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평택 가려면, 서울 들러 가라?

[기획리포트]황당한 KTX 환승 예약시스템...'역방향 환승' 경로 속출

등록 2007.06.25 13:53수정 2007.06.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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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TX 도입 이후 철도 환승이 보편화됐지만 환승 시스템 오류로 혼란을 끼치고 있다. 사진은 KTX 이용 승객들(자료사진).

KTX 도입 이후 철도 환승이 보편화됐지만 환승 시스템 오류로 혼란을 끼치고 있다. 사진은 KTX 이용 승객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a 조아무개씨 사례 재연.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에서 '부산→평택'간 환승 탭 설정 후 입력시 제시된 환승이용 솔루션. '서울→평택' 구간이 무궁화호로 50분이 넘으며 서울역에서의 환승시간도 30분 정도로서 그 이용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조아무개씨 사례 재연.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에서 '부산→평택'간 환승 탭 설정 후 입력시 제시된 환승이용 솔루션. '서울→평택' 구간이 무궁화호로 50분이 넘으며 서울역에서의 환승시간도 30분 정도로서 그 이용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 이준혁

부산에 갔다가 평택으로 오는 기차표를 예매하려고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조아무개(25·평택시)씨. 평택역에는 KTX가 정차하지 않아 조씨는 일단 부산에서 KTX를 타고 천안아산역에서 환승, 장항선을 이용해 평택역까지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매란에서 '환승'을 선택하고 부산에서 평택까지 열차표를 조회한 조씨는 황당했다. 자동조회 결과 일부 환승 경로가 '부산역-(KTX 상행)→서울역-(새마을 하행)→평택역' 방식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결국 부산에서 평택을 지나 서울역까지 올라갔다가 도로 평택으로 내려가란 소리였다.

시스템 오류가 아닐까도 싶었지만, 다른 역들의 환승 경로를 검색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KTX 등장 이후 비정차역과 원활한 연계를 위해 도입된 KTX 환승 예약 시스템. 그 허점을 들여다봤다.

한번 지나간 길 돌아오는 '역방향 환승' 구간 많아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www.korail.go.kr)에서 '열차시각/운임조회' 입력란을 통해 다양한 구간을 설정해 총 100여회에 걸쳐 조회를 해본 결과, 거의 대부분 구간에서 '역방향 환승(역환승)'을 허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철도공사 정보화기획실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은, KTX 열차만 정차하는 역과 KTX 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역을 각각 승·하차역으로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을 위해, 신속한 이동을 가능토록 하려는 배려적 차원"이라고 시행 의도를 밝혔다.

a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에서 '대구~부산'간 환승 탭 설정 후 입력시 제시된 환승이용 솔루션. '대구→서울→부산'의 형태로 환승이용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러한 솔루션 또한 심심치 않게 제시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에서 '대구~부산'간 환승 탭 설정 후 입력시 제시된 환승이용 솔루션. '대구→서울→부산'의 형태로 환승이용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러한 솔루션 또한 심심치 않게 제시되고 있다. ⓒ 이준혁

문제는 앞서 '부산→서울→평택' 경로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역방향 환승이 적지않다는 것이다. 물론 '광명→대전→조치원', '조치원→서대전→광명' 구간처럼 역방향 환승이 불가피한 곳도 있다. 하지만 굳이 역방향 환승이 필요 없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동대구와 대전 사이에 있는 경북 왜관역에서 경기도 광명역까지 환승 구간을 조회할 경우 대전으로 '올라가' KTX로 환승하면 충분한데, 굳이 동대구로 '내려가' 환승하도록 나온다[왜관-(무궁화 하행)-동대구→(KTX 상행)-광명].

'부산→서울→수원'['부산-(KTX 상행)→대전/천안아산-(비KTX 상행)→수원' 정방향 가능], '부산→천안아산→조치원'['부산-(KTX 상행)→대전-(비KTX 상행)→조치원' 정방향 가능] 등도 '정방향 환승'이 가능한 데도 '역방향 환승'을 통한 환승 이동경로를 함께 제시하고 있다.


조치원역에서 서울까지 철도를 자주 이용하는 임아무개(25·연기군 거주)씨는, 철도예약시 환승 선택을 하면 '조치원→대전→서울' 경로가 자주 나타난다고 말한다. 임씨는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며, "나 같은 젊은 사람이야 누가 이런 식으로 서울까지 갈까 싶지만, 처음에는 몇몇 어르신들이 KTX라면 무조건 빠를 거라 믿고 대전까지 내려갔다 서울로 올라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KTX 단거리 이용 환승 경로는 차단

과연 이런 역방향 환승 경로는 단순 시스템 오류일까, 정상적인 작동에 따른 것일까? 한국철도공사 홈페이지 구축 및 운영 등을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정보화기획실 관계자에게 철도환승시스템 기본 원칙에 대해 알아봤다.

a 한국철도공사 KTX 노선도. 정차역이 한정돼 있어 KTX가 서지않는 역을 이용하려면 환승이 불가피하다.

한국철도공사 KTX 노선도. 정차역이 한정돼 있어 KTX가 서지않는 역을 이용하려면 환승이 불가피하다. ⓒ 한국철도공사

KTX 환승 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대로 KTX 열차가 정차하는 역과 정차하지 않는 역 사이를 이용해야 하는 승객들을 위해, 시간상 빠른 구간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즉, 정방향, 역방향을 떠나 '시간상' 빠른 경로를 우선 제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KTX 이용 구간이 짧은 단거리 환승 경로는 전산상으로 막으면서 이해할 수 없는 '역방향 환승' 경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KTX 열차와 비KTX(새마을호·무궁화호·통근) 열차를 함께 이용하는 환승 구간을 표 한 장에 통합발권할 경우, 비KTX 열차 운임을 30% 할인하는 제도를 시행 중인데, 비KTX 열차 이용 구간이 KTX 이용 구간에 비해 길수록, 비KTX 열차만 타는 경우보다 운임이 싸지는 '운임 역전 현상'이 생긴다.

실제 부산에서 수원까지 갈 때, 부산~구포 구간은 KTX 열차(7600원)를 이용하고, 나머지 구포~수원 구간을 무궁화호(2만3500원, 30% 할인시 1만6500원. 합계 2만4100원)나 새마을호(3만4500원, 30% 할인시 2만4200원. 합계 3만1800원) 열차를 30% 할인받으면, 부산에서 수원까지 무궁화호(2만4500원)·새마을호(3만6000원) 열차만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싸다. 이는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환승 유도와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KTX 단거리 환승은 막고 있다는 게 철도공사 얘기다.

"환승 프로그램 전체는 자동 알고리즘으로 운영"

그렇다면 시스템상 환승역 지정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를 먼저 탔을 경우에는 승차 역에서 가장 가까운 KTX 열차 정차역에서 환승하는 경우가 우선되며, KTX 열차를 먼저 탔을 때에는 환승 가능 역 중 규모가 큰(정차 열차가 많은) 역이 우선적으로 선택되어 나타난다.

a KTX 정차역이 아닌 천안역에서 부산역까지 갈 때 중간에 KTX열차로 환승하여 빠르게 이용하고자 한다면, 장항선을 타고 천안아산역에서 KTX 열차를 이용하거나, 1시간에 한 대 꼴인 장항선을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면 경부선을 이용하여 대전역에서 KTX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환승이용 솔루션 중 아랫부분에 제시된 '천안→서울→부산'의 경우는 실제 이용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비효율적인 경우이다.

KTX 정차역이 아닌 천안역에서 부산역까지 갈 때 중간에 KTX열차로 환승하여 빠르게 이용하고자 한다면, 장항선을 타고 천안아산역에서 KTX 열차를 이용하거나, 1시간에 한 대 꼴인 장항선을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면 경부선을 이용하여 대전역에서 KTX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환승이용 솔루션 중 아랫부분에 제시된 '천안→서울→부산'의 경우는 실제 이용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싶은 비효율적인 경우이다. ⓒ 이준혁

여기에 환승 시간 간격도 중요한데, 10분에서 50분 사이에만 설정된다. 이는 환승하는 도중에 열차가 먼저 떠나거나 너무 오래 기다리게 될 경우를 방지하려는 장치다. 최소시간간격은 과거 15분이었으나 민원 때문에 10분으로 줄였다고 한다.

한국철도공사 정보화기획실 관계자는 "이런 철도환승설정 프로그램은 전 구간에 걸쳐 수작업으로 입력한 것이 아니라 노선과 우선순위 그리고 최적 환승 루트 선정 기준 정도만을 갖고 자동 알고리즘에 의해 운영되도록 설계되었다"며, "이는 대한민국의 철도역사가 600여개에 달하는 현실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 스타일로 전구간에 걸쳐 환승경로를 수작업으로 입력 및 검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고 등으로 인해 철도가 운행할 수 없는 상황 등의 긴급상황을 대비하는 차원도 있기 때문이다"라고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 알고리즘 상에서 앞서 지적한 불필요한 '역방향 환승' 경로는 물론, '구포→부산' 환승을 선택했을 때 '구포-(비KTX)→서울-(KTX)→부산'과 같이 한눈에 '시스템 오류'로 보이는 부분 역시 개정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열차 환승 예약시 자동으로 제공하는 경로만 이용하도록 한 것은 수동 선택시 승객 오조작에 따른 불필요한 민원 등을 방지하고, 앞서 운임역전현상을 막아 꼭 필요한 사람 중심으로 활용토록 하기 위함이라고 철도공사는 밝혔다.

불필요한 '역방향 환승' 막고 환승경로 수동설정 허용해야

'역방향 환승'의 불합리함에도, 한국철도공사에서 시스템상에 이를 막지 않은 데는 이렇듯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하지만 앞서 조치원 임씨의 언급처럼 지리 개념이 약한 노년층이나 청소년이라면 자칫 비효율적인 경로를 선택해 시간과 돈을 함께 낭비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한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철도 이용 승객들의 다양한 선택을 위해 환승경로 수동 설정도 허용해야 한다. 통합발권 할인제도가 걸림돌이라면 수동 설정시에는 새마을호(무궁화호) 운임할인을 적용하지 않거나 그 할인율을 낮춰, 운임 역전현상과 이에 따른 불필요한 환승 유발을 막으면 된다.

더불어 환승역에서 KTX 후행 열차를 승객이 직접 고를 수 있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승객들이 좀 더 기다려도 새마을호보다는 값싼 무궁화호를 선호하게 될 수도 있지만, 환승소요시간이 늘어난 만큼 과거 유명했던 '대전역 가락국수' 등 승강장 내 철도부대시설의 영업 활성화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기획취재기자단 기사입니다.
#철도 #역환승 #KTX #새마을 #무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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