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방송은 직무유기"
"미국언론 철저히 국익대변"

[현장]국내 언론학자, 한미FTA 협상과 언론보도 세미나서 제기

등록 2007.06.18 21:23수정 2007.06.1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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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국내 언론 보도가 국민에게 협정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신문의 경우 한미FTA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나 처방에 대한 기사가 부족했으며, 방송 역시 사회공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미국언론은 한미FTA 협상 보도에서 깊이있는 정보 전달에 치중했지만, 대부분 미국 국익 중심의 보도 태도를 유지했다.

반현 교수팀(인천대)과 우형진 상지대교수, 김성해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 등은 18일 오후 한국언론재단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한미 FTA 협상과 언론보도'란 주제의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들 연구팀은 최근 3개월여 동안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등 4개 신문사의 FTA 관련 기사 462건과 지상파 방송 3사의 기사 1009건을 분석했다. 미국 언론의 경우 <뉴욕타임스>와 AP통신, 휴스톤크로니컬 등 15개 전국 또는 지방지의 103개 기사를 조사했다.

[신문] <조선>,<동아>는 찬성, <한겨레>,<경향>은 반대기사 많아

우선 국내 신문 보도태도. 4개 종합일간지(조선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의 한미FTA 기사 462건 분석 결과, 기사완성도가 높은 기사는 96건(20.8%)이었다. 완성도는 한미FTA의 진단과 처방 내용이 모두 포함돼 있는 기사를 뜻한다. 반면에 진단이나 처방 없이 시위 등 단순 보도 기사가 121건(26.2%)를 차지했다.

반 현 인천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단순히 한미FTA 협상 과정을 전달하는 단신 보도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면서 "한미FTA가 어떤 것인지, 정확한 진단속에 처방을 내리고 전망하는 기사를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결국 한미FTA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충분한 의미화 과정(sense making)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언론사에 따라 보도 태도 역시 큰 차이가 있었다. 물론 이들 신문 대부분은 언론 보도의 객관성을 위해 중립적인 태도의 기사를 많이 실었다. 하지만 언론사의 이념적 성향이 나타나는 기사에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찬성쪽 보도가 많았다. <조선일보>는 중립적 기사 79건(66.9%), 찬성기사 33건(28%)이었다.

반면에 진보적 색채가 강한 <한겨레>의 경우 중립적 기사가 55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반대쪽 기사도 42건으로 41.6%를 차지했다. <경향신문>은 반대쪽 보도가 더욱 두드러졌다. 중립적 기사는 16건에 그쳤고, 반대쪽 기사가 59건(42.8%)으로 가장 많았다.

반 교수는 "조선,동아,한겨레 등의 경우 중립적 태도의 기사가 가장 많았지만, 경향은 반대쪽 기사가 가장 많았다"면서 "한국 신문이 자사의 이념적 경향에 따라 한미FTA에 대한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도 관점도 신문마다 약간씩 달랐다. <조선일보>는 경제적 실익과 한미동맹 강화에 중점을 둔 보도가 주를 이뤘다. 경제적 실익이 43건(46.3%)으로 가장 높았고, 주로 한미FTA 반대 집회의 시위 보도가 36건(30.5%)으로 뒤를 이었다. <동아일보>도 경제적 실익을 많이 다뤘다.

<한겨레>는 단순 보도(23.8%)가 가장 많았고, 경제적 손실(14.9%)과 경제적 실익(12.9%)를 다룬 기사가 뒤를 이었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경제적 손실과 이득을 집중 부각했다. 기사 건수도 38건(27.5%)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석 실익도 26건(18.8%)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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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일 오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한미FTA 협상타결 발표 기자회견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무역대표부 부대표를 비롯한 한미 양측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방송] 정부가 비난했던 KBS와 MBC 보도, 오히려 정부쪽 손 들어

방송은 어떨까.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단체 등은 국내 방송3사가 한미FTA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반대로 정부는 한미FTA관련해 일부 방송 프로그램과 뉴스가 편파적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번 언론재단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보다는 시민사회단체쪽 주장에 좀더 설득력을 실어주고 있다. 우형진 교수팀(상지대 언론광고학부)이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해본 결과, 정부가 비난했던 KBS와 MBC의 보도태도는 오히려 정부쪽 기대에 부응했다.

KBS의 경우 한미FTA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 태도(29.2%)가 부정적인 것(18.1%)보다 훨씬 높았다. MBC도 부정적인 보도는 7%에 불과했고, 단순보도가 90%에 달했다. SBS의 경우는 긍정적 보도(34.9%)와 부정적 보도(32.2%)가 비슷했다.

특히 민영방송인 SBS의 경우 타 방송사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한미FTA에 대한 찬성과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우형진 교수는 "협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방송이) 국민에게 미칠 중요한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사회공론의 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이어 "이번 보도 분석에서 가장 핵심은 지상파 3사의 직무유기와 후속서비스"라며 "재협상 등 현재 진행중인 한미FTA에 대한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정보전달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신문] 미국 이익 위해 일관되게 찬성

미국언론의 경우는 국내 언론보도와 사뭇 달랐다. 보도 양에서는 국내 언론보다 훨씬 적었다. 하지만 대부분 단순 정보전달보다는 분석,해설기사가 주를 이뤘다.

김성해 언론재단 연구위원이 미국언론의 한미FTA 관련 기사 103건을 조사한 결과, 분석해설기사 빈도수가 89건으로 86.4%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칼럼과 사설이 차지했고, 단순사실 전달은 거의 없었다.

또 이들 미국신문들의 경우 취재원을 한국보다는 미국 정보원과 정부관료에 의존했으며, 대부분 미국 국익에 따른 '찬성'쪽 기사가 많았다. 또 <뉴욕타임스> 등 전국지의 경우는 주로 '한미동맹강화'와 '글로벌 가속화'를 강조했고, 지방지의 경우는 '경제적 손실이나 이득'에 초점을 맞춘 기사를 생산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언론은 한미FTA를 '흥미'보다는 깊이있는 '정보'전달에 치중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그럼에도 기사에선 한국보다는 미국 정보원을 선호하면서 본질적으로 '국적'언론의 한계도 드러냈다"고 밝혔다.

김수정 연구원(인천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은 "미국신문은 이번 보도 과정에서 일관되게 미국 국가 이익을 위해 한미FTA를 찬성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한미FTA에 대한 단순 사건 중심의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한국언론은 한미FTA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포함한 완성도 있는 보도를 하지 못했다"면서 "반면 미국신문은 상대적으로 완성도 있는 보도를 함으로써 국민들의 의미화 과정에 도움을 주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미FTA #언론보도 #국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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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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