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중립 위반을 둘러싼 발언이 연일 화제다. 그와 맞물려 한나라당 이명박 전시장과 박근혜 전대표의 검증공방, 범여권의 대통합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국내정치권의 모든 사안들이 이와 맞물려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마다 찾아오는 대선이라는 정치게임에 몰두해 한국사회 전체가 정치 과잉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시기가 돌아온 것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후보들은 진정한 절대 권력으로 가기 위해 각종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후보들은 각자 정책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요체는 대부분 같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원칙과 신뢰, 한반도평화, 사회통합, 그리고 공공선의 실현을 통한 정치와 경제의 발전이 그것이다.
모두 좋은 말들이다. 조금 거칠게 보자면 한국사회에서 절대무비판적인 영역에 들어있는 담론일지도 모르겠다. 이를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를 이루고, 정당정치의 제도화가 확립되며,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통해 경제발전마저 이룬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모두 목표는 비슷하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국 한국정치에 대한 이해는 권력욕구와 감정정치에 대한 성찰 없이는 요원하다. 이는 비단 한국정치 뿐 아니라 인간이 정치를 하는 어느 곳이건 통용되는 말일 것이다. 마키아벨리즘적이라고 비판한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한국저널리즘에서 권력과 감정은 철저히 배제되어 왔던 담론들이었다.
이에 대해 전북대 강준만 교수도 "윤보선-장명, 김영삼-김대중의 갈등을 이념과 이해관계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는 분명 감정상의 문제도 큰 몫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치를 하며 대권을 꿈꾸고, 그 과정에서 도도한 역사의 흐름에 직접 발을 담그고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 이미 정치인으로서의 욕구는 설명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천 등 모든 것에서 승자독식주의가 만연해 있는 정치풍토는 올인전략을 감행케 하고, 결국 이는 정치인 스스로를 광기로 몰아넣어 극한의 감정대립으로 몰아간다. 인정하기 싫지만 자명한 사실이다.
요즘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결국은 권력에 취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정이다. 결국 한나라당에서 후보가 나오고, 범여권에서 후보 한명이 나와 1:1 구도로 갈 것이다. 지금이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원칙을 지키고 포용하는 통 큰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인지, 결국은 마키아벨리즘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을 감출수가 없다.
"주류가 아무런 근본적 인식 없이 그냥 거죽만 보고 한 방향으로 쏠릴 때 나는 항상 경계하고 중심을 바짝 다잡도록 경고했다"라는 리영희 선생의 충언이 떠오르는 것은 비단 필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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