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나라당 의원을 귀빈석에 앉힐 수 없다"

[평양] 6·15 통일대축전 이틀째 행사 전면 중단

등록 2007.06.15 22:28수정 2007.06.1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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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6.15 민족통일대축전 민족단합대회가 열릴 인민문화궁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석단 자리에 오르는 것을 가지고 남북간 의견 충돌이 발생해서 대회가 열리지 못한 가운데 주석단 자리가 텅 비어 있다.
15일 6.15 민족통일대축전 민족단합대회가 열릴 인민문화궁전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석단 자리에 오르는 것을 가지고 남북간 의견 충돌이 발생해서 대회가 열리지 못한 가운데 주석단 자리가 텅 비어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6.15 민족통일대축전 민족단합대회가 열릴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대표단이 대회장을 나오고 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 민족단합대회가 열릴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대표단이 대회장을 나오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한나라당 진영, 박계동(사진), 정병국 의원이 휴게실에 나란히 앉아 있다.
한나라당 진영, 박계동(사진), 정병국 의원이 휴게실에 나란히 앉아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측대표단이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
행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측대표단이 빵으로 허기를 달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기사 대체 : 15일 밤 11시 50분]

[평양=공동취재단, 김태경 기자] 14일부터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6·15민족통일대축전’의 이틀째 행사인 민족단합대회가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귀빈석)에 참석시킬 수 없다는 북측의 주장으로 15일 열리지 못했다.

남북은 이날 저녁 8시께까지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추후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민족단합대회가 하루 연기돼 16일 개최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북측은 15일 오전 10시40분께‘민족단합대회’에 참석하려던 남·북·해외 주석단의 입장을 갑자기 중지시켰다. 남측은 실무접촉을 통해 박계동 의원의 주석단 배치는 양쪽이 사전에 합의한 사항이라며, 갑작스럽게 북측이 입장을 바꾼 이유를 따졌다. 

전날인 14일 오후 대성산 남문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박계동 의원의 주석단 배치에 대해서는 북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남측은 또‘특정 정당을 배제한 민족단합대회는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양쪽은 실무접촉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백낙청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와 안경호 북측위원장이 단독 면담을 가졌으나 이 자리에서도 양쪽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또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해 최승철 북측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회담장에 나타나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백낙청 대표는 안 위원장과 면담이 끝난 뒤 낮 12시25분께 남쪽 대표단 앞에서 경위 설명을 통해 "각 당의 의원들을 다 모시고 그 분들을 14일 행사에서도 1명씩 주석단에 배치했다"며 "그러나 오늘 단합대회에서 북쪽이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에 받지 못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백 대표는 "많은 남측의 주석단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어느 한 사람을 배제하면 나도 주석단에 오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6·15 남측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측의) 그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남측위원회는) 정당·사회단체·종교가 연합해 만든 단체라고 규약에 명시돼 있다"며 "당연히 정당에서 오신 분을 주석단에 앉혀야한다"고 말했다.


"북, 무리한 요구...남쪽 정치현실 몰라"

남측위원회는 곧바로 1차 공동대표자회의를 열어 백 상임대표와 집행부에 모든 결정을 위임하기로 했으며, 이어 남북은 실무접촉과 대표 접촉을 잇따라 가졌다. 북측은 오후 3시55분께 남·북 및 해외대표 2명 등 4명과 발표자만을 주석단에 올리자는 수정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대해 남쪽은 주석단을 없앤채로 민족단합대회를 열자는 방안을 북측에 제안하기 위해 백낙청 대표가 직접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 의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해 3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이 주석단 배제를 이유로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는다면 모든 당 의원들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백 대표의 제안을 거부했다.

6.15남측위원회는 오후 6시 30분경 다시 2차 공동대표자회의를 갖고 의견 수렴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북측의 제의로 저녁 7시 35분께 남.북.해외 공동위원장 회동을 가졌다. 북측은 공동위원장 회동에서 "오늘 일정은 휴회하고 내일 다시 협의하자. 꼭 되는 방향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남측과 해외측이 이에 동의했다.

6.15남측위원회 집행부의 핵심 관계자는 "남측 내부의 통일운동의 진로 결정과도 관계되는 문제로, 남북관계의 먼 장래를 보면 특정 정당을 빼고 갈 수 없다"며 "남남 갈등을 해소하느냐 증폭시키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집행부 입장에서는 남남갈등을 최소화하고 누구를 제외하는 뺄셈의 통일운동보다는 많은 사람을 포용하는 덧셈의 통일운동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측이 남·북·해외대표 4명만 주석단에 올라가는 방안 등을 내놨으나 우리는 이런 관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특정정당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서동만 상지대 교수는 "북측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며 "북측이 구미에 맞는 인물과만 일을 하겠다면 과거 시대처럼 남측의 민간 통일운동이 축소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정세현 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은 "북측이 남쪽 정치 현실을 너무 모른다. 6·15행사가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한나라당을 빼고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6·15가 무산되면 상징적인 타격이 있겠지만, 현재 남북관계는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이 허리를 받치고 있다"며 "남북 관계는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계동 의원은 "북측이 초청했고 협의도 끝난 사안에 대해 북측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절차상 원칙에 어긋나고 북측이 정치적 입장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6·15정신에도 어긋난다"며 "한나라당을 배제하려는 것이면 행사 자체를 참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당내에서도 반대했지만 부담을 안고 들어왔다"며 "뭔가 끈을 놓지 말자고 생각하고 여기에 왔다"고 주장했다.

정인성 6.15남측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특정 정당이 6.15공동선언 실천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북측의 생각과 6.15공동위원회 규약과 정신에 따라 6.15공동선언 실천에 찬성하는 정당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남측의 원칙이 부딪쳤다"며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하루 밤 좀더 논의할 시간을 가진 것은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 6.15 행사 파행으로 몰고간 이유는?

이날 북측이 갑작스럽게 행사 시작 직전 한나라당의 공동주석단 참석 문제를 제기하며 파행을 초래하자, 북측의 의도에 대해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일단 북측이 한나라당을 겨냥한 정치적 노림수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강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관계자는 "북측이 뜻깊은 6·15행사를 파행시킨 원인을 한나라당 탓으로 돌려 올해말 대선에서 한나라당을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계산을 한 모양"이라며 "그러나 정말 그리 생각했다면 북측이 크게 오산한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또 일부에서는 지난 1일 끝난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이 대북 쌀 차관 40만톤 지원을 유보한 데 대해 북측이 불만을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했다.

한나라당 박계동·진영·정병국 의원은 이목이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한나라당이나 자신들은 이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을 되풀이 강조했다.

즉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측이 초청해서 올 수 있었고 전날 개막식과 환영연회에서 박계동 의원이 공동주석단에 포함됐다는 점, 또 행사를 파행으로 몰고 갈 무슨 특별한 원인 제공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참석한 의원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빠진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의원들만 참석해 행사가 진행된다면 귀국 이후 쏟아질 비판이 우려됐기 때문.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남측 준비위측에 한나라당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희선 의원은 안경호 북측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당초 계획대로 행사를 진행하자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정치인들 때문에 민간행사 전체가 차질을 빚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측은 전날 북측이 개막식에서 공동주석단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포함시키면서도 민주노동당을 포함시키지 않아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 평양=공동취재단, 김태경 기자


행사장에서 나온 남측대표단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주석단에서 내리고 대회를 진행하자는 고성이 나오는 등 한 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
행사장에서 나온 남측대표단이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주석단에서 내리고 대회를 진행하자는 고성이 나오는 등 한 때 소란이 일기도 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남측대표단 사이에서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에서 내린 채 대회를 진행하자는 고성이 나오는 소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백낙청 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남측대표단 사이에서 한나라당 의원을 주석단에서 내린 채 대회를 진행하자는 고성이 나오는 소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백낙청 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손을 내저으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6.15 민족통일대축전 민족단합대회가 열리지 못한 가운데 남측대표단이 각 부문별로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6.15 민족통일대축전 민족단합대회가 열리지 못한 가운데 남측대표단이 각 부문별로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안경호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위원장과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회의를 마치고 무거운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안경호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위원장과 백낙청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가 회의를 마치고 무거운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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