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여중생을 감금하고 6개월 동안 천 여명이 넘는 남성과 성매매를 강요한 일당이 붙잡혀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피의자들이 주로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해 손쉽게 성매수자를 모집한 것으로 알려져 부실한 성매매방지 시스템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3년, 일각에서는 집창촌을 규제함으로써 오히려 음성적인 성매매가 늘어났다는 이른바 ‘풍선효과’ 이론을 제기한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도 이런 부정적인 영향 안에 있다. 더욱이 인터넷 공간은 익명이 요구됨으로써 성매매 현장을 목격하지 않는 한 경찰 단속의 한계가 있다. 최근 이런 점을 악용해 인터넷 상에서는 성매매 알선 사이트까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그전까진 일부 성인 채팅사이트와 인터넷 카페 등이 불법 성매매의 창구로 알려졌으나, 최근에 생긴 사이트들은 드러내놓고 성매매를 알선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에 고심중이지만,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를 차단하기가 쉽지 않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수시로 IP주소를 바꾸거나 도메인을 변경해 단속망을 피해가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월 포털사이트에서 음란동영상이 발견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자 해외 불법 사이트에 대한 DNS 서버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발빠른 네티즌들이 차단된 DNS 서버를 우회하는 주소를 알아내고 아예 차단방지 프로그램을 설치, 손쉽게 접속하면서 정부 대책을 비웃고 있다.
지난 13일 기자는 한 시민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성매매 알선 사이트를 광고하는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성에게 섹스 파트너를 소개해준다는 이 사이트는 20대 여성 회원의 프로필을 올려놓고 남성들의 손길을 유혹하고 있었다.
게시글에 나온 대로 사이트 주소를 입력했다. 그러나 ‘서버를 찾을 수 없다’는 표시만 뜨고, 실제 사이트로는 접속이 안 됐다.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놓고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이트가 존재할 리 만무했다. 간혹 성인 채팅 사이트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음성적으로 성매매 알선 행위가 이뤄진다는 사실은 뉴스를 통해 전해들었으나, 광고까지 하면서 불법 영업을 한다는 데 믿음이 가질 않았다.
어떤 누리꾼의 장난이다 싶어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 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겨 검색이 잘 된다는 ‘구글’을 통해 문제의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했다.
인터넷 성매매 공식 영업 중
여기저기서 똑같은 홍보문구가 담긴 페이지가 쏟아져 나왔다. 장난이라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게시판을 통한 불법성 광고가 행해지고 있었다. 그 중 한 곳에 들어가 봤다. 게시판에는 이 사이트 광고 뿐 아니라 성매매를 알선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는 다른 사이트 광고도 존재했다. 홍보 문구대로 주저 없이 hxx 사이트라는 곳에 들어 가봤다. 이번엔 접속이 잘 됐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이트는 광고 내용처럼 여성회원을 검색하고 돈을 지불해 즉석 만남을 알선했다. 사이트 이용안내에는 어떻게 ‘조건만남’이 가능한 지 상세하게 소개됐다. 먼저 여성회원은 남성과 달리 가입비가 무료였다.
남녀 회원간에 만날 시간과 장소가 합의되면 여성회원은 비용을 제시하고, 남성회원은 자체 결제 프로그램에서 돈을 지불해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이다. 이때 사이트 운영자는 입금한 돈의 20%의 수수료를 가진다. 사실상 포주의 역할과 다를 게 없다.
알고 보니 이러한 성매매 알선 사이트는 이 곳 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h모 사이트는 자신들이 “미국법에 의해 미국에서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설립된 회사”라며 한국과 달리 불법성이 없다고 소개한다.
그러나 자신들은 정당할지 모르나 회원들은 성매매가 이뤄진 순간 특별법에 의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이 사이트는 또 “여성회원들이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급전이 필요한 여성들의 성매매를 조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눈 뜬 장님’처럼 속수무책이다. 담당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요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때문인지 공보실을 통해 취재허락을 받으라면서 막상 정식 절차를 거쳐 문의해도 여태껏 전화 한 통 없다. 오로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정통윤)와 정보통신부 담당 공무원만이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사이트 단속의 한계’를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 성매매와 관련된 인터넷 신고건수는 지난해 2158건, 그러나 올해 들어서만 4348건이 발생했다고 정통윤 관계자가 설명했다. 성매매특별법과 올해 이뤄진 온라인상의 음란물 처벌 조치를 무색케 하는 숫자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서 전송되는 불법 사이트에 대해서는 망 사업자의 협조를 통한 DNS 서버를 차단하고 있지만, 해외사이트 운영자를 처벌할 법적 조치가 미약하다”고 밝혔다.
불법사이트 DNS 차단 '한계
이처럼 정부가 불법 해외사이트 유입에 DNS 서버 차단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이를 피해갈 수 있는 해당 사이트에 대한 우회 주소와 차단방지 프로그램을 설치해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불법 사이트에 접속한다. 최근엔 정부의 불법사이트 접속차단에 대항하는 ‘성의 자유와 평등을 위한 시민연대(코프리넷)’란 이름으로 인터넷홈페이지를 개설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곳에선 DNS 우회툴을 제공해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곳 게시판에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했다는 의견이 쇄도한다는 점이다. 돈만 지불하고, 즉석 만남은커녕 전처럼 로그인도 안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관계를 확인할 순 없으나, 당국의 빠른 개입이 절실해 보인다.
정통부 관계자는 DNS 차단 방식의 허점을 인정하며 “빠른 시일 안에 망 사업자와 협의해 우회 접속 때도 차단이 가능하고 도메인의 하위 디렉토리 차단까지 가능한 URL 차단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망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데 따르는 비용 투자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정확한 도입시기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해외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어렵다. 방법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접속을 차단하는 길뿐인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의 특성이 정부의 성매매 단속 의지를 조롱하는 꼴이다. 모든 국민을 범죄자 혹는 피해자로 만들지 않으려면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불법 성매매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주간지 <월요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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