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웃었지만...지난 4월 2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미FTA 협상 타결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종훈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나란히 앉아 밝게 웃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재협상 내용을 그대로 받아 일주일 안에 끝낼 경우 '굴욕협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시한을 넘기면서 미 의회로부터 전면적인 압박을 받을 경우 한미FTA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진행된 한미FTA 재협상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왜 이런 논란이 계속될까. 미국 통상협상 권한은 의회가 가지고 있다. 미 헌법에 나와 있다. 미 행정부(대통령)는 통상과 관련해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의회가 통상문제에 대해 특정한 기간을 두고, 행정부에 협상권을 위임하는 경우가 있다.
무역촉진권한(TPA)이 이런 경우다. 이 권한이 오는 30일로 끝난다. 이 기간을 넘게 되면 미국 법 절차상 의회가 협상에 관여하게 된다. 각 지역과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의회가 협상을 주관할 경우, 협상 진척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한미 양국 정부가 모두 인정하는 것.
따라서 이번 재협상이 TPA 시한 내에 끝날 수 있느냐가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길어질 경우 미국 의회가 한미FTA 협상에 직접 관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린다.
미국쪽에선 재협상이 길어질 경우, 미 의회가 협상에 관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재협상이 벌어진 지난 21일 미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선 자동차와 농업 등 분야에서의 재협상 요구가 거셌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정부, "좀 지켜보자"
특히 한미FTA 협정을 담당하는 미 하원 세입위원회의 샌더래빈 무역소위 위원장은 "자동차 분야는 일방적으로 한국에 유리하기 때문에 반드시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참석한 포드 자동차 등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이혜민 통상교섭본부 한미FTA 기획단장은 21일 오후 브리핑에서 '커틀러 대표가 30일 전에 끝냈으면 좋겠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미국쪽 희망이다"고 말했다. '미국쪽 희망'이라고 전제를 달긴 했지만, 이 단장 역시 곤혹스러움이 역력했다.
이 단장은 이어 "(미 의회의 관여 가능성에 대해) 법률가들 사이에 서로 다른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꺼렸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과)도 "재협상 내용이 만만치 않을 상황에서 일주일내에 끝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 경우 이 협상이 TPA 법을 따를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쪽 한 고위 관계자는 "협상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전제하고, "현실적으로 일주일내에 이번 협상을 끝내기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끌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정부는 그동안 재협상과 관계없이 30일로 예정된 한미FTA 협정문 서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가져왔다. 하지만 협상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협정문에 서명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결국 미국이 맞춰놓은 일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한국이 끌려 다니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협정문에 서명을 해버리면 그나마 재협상을 통해 여러 독소조항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