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의 아이러니한 풍경

이영동 사진전 '친절한 임진각' 리뷰

등록 2007.06.19 20:52수정 2007.06.1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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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임진각’시리즈 ⓒ 이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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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임진각’시리즈 ⓒ 이영동

한국사회는 급속도로 빠르게 사회적 변화를 겪어왔다. 서구의 경우 여러 세기에 걸쳐서 이룩된 산업화, 서구화, 도시화, 자본주의화가 한국에서는 수십 년 만에 이루어졌고, 불과 반세기 만에 극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로 진입했다. 한국전쟁 이후의 세대들은 전통적인 것보다는 서양에서 유입된 문화와 생활양식에 더 익숙해져 있고 정신보다는 물질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사진가의 작품 주제와 작업 방향은 작가의 관심사나 성격, 정체성에 따라 정해진다. 사진가는 사적인 것 혹은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것을 사진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작업주제로 삼기도 한다. 그런 작업엔 사진가의 역사관이나 세계관이 잘 나타난다. 사진작품의 설득력은 작가의 삶과 관계된 내면이 충실히 드러나거나 사진가의 세계관이 명징하게 보일 때 가지게 된다.

사진의 역사에서 언급되는 많은 사진가들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거나 세상 밖 사물에 대한 발언을 함으로써 사람들의 감동을 일으킨 것을 우리는 안다. 자신과 주변을 사진으로 표현 한 대표적인 작가 중의 한 사람이 낸 골딘이다.

그녀는 자신과 친구들의 성적인 욕망과 그와 관계된 상황들을 일기 쓰듯이 남겼다. 그리고 로버트프랭크나 마틴파와 같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 대한 느낌과 견해를 사진으로 드러냈다.

사진작품은 사진가의 직·간접적 경험과 철학과 느낌을 기록하고 표현 한 최종 결과물이다. 따라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오려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사진가의 관심과 사랑이 바탕 이 되고 그 위에 인문학의 학습을 통해서 세계관과 미적인 주관이 확립 되어야 가능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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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임진각’시리즈 ⓒ 이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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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임진각’시리즈 ⓒ 이영동

이영동은 사진을 표현 매체로 사용한 지 얼마 안 된 작가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주관과 신념이 분명하고 사진에 대한 견해가 뚜렷하다. 그는 우연히 간 임진각에서 벌어지는 어떤 모순적인 상황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자신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기록하였다.

이영동이 찍은 임진각 사진을 보면 그 곳이 민족분단의 아픔을 상징 하는 곳이 아니라 마치 어느 유명 유원지의 놀이터처럼 느껴진다. 사진엔 남북 분단의 상징적 조형물도 보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놀이 기구를 타고 즐겁게 노는 사람들도 있고, 잔디밭에서는 연 날리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오토바이 동호회원의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 임진각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바이크 족과 같은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보인다. 대부분 방문객의 옷차림은 관광지나 바닷가를 찾은 휴양객들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화려한 컬러에 자극적인 패션도 쉽게 볼 수 있다.

이영동은 임진각이 분단이란 역사의 상징적 공간에서 놀이공원으로 변화 된 것에 주목하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아이러니를 사회적 시선을 따라 객관적으로 기록했다. 그럼으로써 오늘날 자본과 이익창출이란 자본주의적 논리가 한국사회를 어떻게 움직여 가는지를 다시 환기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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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임진각’시리즈 ⓒ 이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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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임진각’시리즈 ⓒ 이영동

그는 특정한 상황이나 사람들을 강조하여 촬영하기보다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여 촬영하였기에 여러 가지 상황들이 혼재 되어, 사진 한 장 한 장은 복잡해 보이고 앵글과 프레임이 정리 되어 있지 않다. 그것은 변화된 임진각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시선 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객관적으로 주시하고 가능한 중립적인 태도로 기록하려 노력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최종 결과물에서는 작가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강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사진가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특정한 상황을 기록한다 해도 어떤 대상을 사진 찍는다는 행위 자체가 이미 주관적이고 사적인 사고가 낳은 결과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엔 완전한 객관적 사진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영동은 역사의식과 사회의식이 투철한 작가다. 그것의 결과가 이번 임진각에 대한 다큐멘트(Document)이다. 누구나 임진각에서 이영동이 접한 상황들을 볼 수 는 있지만 그가 느낀 것을 누구나 느낄 수는 없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그가 찍은 사진에 대한 관람객의 반응이 몹시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기간: 2007-06-20~2007-06-26 장소: 갤러리 나우

덧붙이는 글 기간: 2007-06-20~2007-06-26 장소: 갤러리 나우
#임진각 #갤러리나무 #이영동 #사진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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