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침막전희식
사실 이 본성자리는 우리 인류가 물질생활과 경쟁생활을 하면서 탐 진 치에 빠져서 잃어버리게 된 것인데 우리 본래의 성품일 뿐이라고 합니다. 이를 회복한다는 것은 삶의 근원이 되는 지혜를 얻는 것이지요. 우리 마리학교가 이런 수련을 하는 것을 성년이 되는 조건으로 삼는 것은 이 지혜 위에서 세상의 현실적 삶을 꾸려가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게 아무나 쉽게 가능하냐고 반문해 볼 수 있습니다. 제 대답은 단 한 가지입니다. 아무나 쉽게 가능하지 않다고 해서 안 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제 경험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나 한 만큼 다 된다고요.
물질존재로 살아야 하는 우리 인간이 물질 너머의 세계. 진정한 존재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체험한다는 것은 우리의 삶을 아주 고귀하게 만듭니다. 이번에 아라 학생과 하은이 학생이 제게 슬며시 다가와 이런 수련을 왜 해야 하냐고 물었을 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너희들이 앞으로 진학이나 연애나 공부 등 삶의 여러 대목에서 만나는 모든 판단과 결정들을 즐겁고 당당하게 해내게 하는 보약을 먹는 거라고 말입니다. 어느 학생이 왜 간화선이냐고 했습니다. 간화선이 그렇게 하는 것이냐고 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말로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하여 바로 그런 의문덩어리를 붙들고 늘어지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너무너무 답답하다고 하기에 단지 그 답답함 한 가지에 집중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간화선은 바로 그것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의 덩어리('의단'이라고 합니다)를 가슴이 답답해 터질 때까지 키워 가는 것입니다. 의문덩어리가 송두리째 뽑혀날 때 온전한 수용과 이해와 감사와 헌신의 삶이 열려집니다.
우리의 중학생 나이에 어려운 공부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것은 이런 공부를 해 보지 않아서입니다. 우리 옛 선인들에게 인수분해 하라고 하고 영어 하라고 하면 혀를 내두를 것입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생소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면 한 만큼 익숙해지고 쉬워지는 것은 자명한 진리입니다.
산사 선방에서 하는 간화선이 아니라 마리학교 구성원들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 뿌리박고 있으면서 하는 공부여서 훨씬 생동감 있는 공부가 된다고 봅니다. 이번에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보고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불쑥불쑥 화두에 다가가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이 나이에 이런 공부를 해 본다는 경험만으로도 앞으로의 인생에 '밝음'한 덩어리가 굴러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마리학교 누리집(www.mari.or.kr) 회원게시판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