 챙겨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솔직히 저나 남편도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아이의 학습에는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었구요. 아이 스스로 하루를 설계하고 진행하도록 지켜보아주는 것이 전부였어요. 그런 결과 홈스쿨링 1년 만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 할 수 있었구요. 이후에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취미생활도 해가면서 대학을 준비할 수 있었지요.
사실 불안하기도 하지요. 혹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시행착오라면 어쩌나 두렵기도 하구요. 하지만 아이에 대한 신뢰로 이겨냈습니다. 부모님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어요. 어린시절부터 신뢰감을 저축해서 사춘기 때 찾아 쓰라는 말이지요. 어린시절부터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의견을 나누고 토론도 하면서 신뢰를 구축해 놓는다면 아이를 믿지 못하는 일이 없고 도중에 아이가 지친다거나 나태해 지는 때가 오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줄 수 있게 되거든요."
전업주부가 아이교육에 올인 하는 까닭은
공부도 공부지만 솔빛 엄마는 자신의 일에 바빠 아이를 일일이 챙겨줄 수 없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홈스쿨링을 결정하기 전 영어 교육서인 <엄마, 영어방송이 들려요>를 냈고 책 때문에 문화센터 등에서 강연청탁이 적지 않았기 때문. 강의를 다니느라 오히려 집안 살림을 솔빛이에게 맡겨야 했을 정도란다.
영어교육서를 냈다면 영어를 잘하는 줄 알지만 실제로 이남수씨는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아이가 영어공부에 관심을 보이자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을 뿐 함께 공부를 하지 않은 때문이란다.
"엄마가 아이교육에 올인 하는 것은 아이와 엄마에게 모두 불행한 일이죠. 엄마도 스스로의 행복을 찾아야 해요. 사교육에 올인 하는 엄마들을 보면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거든요.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해서 아이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착각하고 그러다보면 사교육이든 치마 바람이든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한다는 그런 위험한 엄마가 되는 거죠.
엄마들이 조금만 시선을 돌려 주변을 둘러보면 좋겠어요. 아이만 해바라기하지 말고 밖에 나가 좋은 강의도 듣고 취미생활도 하고 봉사활동도 한다면 성적이, 좋은 대학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구요. 아이와의 집착관계에서도 조금씩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요."
성공적인 홈스쿨링을 끝내고 지금은 서울의 한 예술대학에서 영상예술을 전공하고 있는 솔빛이는 누가 보아도 홈스쿨링에 잘 적응한 성공한 사례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성공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도 스스로 계획을 지키지 못해 나태해지거나 중도에 목적의식을 잃어버리고 부모와 관계가 악화되어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 몇몇 경우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남수씨는 기다려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 중간에 잘못 되는 경우는 부모가 너무 조급하게 아이에게 결과를 요구하기 때문이에요. 우리 솔빛이도 '백수'였던 때가 있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놀기만 하는 거죠. 하루 종일 방에서 뒹굴거리고 텔레비전·인터넷 할 일 없이 돌아다니기 등등. 보고 있자면 불안하기도 하고 속에서 욱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려 주었어요. 관심과 무관심을 적당히. 마치 연애를 하는 애인들처럼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밀고 당겨주는 지혜가 필요하답니다.
홈스쿨링 과정을 통해 저나 솔빛이가 모두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지나간 일이라 좋은 기억이 대부분이지만 때때로 매일 두렵기도 했고 혹시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도 많이 했어요. 공교육이나 대안학교를 다녔다면 그런 어려움이 없었을까요? 어려움은 어디든 있게 마련이거든요. 홈스쿨링이라 특별히 더 어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구요. 어려움은 있지만 적어도 아이에게 행복한 교육방식이라면 그걸로 됐다라고 생각했답니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신뢰를 저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