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전격 평양행... "잃어버린 시간 메울 것"

북·미관계 급진전 가능성, 4년 8개월만에 국무차관보 방북

등록 2007.06.21 11:19수정 2007.06.2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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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1일 오후 4시 25분]

21일 방북하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21일 방북하는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권우성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21일 낮 12시 35분 평양에 도착했다고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힐 차관보는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잃어버린 시간을 메울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신보>는 전했다. 북측에선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힐 차관보 일행을 마중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미 국무성 차관보 크리스토퍼 힐과 그 일행이 21일 비행기로 평양에 도착했다"며 힐 차관보의 방북 소식을 신속하게 전했다.

힐 차관보는 공항에서 <조선신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지역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왔다"며 "우리는 6자회담 과정을 진전시킬 것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올해 봄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메울 것을 희망한다"며 "이번에 좋은 토의를 할 수 있을 것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신보는 "미국의 현직 6자회담 수석대표가 조선을 방문하기는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조선측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있었던 작년 6월 힐 차관보를 평양에 초청했으나 미국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그간의 경위를 설명했다.


힐 차관보는 22일까지 평양에 머물 예정이다. 그의 이번 방북은 6자회담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초청이나 전례에 비춰볼 때 북한 외교의 '실세'인 강석주 제1부상과도 회담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1신 보강 : 오후 4시 19분]


북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21일 평양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부터 중국과 한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했던 힐 차관보는 이날 일본에서 한국으로 다시 들어온 뒤 오전 11시20분경 오산기지에서 평양을 향해 떠났다고 한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힐 차관보는 낮 12시30분께 평양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평양에서 1박하면서 김계관 외교부 부상 등 북한측 관계자들을 만나 영변 핵시설 폐쇄 등 비핵화 조치와 북·미관계의 개선 방안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로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북·미간 현안들이 급물살을 타며 풀릴 것으로 보인다.

힐 차관보는 22일 오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측에 방북 결과를 설명한 후 일본을 경유, 워싱턴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외교소식통은 밝혔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에는 성 킴 국무부 한국과장 등이 동행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정책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고 있는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의 방북은 지난 2002년 10월 당시 제임스 켈리 차관보의 방북 이후 약 4년8개월 만이다.

힐 차관보는 평양에 출발하기 앞서 일본에서 기자들에게 차기 6자회담이 내달 4일 이후 조속히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힐 차관보는 일본 당국자들과 협의를 마친 뒤 6자회담이 미 독립기념일인 7월4일에 재개되지는 않겠지만 그 직후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 재개에 앞서 북한은 합의한 초기단계를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7월에는 회담 참가국 간 잇단 외교적 협의로 바쁜 한 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이 오는 26일에는 방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 "힐 미 군용기 타고 평양행"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1일, "예상보다 빨리 힐 차관보의 방북이 이뤄졌다"며 "현재 미·북간 신뢰의 선순환적 과정에 들어갔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비공식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미국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통해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를 해결해준 것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으로 생각해 송금 과정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음에도 IAEA와 힐 차관보를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힐 차관보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초청을 받아 부시 대통령의 특사가 아닌 6자회담 수석대표 자격으로 방북했다"며 "방북 목적도 2·13 합의의 조속한 이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힐 차관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미국 내부적으로 힐 차관보 방북을 논의하면서 많은 토킹포인트(talking point)가 준비됐을 것이다, 9·19 공동성명과 2·13합의에는 비핵화에 상응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언제 힐 차관보의 방북 사실을 알았는지와 관련 이 당국자는 "지난 19일 아침, 힐 차관보가 송민순 장관에게 방북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했다"며 "그는 오늘 오전 11시20분께 오산에서 미 군용기편으로 평양에 갔다"고 전했다.

다음은 이 당국자의 발언을 요약한 것이다.

모두 발언

(한미간에 언제 힐 차관보의 방북협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지난 18일 힐 차관보가 서울에 왔다. 그는 19일 아침에 송민순 장관을 만나 (방북에 대한) 미국의 구상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의견을 구했다. 그리고 그날 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 장관이 송 장관과 전화통화를 해 미측 내부적으로 힐 차관보 방북이 최종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힐 차관보가 일본에 가기 전에 방북에 대한 한미간 협의가 이뤄졌다.

(이번 힐 방북의 목적 또는 의제에 대해) 미국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 조치를 포함해 2·13 합의의 신속한 이행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국에 설명해왔다. BDA 문제로 시간을 많이 허비했기 때문이다. 우리 추측이지만 북한은 당연히 미북관계를 정상화하는데 더 많은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힐 차관보의 방북 자격에 대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겸 미국의 6자회담 자격으로 간다. 조지 부시 대통령 특사 자격은 아니다. 형식 논리상 이번 방북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초청에 따라 이뤄졌다.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과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어떤 교통편으로 북한에 갔는지에 대해) 평양 방문은 1박2일로 오늘 오전 11시20분께 오산에서 미 군용기를 타고 평양에 갔다. 지난 2002년 제임스 켈리도 당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동일한 방식으로 방북했다. 힐 차관보는 22일 오후 서울에 와 방북 결과에 대해서 설명하고 향후 조치에 대해 협의할 것이다. 그는 워싱턴으로 가는 길에 도쿄에 들러서 일본에게도 방북 결과를 설명할 것이다.


- 힐 차관보가 특사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데…
"특사 자격은 아니지만 당연히 힐 차관보 방북에 대해서는 미국 내부적으로 최고위층의 재가가 있을 것이고 내부 협의 과정에서 이런 저런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가 준비됐을 것이다. 미측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은 2·13 합의 이행, 한반도 비핵화다.

9·19 공동성명이나 2·13합의를 보면 비핵화에 상응한 여러 가지 조치들이 나열되어 있다. 전체의 이행방안에 대해서도 당연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 북한은 언제 어떤 경로로 힐 차관보를 초청했나?
"미국은 뉴욕 채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미 국무부와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간의 채널이니까 이것을 보고 추론가능하다. 요즘은 이메일도 있고 휴대폰도 있으니까 꼭 대면 접촉을 하지 않아도 된다."

- 힐 차관보가 영변에 가거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 있나?
"현재로서는 영변을 방문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면담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이번에 힐이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만나나?
"지금까지 정해진 바 없다. 단 지난 2002년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북했을 때 강석주 부상을 만났다는 것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 힐 차관보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라진 이유는?
"조기냐 아니냐는 상대적인 판단이다. <조선신보>에도 기사가 떴는데…. 미국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통해 BDA 문제를 해결해준 것에 대해 북한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신호로 받아들이고, 이에 호응해서 BDA에 묶여있던 북한 자금의 송금 과정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았음에도 IAEA를 초청하고 이 과정에서 북미간의 의견이 합치되어서 일반의 예상보다 빨리 힐 차관보의 방북이 이뤄졌다. 미북간 신뢰의 선순환적 과정에 들어갔다고 본다."

-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오늘 7월초에 비공식 6자회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달에 6차 6자회담 1단계 회의가 수석 대표회의를 끝으로 해서 종료됐다. 휴회된 상태인 수석대표 회의를 재개하는 방식으로 현실화되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천 본부장이 말한 것 같다.

7월 초라는 시간은 2·13 합의 이행 관련한 미북간 신뢰의 선순환 과정이 시작되다 보면 초기조치가 예상보다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에서 한 말 같다. "

- 7월초 6자회담 개최를 추진한다고 봐도 되나?
"'추진'은 아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하는 것이다. 아직 아이디어 수준이다."

- 힐 차관보도 7월 초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말했다. 이는 북한 핵시설 폐쇄의 속도를 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북미간 신뢰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되기 때문에 폐쇄 여부에 상관없이 6자회담을 열 수 있다는 것인가?
"폐쇄나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와 관련해 아무 진전이 없는데 그냥 6자회담이 열리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미측도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갖고 협의한 것은 없다. 이번에 힐 차관보가 방북하고 나면 북한의 초보적인 반응이 나올 것이니 그것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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