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 이후 1년, 서울로 떠나다

'변화하는 서울에서는 변함없는 것이 그립다. "

등록 2007.06.09 13:36수정 2007.06.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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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유럽 여행 이후로 오랜만에 혼자서 떠난 여행지는 다름아닌 '서울'이었다. 독일 월드컵을 잊지 못하는 나의 이번 여행 목적은 6월 2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 VS 네덜란드 친선경기 관람 그리고 서울에서 외국을 느껴보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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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 청량리 무궁화호 ⓒ 강수련

매번 서울을 갈 때에는 시간을 아끼고자 고속버스를 타고 갔었는데, 이번에는 약간 허름한 무궁화호를 타고 청량리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까, 한국은 기차요금이 독일보다 많이 싼 편이다. 독일에서는 안동에서 청량리 거리 구간에 55유로(한화 6만9000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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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때 하노버 역 ⓒ 강수련

청량리로 향하는 기차에는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적었다. 문득 작년 2006년 독일 월드컵 한국 VS 스위스전이 있었던 프랑크푸르트 - 하노버 구간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온통 붉은 물결이었던 기차에는 애국심과 젊음 그리고 열정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일명 홍익회(지금은 스토리웨이)아저씨가 여러가지 간식류 자판을 끌고 지나갔다. (독일판 홍익회와 비교를 하자면, 한국에는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간식류가 있는 반면 독일에는 에스프레소 커피와 간단한 과자, 초콜렛 정도만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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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홍익회 ⓒ 강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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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홍익회 ⓒ 강수련

어느덧 기차는 목적지인 청량리에 도착했다. 경기 시작전 상암 경기장은 여느 경기때보다 더 활기가 넘쳤고, 열정이 가득했다. 축구 하나로 6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다는 것, 축구는 정말 매력적인 운동임이 확실하다.

안타깝게도 경기는 0-2로 패했다. 문득, 독일월드컵때 관람했던 스위스전의 경기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관람하러 가는 국가대표 경기는 모두 0-2로 패하는 것 같다.

경기가 끝나고 기념 사진을 찍고자 두리번 거리는데 막상 주위엔 사람들이 없었다.
혼자 여행을 하는 중에 가장 난처할때는 사진을 찍을때가 아닐까?

그러던 중 네덜란드 레플리카를 입은 한 남자이 눈에 띄었고 그 분에게 사진을 부탁했고, 얼덜결에 우리는 같이 사진을 찍고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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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 경기장 인연 ⓒ 강수련

언젠가 책에서 읽은 "온 마음을 기울여 여행하지 않는다면, 여행길에서 발견할지도 모르는 보석을 그냥 지나치게 될 지 모른다"라는 구절이 와닿았다. 진정한 여행의 묘미는 정작 여행지가 아니라 결국은 사람인 거 같다. 그렇게 그 축구장에서 만난 천사같은 인연과 인사를 하고, 작년 독일 월드컵에서 만난 인연들과의 짧은 만남 후에 자정 무렵, 명동의 서울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서울에서 잠잘 곳을 찾는 일은 쉬웠지만, 나는 유스호스텔이 좋다. 여행자들이 많은 곳, 각각의 수많은 사연으로 온 수 많은 사람들과의 유쾌한 만남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607호 도미토리룸에는 일본인과 한국인, 나를 포함해 총 3명이었다. 우리는 서로 통성명과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우며 화려한 명동에서 한 여름 밤의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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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호스텔 ⓒ 강수련

일본인 친구인 마츠자키 료코는 한국 문화 연수로 한국에 왔기 때문에 서울대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러 가야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소박한 한식으로 아침밥을 먹고 헤어짐을 준비했다. 인연이면, 언젠가는 또 만나리라... 그렇게 그녀는 떠났다. 한국인 친구인 지혜와 함께 남산 케이블카를 타기로 했고, 편도표를 사서 남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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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N타워 ⓒ 강수련

이른 시간이었지만, 휴일이라 남산의 아침은 꽤나 분주했다. 서울의 관광명소 답게 외국인들과 산책 나온 서울 시민들의 한가함은 나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남산 입구에 도착했고, 지혜와 또 한번의 헤어짐을 뒤로한 채 남대문 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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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1호 숭례문 ⓒ 강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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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시장 ⓒ 강수련

어느덧 하루 평균 40만명의 사람들이 찾는다는 한국의 가장 유명한 '남대문 시장'에 도착했다. 유럽 여행 중에는 각 나라에 가장 유명한 시장을 참 많이 다녔는데,
정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남대문 시장을 가본 적이 없었다. 영어와 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말하는 상인들, 정말 없는 게 없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에 넋이 나간듯이 한참을 돌아다녔다.

어느새 서울 시청 앞이었고 다음 행선지는 이태원이었다. 관광 특구로 지정된 이태원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있는 서울 도심 속의 외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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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케밥 ⓒ 강수련

터키식 케밥을 사서, 이태원 거리를 거닐었다. 수많은 외국인들과 각국의 간판들은 마치 다른 나라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켰고, 어느덧 나는 이태원에서 2006년 그 해의 유럽 여행을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에서는 변함없는 그 모습을 간직한 유럽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

그렇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자 안동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2006년 유럽 여행 그리고 그 후, 벌써 1년. 다시 꿈꾸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서울 여행기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울 여행기입니다.
#강수련 #안동대 #유럽문화학과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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