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의대회 참가자들의 등에는 모두 '특수고용 노동3권 쟁취'라고 쓰였습니다.오마이뉴스 안윤학
사람대접을 못 받는 것은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장이 '회사 나가라'고 하면 당장 다른 일터를 알아봐야 합니다. 해고 통지가 부당하다 해도 일반 노동자들과는 달리 노동위원회나 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퀵 서비스맨은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개인 사업자와 가깝다고 하더군요. 노동자도 아니고 사업자도 아닌 사람들, 바로 특수고용직 노동자입니다.
특수고용직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습니다. 게다 주로 계약직인 탓에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 살고 있습니다. 레미콘·화물차 운전기사, 대리 운전기사, 학습지 선생님,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모집인, 간병인 등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입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정해진 사업장의 근로 지시에 따라 일을 하고 임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일반 노동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업자에 가깝다고 해서 넉넉한 살림을 꾸리는 것도 아닙니다. 하루 12시간 동안 일해도 한달에 100만 원 이상 벌기가 어렵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침 8시부터 밤 11~12시까지 일하는 동료들도 많습니다.
퀵 서비스는 지입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사에 매달 40~60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합니다. 여기에 기름값, 오토바이 수리비까지 쓰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퀵 서비스맨들은 한번 다치기라도 하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아이 교육비만 해도 허리가 휠 정도입니다. 일을 해도 빚만 늘어갑니다.
'노동3권'이 희망... 그러나 특수직 보호법엔 '단체행동권' 빠져
그럼에도 제겐 희망이 있습니다. 바로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 것입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도 정상적인 노사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면, 열악한 노동 환경을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정부가 이달 의원입법 형식으로 제출(열린우리당 김진표 의원 대표 발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특수고용직 보호법)'에는 '단체행동권'이 빠져 있습니다. 특수고용직을 '노동자와 자영인의 중간'으로 규정해 집단행동을 봉쇄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 통과된다면, 노동자들의 단결권·단체교섭권마저 무력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노동위원회의 직권중재에 의존할 경우, 사용자 측의 입장만 관철되는 폐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저를 비롯한 퀵 서비스맨들은 지난 18일 오후 2시께 서울 마포대교 남단 교차로에 섰습니다. 올 들어 가장 무더운 날씨였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특수고용직 노동자 노동기본권 쟁취 결의대회'에 힘을 모으고 싶었습니다. 건설, 학습지, 경기보조원 노조 등 1만 여 특수고용직 노동자들과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우리들은 이날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 생존권 보장 ▲단체행동권 포함 노동3권의 완전 보장 ▲비정규직 관련법 무효화 및 전면 재개정 등을 촉구했습니다. 200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생활고와 빚더미에서 벗어나는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