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콩으로 만든 착한 장맛 보실래요"

[인터뷰] '착한마을 사람들' 최임선 대표

등록 2007.06.10 19:01수정 2007.06.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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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최임선 대표.

최임선 대표. ⓒ 송상호

'착한마을 사람들'.


이름부터 착하다. 무슨 공동체의 이름이거나 동호회 모임을 일컫는 게 아니다. 엄연히 각종 장을 만들어 내는 회사이름이다. 쉽게 말해 장을 만들어내는 브랜드인 셈이다. 그런데다가 이 회사의 여성 CEO의 이름마저 착하다.

최임선(52)대표, 그러니까 이름이 '맡길 임, 착할 선'으로 착한 것을 맡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름을 강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요즘처럼 '착하다'는 게 매력 없는 시대가 또 있었을까 해서다. '착하다'는 것은 '어수룩하다, 똑똑하지 못하다, 당하고 산다, 분명한 자기주장을 못한다'라는 의미로 은연중에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니까 현대 자본주의 문명에선 '착한 사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다만 '능력 있는 사람'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렷다. 이런 시대에 '착하다'는 걸 간판으로 내세워 살아보고자 하는 여성과 회사이기 때문에 이름에 주목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결코 '빛 좋은 개살구'이거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그런 곳이 아니다. 한마디로 이름값 하고 사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그 어렵다는 '이름값' 말이다.


"반품이 심심찮게 들어오곤 했지만, 결코 제 방식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최 대표는 평소 생글생글 웃는 게 생활이 된 주부이지만, 자기의 소신을 밝힐 때는 사뭇 진지하다. 손해를 좀 보더라도 음식을 정직하게 만들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묻어난다.


실제로 여기서 만들어낸 고추장 등 십수 상자가 반품되어 오기도 한다. 그것은 일절 방부제나 첨가제를 섞지 않은 탓에 유통과정이나 보관과정에서 고추장 등이 발효돼 부글부글 끓거나 부풀어 오르는 것을 보고 상한 것이 아니냐고 반품해오는 소비자들의 오해의 산물인 셈.

포기하지 않는 그만의 방식

a 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콩은 모두 '우리 농촌살리기 운동 본부'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콩이라는 걸 증명하듯 마당 한가운데 간판이 놓여 있다.

이 회사에서 사용하는 콩은 모두 '우리 농촌살리기 운동 본부'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콩이라는 걸 증명하듯 마당 한가운데 간판이 놓여 있다. ⓒ 송상호

그녀가 이렇게 공장을 차려 장과의 씨름을 시작하게된 것은 6년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의 평범한 40∼50대 부부들이 공감하는 '노후대책'이 지금의 회사다.

처음 남편이 심하게 반대했지만 일단 시작하고 보는 그녀의 '먼저 일부터 벌이기' 열정이 지금의 공장을 만들어냈다. 누구보다도 그녀의 남편이 든든한 조력자가 된 지금까지 말이다.

"계획만 만날 세우고 실제로 일구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는 말하죠.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보라고.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용기'라고 말이죠. 저를 못 미더워하던 주위 사람들도 이젠 저를 다들 부러워하니까요. 호호호호호."

이렇게 말하는 최 대표는 두 딸과 남편을 둔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다. 그녀에게는 사장 냄새(?)가 나지 않는다. 요즘도 자택인 서울과 공장인 안성을 오가며 두 곳 살림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가 만드는 장을 자랑하면 이렇습니다. 첫째는 원료부터 철저하게 '유기농 콩'을 고집합니다. '우리농촌 살리기 운동본부' 소속 농민들이 재배하는 확실한 콩이죠. 둘째는 어떠한 첨가제나 방부제도 쓰지 않습니다. 장의 색깔과 모양이 그대로 보존되지 않아 손해를 보는 한이 있어도 말입니다. 셋째는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는 것이죠. 바로 옛날 할머니들의 '손맛'을 그대로 살려내는 것이죠. 물엿을 쓰지 않고 엿기름을 씁니다. 저 또한 이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서울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 주민들과 전통 방식의 장을 만들어 먹고 살았었는데 주위에서 다들 맛있다고 합디다. 제 '손맛'이 '한 손맛' 하거든요."

이래서 이름만 착한 게 아니라 실제로도 착한 장맛이구나 싶다. 사람이 먹는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사람들, 장에다가 정직과 성실을 넣어 만드는 착한 사람들, 조금 손해 보더라도 음식만은 정직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키는 사람들, 내가 먹는 장과 소비자가 먹는 장을 차별하지 않고 정성껏 만들어 자신들도 스스럼없이 먹고 사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믿음'이 바탕이 된 사회일 게다.

그래서 그녀가 만들어가는 '착한마을 사람들'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조심스레 내려 본다. 착하게 산다는 것은 바로 소신을 가지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라고. 인위로 조작하지 않고 하늘과 자연이 준 그대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또한 그런 사람과 회사가 많아지는 사회가 '착한 사회'라는 것을.

a 장을 제조할 때 아직도 전통 가마솥을 사용한다.

장을 제조할 때 아직도 전통 가마솥을 사용한다. ⓒ 송상호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8일 최임선 대표와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 착한마을 사람들'(http://cafe.daum.net/e1160)은 경기 안성 대덕면 삼한리에 자리 잡은 유기농 전통장 회사이다.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8일 최임선 대표와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 착한마을 사람들'(http://cafe.daum.net/e1160)은 경기 안성 대덕면 삼한리에 자리 잡은 유기농 전통장 회사이다.
#유기농 콩 #착한마을 사람들 #최임선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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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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