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직에 대한 성과제 도입과 함께 공무원 퇴출제를 위하여 여러 단체장들이 자기 나름대로의 평가 기준들을 내놓고 그에 따른 인사를 단행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 기준에는 무능한 사람이나 근무 태만자, 불성실, 불친절이나 기타 비위에 관련된자, 사생활이 문란한 자 등 그 세부 사항이 지역마다 다들 다르다.
그런 사항 가운데 '같이 근무하기 싫은 사람을 적어 내라고 한다'라는 내용도 눈에 뜨인다. 그 질문이 원론적이고 애매모호한 기준 같아서 누구든지 그 선택을 하라고 강요당한다면 아주 곤혹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동안 공무원 조직이 구태의연한 무사안일이니, 철밥통이니 하면서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제도가 실시 되면서 공무원 조직이 내부적으로도 너무 많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각 자치 단체장의 소신에 의한 혁신의 문제이기 때문에 지역마다 퇴출 기준도 다르고 적용하는 양상도 다 다르다.
무능 공무원 퇴출제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 강화, 공무원의 전문성 유지, 주민 만족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어 단체장마다 새로운 사고의 발상을 여러가지로 시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퇴출 대상의 선정이나 기준이 너무 성급하게 만들어지고 시행되면 퇴출제가 안고 있는 본래의 의미와는 다르게 잘못 변질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살펴 보아야 한다.
다수의 공직자가 근무태도나 실적평가제의 제도화, 대민 봉사와 친절 등에 주안점을 두고 평가는 받되 공무원이라면 꼭 갖추어야할 필수 조건인 청렴성이나 정직성 등은 눈에 보이지 않는 평가 잣대인 것이다. 또한 후세를 위하여 몇십년 몇 백년 뒤를 보고 일을 해야하는 건설이나 환경분야, 시설관리 등의 중요한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경우 눈 앞에 보이는 작은 성과나 상사에게 평점을 잘 받으려는 아부에 의하여 공직 본래의 업무가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오히려 공익과 관련된 일이 졸속 처리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하여 평가를 받고 혹 그에 대한 억울함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시는 인사권을 견제할 수 있는 감시기구에 부당함도 요청할 수 있을 때에 단체장과 공무원간의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부서의 특성이나 일의 내용상 실적주의 성과제가 적용이 안 되는 곳도 있고, 지침이나 조례나 규정에 의하여 운영되는 공직의 특성상 무조건적인 성과제 도입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성과 평가시 열심히 일하고 실적이 좋은 공무원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상과 승진의 기회도 줄 수 있어야 하지만, 그에 비례하여 단지 '같이 근무하기 싫으냐, 좋으냐'라고 물어서 그에 대한 대답으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그리고 그런 대상자가 거의 대부분 하위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에 상급자에 대한 억지 아부와 직장 동료간에 음해와 시기가 조장될 수도 있어서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일의 집행에 자기 소신껏 할 수 없어서 사기 저하와 창의력 말살로 이어지다보면 그 결과는 다수에게 가는 공공의 서비스가 합리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문제점을 돌출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국민 모두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공직의 틀이 심하게 뒤틀어질 것도 짚어 보아야 한다.
공무원의 조직은 언제나 투철한 국가관과 정직성, 그리고 주민 다수를 위하는 참다운 봉사정신이 수반되어야 하며 그런 길을 가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지혜와 공론이 사심없이 모아져야 하고 그 일을 집행하는 단체장들도 진정한 민중의 봉사자인 것을 감안하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잣대를 계속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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