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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일근린공원'에 우뚝 서 있는 강동그린웨 분수대입니다. 낮 시간대에 물길이 솟아 오르는데, 여름철이면 이 곳에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 것 같습니다. 그 모두가 분수놀이를 즐기려 함이 아닐까 싶네요. ⓒ 권성권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낮 기온이 최고 30도를 웃돈 것 같다. 한여름철이 아닌데도 그야말로 찜통더위다. 차 안에 에어컨을 켜도 덥기는 마찬가지고, 아스팔트 위를 걸어도 지열이 올라와 후끈거리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날은 그저 그늘진 곳에서 조용히 쉬는 게 상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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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히 멋진 폭포수네요. 분수대에서 저토록 높은 물길이 치솟는데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 있을리가 없지요. 물론 어른들 사정은 조금 다르겠지요? ⓒ 권성권
하지만 이런 때 일수록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은 따로 있다. 시원한 물줄기가 품어 나오는 분수대가 바로 그곳이다. 도심 속 곳곳마다 사람들을 위한 쉼터가 따로 있지만, 분수대는 사람들 마음을 한결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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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아이 하나가 분수대에 품어 나오는 물길을 잡아 보려고 하는 것 같네요. 과연 물줄기를 잡을 수 있을까요? ⓒ 권성권
어른들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하지만 아이들 사정은 다르다. 아이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물길 속으로 뛰어든다. 폭포수를 맞아보기도 하고, 물 벽을 뚫고 들어가기도 한다. 또 두 손과 두 발로 물이 품어 나오는 물길도 막아 보려 애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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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 녀석 하나가 물벽을 뚫고 그 속으로 들어가려는 모습 같네요. 물벽이 쉽게 뚫릴 것 같은데, 저 모습도 무척 신난 표정 같네요. ⓒ 권성권
짓궂은 것 같지만 그 모습이야말로 가장 해맑고 순수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어른들은 체면 때문에 그 속에 들어가라고 해도 들어가지 않는다. 더위에도 그렇고 추위에도 그렇다. 하지만 아이들은 체면 따위는 가리지 않는다. 그저 좋으면 제 한 몸 던지는 게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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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속에서 회전목마를 타는 것인지, 친구들끼리 어울려 열심히 뛰어노는 것 같지 않나요? 어린 시절 또래 아이들과 물 속에서 뛰어 놀았던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 권성권
가끔 아이들과 함께 나온 엄마들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아이들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을까 염려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좋다면 엄마도 덩달아서 좋다. 아이들이 웃으면 함께 웃고 즐긴다. 때론 못 이기는 척하며 아이들 손에 이끌려 물길에 스쳐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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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 손에 이끌려 엄마가 두 딸과 함께 재미있게 놀고 있는 모습이네요. 엄마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핀 걸 보니, 무척이나 물놀이가 재밌는 것 같아요. ⓒ 권성권
긴 차도를 따라 줄지어 있는 차 속 사람들 눈길도 아이들 쪽으로 쏠린다. 도심 속 분수대 앞에서 맘껏 뛰노는 아이들 모습 속에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땐 도심 속 분수대가 아니라 개울가나 강가에서 속옷 차림으로 물속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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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마 녀석 하나가 물길이 치솟는 구멍을 막아보려고 하고 있네요. 과연 제 힘으로 물길을 막을 수 있을까요? ⓒ 권성권
친구들과 함께 그런 시합도 했다. 물 속에서 누가 오래도록 버티고 있는지. 물속에서 누가 멀리 헤엄쳐 가는지. 저 멀리 언덕 위에 올라가 물속으로 다이빙 하는 것도 자랑했다. 엎어져서 뛰어내린 친구들도 있었고, 그냥 앉은 자세로 뛰어내린 아이들도 있었다. 그 추억이 분수대 앞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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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친구가 쓰러져 있네요. 아마도 물길에 넘어지지 않았나 싶네요. 그래도 웃는 걸 보니 무척이나 재미난 모양입니다. ⓒ 권성권
지금은 나이든 탓에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좀체 물 속으로 들어갈 수도, 물 속에서 뛰어놀 수도 없다. 몰고 가던 차를 한 쪽 길모퉁이에 세우고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도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나마 빨간 신호등 앞에서 차를 멈춘 채, 그 분수대 앞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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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로 재기를 차고 있는 듯한 아이 같지 않나요? 실제로 그런 모습이라면 정말로 진풍경이겠죠? 물재기를 차는 모습이니깐요? ⓒ 권성권
그렇지만 그것도 잠깐 뿐이다.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면 차는 어김없이 길을 떠나야 한다. 정해진 차도 위를 달리는 인생의 수레바퀴를 힘껏 돌리며 가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신호등이나 인생차량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오직 분수대 앞 물의 속도에 맞춰 웃고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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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가 재밌는지, 꼬마 녀석 하나가 사내 녀석들 뒤에서 킥킥거리며 웃고 있네요. 무엇이 재미가 있어서 그럴까요?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신나게 분수놀이를 하는 데 방해가 될까봐서요. ⓒ 권성권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 올 여름도 분명 찜통더위가 될 것 같다. 이런 때에 도심 속 분수놀이로 찜통더위를 날리는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른들 마음은 한결 시원해질 것이다. 더욱이 지금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 모습 속에서 옛 추억까지 떠올릴 수 있으니 그 또한 좋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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