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꽃과 그리움

사랑하는 마음의 또 다른 표현

등록 2007.06.20 18:56수정 2007.06.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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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꽃이네.”

보석처럼 빛나고 있는 영롱한 모습이 가슴에 와 닿는다. 빨간 색의 꽃이 그렇게 매혹적일 수가 없다. 선생님을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석류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석류를 본 지가 언제였던가. 고향을 떠나 온 뒤로는 보지 못하였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조우하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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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 정기상

석류꽃을 바라보니, 그리워진다. 고향을 떠난 지가 얼마나 될까 헤아려 보니, 어언 14 년이 지나가버렸다. 무심하게 지나가버린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훌쩍 훌쩍 뛰어 넘어가고 있다. 월요일인가 하면 토요일이고 1일인가 하면 어느 사이에 말일이 되어 있다.

고향집 마당에는 나무들이 많았다. 태산목을 비롯하여 앵두나무 그리고 포도나무 등 종류별로 다양하게 심어놓았다. 꽝꽝이 나무에는 곤충들이 들끓어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계절마다 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싱그러움을 주던 기억이 새롭다. 나무들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었다.

석류꽃이 피어나면 힘이 솟았다. 우선 원색으로 빛나고 있어서 좋았다. 혼합색깔은 왠지 순수하지 않다. 원 모습을 감추며 진실한 모습을 은폐하려는 것 같아서 싫다. 그런데 꽃은 그렇지 않다. 빨간 색으로만 햇살에 빛나는 그 자태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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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상

석류꽃은 5~6월에 피어난다. 9~10월에 열매를 맺는 것이 보통이다. 겨울철에는 줄기가 얼지 않도록 짚으로 동여매주어야 한다. 씨앗보다는 잘 자라는 석류의 가지를 잘라 삽목하는 것이 좋다. 석류는 약용이나 식용으로 쓰이고 관상용으로도 아주 좋다. 특히 노화 방지에 아주 좋은 효과를 낸다고 한다.

석류꽃에 고향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어린 시절 친구들의 얼굴까지 그리움 안에 숨쉬고 있다. 살아가다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꽃을 떠올리게 되면 위로가 된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가 있다.

석류는 이제 그리움이 된 것이다. 꽃을 그리워하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온해진다. 힘든 정신이 싱그러움을 불어 넣어준다. 눈을 감고 젖어 있으면 고향 집의 정경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생각에 잠기게 되면 감미로움이 옹달샘에서 샘물이 솟듯 솟구치는 것이다. 온 몸에 은은함이 휘감아 내리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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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 정기상

그리움이 달콤한 이유는 아직도 사랑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끝나버린 사랑이라면 그리움은 이미 그리움이 아니다. 화산의 불길처럼 타오르는 열정은 사그라졌지만 아직도 사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추억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그리움에는 감미로움이 넘치는 것이다.

그리움은 나이를 먹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리움이 있기에 노쇠해진 육체의 박탈감에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노인에게 있어서 그리움이 없다면 살아갈 힘 자체를 상실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만큼 그리움은 아름다운 것이고 빛나는 것이다. 찬란하거나 현란하지는 않지만 깊은 곳으로 배어드는 삶의 향이 솟는 것이다.

그리움에 사랑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면 이미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과거의 편린일 뿐이다. 거기에는 감미로움이나 달콤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연함으로 아픔을 키울 뿐이다. 떠올릴 때마다 아물어가던 상처가 되살아날 뿐이다. 가슴이 미어지고 슬픔이 파도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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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또 다른 표현 ⓒ 정기상

견뎌야 하는 고통이 아무리 커도 아직 사랑이 계속되고 있다면 그것은 그리움이다. 지난날의 상처가 다시 후벼져서 피가 철철 난다고 하여도 그것은 감미로움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미움이나 아픔까지도 사랑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움에 젖어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으면 그것은 추억일 뿐이다.

그리움은 결국 사랑이다. 사랑하는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리움은 아름다운 것이고 삶에 있어서 우뚝할 수가 있는 것이다. 사랑이 살아 있고 생동감 있게 지속되고 있기에 그리움은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월에 삭혀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태에서 그리움이 없다면 얼마나 삭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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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 정기상

석류꽃이 가슴에 와 닿으니 힘이 시나브로 솟아나고 있다. 고향 하늘이 떠오르고 어머니의 사랑이 간절해진다. 석류꽃에는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과 유년 시절의 이야기가 그대로 간직되어 있다. 선생님을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는 길에 만난 석류꽃은 그리움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꽃이 보석으로 빛나고 있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전주시에서 촬영

덧붙이는 글 사진은 전북 전주시에서 촬영
#석류 #고향 #나무 #사랑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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