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새떼 떠나고 주민은 병든 '새만금'

물막이 공사 1년, 새만금은 지금...

등록 2007.06.18 11:18수정 2007.06.1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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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새만금 환경변화 모니터링 심포지엄>
지난 13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 <새만금 환경변화 모니터링 심포지엄>월요신문
지난해 3월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대법원의 '사업 타당성 인정' 판결은 사업폐지를 주장하던 시민환경단체들을 깊은 절망속으로 몰아넣었다. 일각에서는 행동 대신 법에 맡긴 환경단체들의 무능력을 지적했고, 이는 환경론자들의 패배주의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권 들어 환경단체들은 잇따른 정부와의 싸움에서 연패했다. 경주에 핵폐기장이 들어서는 걸 지켜봐야만 했고, 천성산 도룡뇽도 여스님의 단식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마지막 기대를 모았던 새만금 간척사업도 법원이 농지조성과 용수개발의 목적을 인정하면서 결국 지난해 4월 방조제가 연결돼 바닷물이 막혀 버리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도요새 물새 10만여 마리 생태계 떠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새만금을 지키던 사람들은 큰 절망 속에서도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지난 13일 오후 2시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교육장에서는 '새만금 화해와 상생을 위한 국민회의'(이하 국민회의) 주도로 새만금 지역의 방조제 연결 이후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예상대로 방조제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오염이 심화됐고, 갯벌은 예전과 달리 모습이 변했다. 여름이면 찾아오던 물새마저 발길을 끊었다. 국민회의는 "새만금 갯벌이 말라비틀어지기 전 지금이라도 방조제 일부 구간을 다시 터서 교량으로 만들고 해수유통을 확대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새만금 간척지 개발을 위한 특별법 통과에 목을 내놓고 반대로 토건 열망을 불태우고 있다.

"물은 그냥 흐르는 대로 놔둬야지, 그렇지 않으면 썩는다". 한 환경단체 인사의 말이다. 새만금 역시 물길을 막은 후로 심각한 환경재앙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방조제 안쪽의 동진강, 만경강 주변해역의 수질오염이 심각한 걸로 드러났다. 전승수 전남대 교수의 발표에 의하면 동진강과 만경강이 유입되는 지점의 DO(용존산소량)가 낮고, 반대로 COD(화학적 산소요구량)와 영양염류가 높게 나타나 유입하천의 수질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물의 양을 나타내는 COD가 해역수질환경기준 3등급(4 ㎎/ℓ) 이상이면 생물이 잘 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전 교수는 "이 정도면 공업용 냉각수로 밖에 쓸 수 없다"며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해수의 순환이 안 돼 동진강, 만경강 주변해역의 염분농도도 낮아졌다. 전에 바다였던 것이 점차 내륙화 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저질 COD와 산 휘발성 황화물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물길이 사라진 해역에서는 오염진행도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조제 외곽도 마찬가지다. 김 양식과 수문개방 시 빠른 유속에 의해 주변해역의 유기물침전들이 쌓이면서 신시도 부근에서는 감열감량(물·이산화탄소·이산화황·암모늄염·할로겐화알칼리 등의 합계량으로 철·망간·황화물 등은 산화물로 변함으로써 증가)과 BOC·COD가 높게 나타났다.


바닷물 오염의 징후는 동물 플랑크톤 증가로 적조현상으로 확인된다. 물막이 공사이후 동물 플랑크톤은 출현 개체수가 24~30개로 급격히 증가했다. 방조제로 인해 동물플랑크톤의 풍도와 종 조성에 영향을 미친 듯 사료된다.

해류변화로 인한 방조제 외측 연안퇴적층의 형태도 변화되고 있다. 물막이 공사 전 전형적인 모래갯벌이던 대항리와 하섬 앞은 니질성분이 많아진 혼합갯벌로 변해 동죽이 잡히기 시작했다. 위도 치도리 역시 니질 성분이 높은 혼합갯벌 서식종인 개맛이 바지락양식으로 몰리는 것이 확인됐다. 새만금 지역의 어민들은 전통적으로 백합채집으로 생계를 꾸렸으나, 생태계 변화로 어쩔 수 없이 일손을 놓을 상황이다.

방조제 외측의 해수욕장과 모래갯벌도 퇴적물 유입통로가 막혀 향후 침식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고사포 해수욕장과 남서쪽 하섬 내측과 대항리 하부갯벌 및 조하대 해역은 조류의 속도 감소로 세립질 퇴적물 집적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새만금 갯벌에서 생물들의 숨쉴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자 때 되면 찾아왔던 도요?물떼세도 지난 5월 중반 이후 발길을 끊었다. 물막이 공사 전 새만금 갯벌에는 대략 40만 마리의 도요?물떼새가 중간기착지로 이용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생태 조성지였다. 그러나 조사 결과 2006년 17만6955마리에서 2007년 5만1742마리로 70.8%나 감소됐다. 민감한 새들이 새만금의 오염을 먼저 눈치챈 것이다.

"새만금 주민들 우울증... 개발독재 국가폭력 때문"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안을 비판하는 최봉석 동국대 교수.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안을 비판하는 최봉석 동국대 교수.월요신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주변환경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도 발표됐다. 공사가 진행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주민들은 깊은 상심에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물막이 공사 후 갯벌에서 손작업으로 생합을 캐던 아낙네들의 고통이 심했다.
물때에 따라 작업시간만 달라질 뿐 연중 쉬는 날이 없던 사람들은 이제 농촌 공사가 배수갑문을 열 때와 닫을 때를 구분해 일을 나서고 있다.

손으로 작업을 했던 여성어민들은 가뭄에 콩 나듯 물길이 열릴 때를 기다려 갯벌에 나갈 뿐이다. 새만금 지역 거전마을의 A라는 여성은 물막이 공사 이후 백합 채취량이 50% 감소했고, 판매수익도 30~40%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악순환에서 여성어민들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김준 목포대학교 연구교수는 "술로 우울증을 달래는 '트라우마' 징후를 보이는 주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는 개발독재의 국가폭력에서 비롯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상가 주민들도 새만금 사업 이전 월 소득 평균 570여만원에서 물막이 공사 완료된 후 2006년 4월 이후 소득이 200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생계가 막막해지자 주민들 간 갈등도 빈번하고 심지어는 쌓인 부채를 갚지 못해 자살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주민들을 위한 전문적인 컨설팅을 비롯한 현실적인 생계지원 대책이 절실하고, 심리적 치료도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개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북에서 추진 중인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당연했다.

최봉석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은 새만금 지역에 대한 개발 및 이용 등에 관해 전라북도에 전속적인 관할권을 부여하는 한편, 현행 제반 관계법령과 법리를 뛰어넘어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의 특례를 부여하는 법안"이며 "대한민국의 법치주의와 헌정질서를 위반하는 반헌법적 오류"라고 비난했다. 앞으로 국민연대의 활동도 국회 새만금특별법 통과 저지에 힘을 모을 계획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지자체의 요구가 거센 터라, 환경 옹호단체로서는 이번 역시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주간지 <월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주간지 <월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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