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를 위한 변명이라면 혹시나 한나라당 대통령경선 후보를 연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몰라서 미리 말씀드리는 데 여기 홍준표는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홍준표(김상중 분)를 말한다.
또 한 번도 '내 남자의 여자'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하여 그 줄거리를 말씀드리면, 대학교수 홍준표가 아내에게 실증을 느끼던 차에 부인의 가장 가까운 친구 화영이(김희애 분)와 사랑에 빠져 동거하며 지내다가 본부인 지수(배종옥 분)와는 이혼하고, 재력가인 부친으로부터 배척당하여 재산은 아들에게 증여되고 대학에서는 스캔들로 승진에서 누락되고 결국은 화영이마저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홍준표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렸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어느 영화의 줄거리가 떠올랐다. 영국의 하원의원이 아들의 연인과 사랑에 빠져 아내와는 이혼하고 아들은 자살하고 게다가 그 젊은 연인은 다른 남자친구와 떠나 버리는 내용이다. 남자 특히 잘나가는 전문직 가장의 외도, 불륜의 비참한 결과에 관한 것이 비슷하다. 여기에 질문이 있다면 왜 중년남성들은 비참한 결과를 예견하면서도 엉뚱한 일을 벌리는가, 하는 것이다. 그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남자에게도 여자와 같이 갱년기가 있다고 미국 심리치료사 제드 다이어몬드는 그의 저서 <남자의 갱년기>(이레, 김용주 역)에서 주장하였다. 여자의 갱년기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것이라면 남자의 갱년기는 언덕에서 굴러내리는 돌과 같은 것으로써 4, 50대 남성이 이 변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핵심 중에 하나가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와서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 중년 남성의 가장 일반적인 증후는 외로움을 자주 느끼고 침울해하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성적인 측면에서는 성욕 감퇴에 대하여 걱정하며 평소의 상대와 갖는 성 관계에 흥미가 줄어들고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할까 봐 걱정한다. 더 나아가 다른 여자와 성 관계를 갖는 공상을 전보다 자주 하고 좀 더 젊은 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다.
이때에 상대자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이성으로 자신을 통제할 것이냐 아니면 감정에 충실하여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새로운 사랑에 빠질 것이냐 갈등하게 된다. 이 상대자를 흘려보낼 것이냐 그래서 놓쳐버린 기회로 후회하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과감하게 사랑에 올인할 것인가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젊은 날에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고 그중에는 함께 섹스를 하지 못한 여자와의 미련이 남아 있으며 또다시 그런 실현하지 못한 가능성으로 자신을 몰고 갈 것인가 아니면 윤리 도덕 사회제도를 무시하고 자기 자신의 육체와 심리적 변화에 충실하여 애정 드라이브를 걸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홍준표는 후자를 택한 것이다.
많은 남성들이 중년의 위기를 겪는데 그 원인의 제공자는 남성호르몬 특히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호르몬의 불균형과 변화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 호르몬이 분비되는 곳이 다름 아닌 뇌다. 영국 BBC 방송에 방영되어 유명해진 '브레인 스토리'-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의 저자 수전 그린필드는 보다 과학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그 위기를 설명해주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의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생겨 위기가 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상담학을 공부하는 필자가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용기를 내어 전하자면 뇌는 뇌간 변연계 대뇌피질로 구성되는데 여기에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이 있어 갖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중에 주목받는 것이 도파민이다. 이 물질은 쾌감을 만들고 있다. 외부 자극-상대방의 출현이 있으면 도파민이 방출되고 그 결과로 맥박이 많이 뛰고 손바닥에 땀이 나고 감정이 요동치고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어찌할꼬!
인간들의 가장 바람직한 제도인 일부일처제가 실현되는 동물세계가 있다. 코요테 늑대 초원들쥐 등등은 일자일웅의 가족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브레인 스토리'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여성호르몬이 이 가족체계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일자일웅의 가족체계를 유지하는 프레리밭쥐라는 동물을 연구한 결과 이 옥시토신이 뇌에서 뜻밖의 활동을 유발하여 모성활동을 촉발하고 일부일처의 일대일 관계 형성에 기여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옥시토신이 인간사회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는데 문제는 모든 여성에게서 옥시토신이 많이 분비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옥시토신이 고갈되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결과적으로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옥시토신의 결핍 상태에 있는 아내와 도파민이 과잉 분출되는 남편이 지금 한 지붕 속에 살고 있다면 홍준표의 가정처럼 해체의 과정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던 홍준표에게 지지와 위로를 보내며 이제 자신을 추슬러 다시 출발할 것을 권하고 싶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인 것이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앞으로 가라. 이 시대의 모든 홍준표들이여!
덧붙이는 글 | 김성복 기자는 목사이자 샘터아동상담센터 원장이며, 현재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상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인천일보>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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