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의 전쟁'과 글로벌 스탠더드

[백병규의 미디어워치] "진정으로 지구촌 목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는가"

등록 2007.06.06 13:27수정 2007.06.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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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글로벌 스탠더드가 문제다. 기자실도, 참평포럼에 참석한 노 대통령 '발언파문'도 결국은 '글로벌 스탠더드' 문제다. 적어도 노무현 대통령이 보기에는 그렇다.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요구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제도를 주장하는 경우"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치적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없는데, 법이 모호할 경우에는 세계 각국의 보편적 사례를 참고하는 것"
"세계 어느 나라가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는지, 있을 수 없는 얘기"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가 하는 대로 대통령도 해나갈 것"


어제(5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들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스탠더드'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기자실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노 대통령의 발언내용을, 혹은 언론의 반응을 시시콜콜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언론이나 청와대나, 정치권이나 앞으로 한동안은 또 이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언쟁을 벌일 터이니, 미리 힘 뺄 일도 없다. 다만 오늘(6월 6일) 신문 지면에 나타난 몇 가지 시사적인 '포인트'만 짚어보자. 그것을 관통하는 화두는 '글로벌 스탠더드'다.

첫 번째 포인트는 노 대통령의 참평 포럼 발언 파문을 바라보는 신문들의 시각이 하나같이 비판적이라는 점이다. <조·중·동> 뿐만이 아니라 <경향> <한겨레> <한국> <서울신문>도 마찬가지다. 기자실과 브리핑 룸 문제도 그렇다.

노 대통령 말대로 하자면 '글로벌 스탠더드 vs 반글로벌 스탠더드' 전선이다. 노 대통령은 글로벌 스탠더드, 모든 신문은 반(혹은 비) 글로벌 스탠더드다.

두 번째 포인트 역시 이와 연관돼 있다. <한국일보> 정병진 논설위원은 오늘 고정 칼럼 '메아리'에 '경찰기자실이 뭔지도 모르고'라는 칼럼을 썼다. 이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관한 고찰이다.


"우리 경찰이 글로벌 스탠더드 반의 반만 따라간다면..."

정병진 논설위원은 자신의 경찰서 '사스마리' 시절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경찰서를 돈다는 뜻의 '사츠마와리'가 어떻게 가슴앓이라는 일본말인 '사스마리'가 됐는가를 실감나게 풀어쓰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경찰서 기자실의 '글로벌 스탠더드' 여부다. 정병진 위원은 이렇게 말한다.


"선진국에 우리 같은 경찰 기사실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들이 선진국이어서 그러한 기자실이 없는 것이지, 기자실을 없애서 선진국이 된 것은 아니다. 우리의 공무원이, 우리의 경찰이 선진국 그들의 공복 인식에 반, 아니 반의반만이라도 따라간다면 호텔급 기자실을 설치한들 사용할 이유가 없다."

그의 메시지는 그의 칼럼 제목과 이어볼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경찰기자실이 뭔지도 모르고 선진국, 즉 글로벌 스탠더드 어쩌고저쩌고 떠들지 말라"는 이야기일 것이다.

내친 김에 정병진 위원은 한마디 더 붙였다.

"국민 입장에서 필요와 효용을 따져 기자실 가운데 하나만 없앤다면 청와대 기자실이 될 것이며, 하나만 남긴다면 경찰서 기자실이 되어야 한다."

사실 글로벌 스탠더드도 스탠더드 나름이다. '정부' 혹은 '관료' 중심의 글로벌 스탠더드인지, '국민' 중심의 글로벌 스탠더드인지 따져 볼 일이다.

세 번째,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가 화두다. <중앙일보>에는 한국 글로벌 스탠더드의 '상징'이자 '자랑' 거리가 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특별기고'가 실렸다. 제목(유엔이 짊어진 인류의 미래)부터 얼마나 글로벌한가.

하지만 그의 글은 그의 품성만큼이나 소박하고 겸손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말대로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유엔사무총장 5개월의 소회를 솔직 담백하게 풀어쓰고 있다. 그는 '장군'보다는 '비서'에 더 가까운 유엔사무총장이란 자리의 '현실적 한계'를 체감한 듯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가장 큰 힘이 되는 유엔 활동에 대한 '세계인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물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 신문에서 인류가 당면한 비극적 뉴스를 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얼마나 진정하게 듣고 있습니까. 몸과 마음을 다해 그들을 돕겠다는 시도를 해 본이 있습니까."

글로벌 스탠더드, 참 좋은 말이다. 하지만 참 어려운 말이다. 편할 때만 써먹을 수 있는 말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백병규 #미디어워치 #기자실 #참평포럼 #선거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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