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혼에 물든 단오

'굴원 정신 어디로 갔나' ... 십만원 호가하는 종자 등장

등록 2007.06.17 09:27수정 2007.06.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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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오(19일)의 전통 음식인 종자(綜子 종즈)가 중국 특유의 상혼에 물들어가고 있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춘지에(春節) 월병에 버금가는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 종자의 문제는 올해 두드러진 현상으로 내년이 되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a 호텔 로비에 종자 매장을 만든 선양 호텔의 모습

호텔 로비에 종자 매장을 만든 선양 호텔의 모습 ⓒ 조창완

지난 15일 기자가 들른 선양(沈陽) 상마오판디엔(商貿飯店)에서는 호텔의 로비에 특별 전시장을 차려 놓고 단오날의 전통 음식인 종자를 팔고 있었다. 대나무 잎에 찰밥을 넣어서 만든 종자는 소박한 중국 음식의 하나로 저지앙 지아싱(嘉興) 등지에서 특히 유명하다.

그런데 기자는 팔고 있는 종자의 가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장 비싼 종자가 한 세트에 1488위안(우리돈 18만원 가량)으로 종자의 가격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반 종자는 1.5위안 전후고, 좀 비싼 종자라고 해도 하나에 3~4위안이 보통인데 10여개 종자가 들어가는 세트치고는 너무 비쌌다.

그런데 안을 살펴보니 대략 가격을 이해할 만 했다. 고가의 종자는 전복 종자, 삭스핀 종자 등으로 고급 재류를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종자는 찹살로 된 밥에 고기나 팥, 밤, 대추, 버섯 등을 넣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호화종자의 경우 전복, 해삼, 삭스핀은 물론이고 프랑스식 거위간 종자, 해삼종자 등으로 내용물의 종류를 늘렸고, 또 포장지도 원래의 포장재료인 대나무 잎 위에 원형이나 육각형 등 다양한 형태의 포장을 거친 후 고가의 월병으로 변했다.

a 멱라수에 투신한 굴원의 시신을 빨리 건진데서 유래된 용주 경기

멱라수에 투신한 굴원의 시신을 빨리 건진데서 유래된 용주 경기 ⓒ 조창완

문제는 이런 상혼이 단오의 근본 정신을 왜곡하는데 있다. 종자가 생긴 유래는 멱라수에 몸을 던진 굴원을 구하는데서 유래됐다. 굴원이 몸을 던지자 사람들은 종자를 강에 던져 고기들이 굴원의 시신 대신에 종자를 먹으라는 데서 유래했다. 또 빨리 배를 저어서 시신을 건지는데서 유래한 용주(龍舟) 경기가 가장 중요한 전통인데, 고가의 종자를 파는 상혼이 판치면서 단오 정신의 오염이 이야기 되고 있다.

고가의 종자 문제는 사실상 지난해 시작됐다. 지난해 난징(南京)의 한 호텔에서 1988위안의 ‘전복와인종자’(鮑魚紅酒相伴粽)를 팔아서 문제가 됐는데 올해는 이 상술이 보편화되어 가면서 대부분의 호텔들이 앞 다투어 고가의 종자를 팔기 시작했다. 기자가 본 선양을 제외하고도 따리엔의 한 호텔에서도 1088위안짜리 종자를 팔고 있다.


a 비싼 월병을 닮아서 값이 비싸진 종자를 비판한 기사

비싼 월병을 닮아서 값이 비싸진 종자를 비판한 기사 ⓒ 신문기사캡처

이런 고가 종자는 뇌물이나 부정부패의 한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

호화 종자가 벤치마킹한 것은 바로 월병이다. 춘지에 음식인 월병은 비교적 소박한 먹거리였는데 호텔이나 대형 음식점에서 자기 회사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고가의 월병을 내놓으면서 지금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월병이 줄을 잇는 게 현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중국문화웹진 노마드(http://cafe.daum.net/chinaalj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중국문화웹진 노마드(http://cafe.daum.net/chinaalja)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자 #월병 #중국 #단오 #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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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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