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한 학원·교재? 속지마세요

[고발] 자격증 준비생 노리는 감정사 시험광고

등록 2007.06.22 16:33수정 2007.06.2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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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이 머리를 다듬으러 미장원에 들렀다가 노니 염불하는 마음으로 집어든 신문에서 "국가공인 교통사고감정사에 도전하세요"라는 문구를 보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15년 무사고에 내숭적인 운전의 고수…. 게다가 차에 관한 한은 전문가 부럽잖은 박식함을 자랑하는 남편에게 노후를 위한 이만한 재테크는 없을 것 같아 신문에 있는 정보를 한 자 한 자 꼼꼼하게 읽어본 후 필요한 정보는 쪽지에 적어 집으로 왔습니다.

"국가공인자격증"에 올해가 "1회"라는 점 때문에 합격생을 부러 많이 낼 거라는 정보에 부랴부랴 컴퓨터를 켜서 "교통사고감정사"라는 문구를 치니 역시나 신문에서 보았던 각종 혜택들이 앞다퉈 올라와 있었습니다. "고수익보장"에 "뛰어난 취업성"까지….

교통안전관리공단에 들어가 보니 역시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교통사고감정사"에 대한 정보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신문에서 보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문구도 있었습니다. 교통안전관리공단에서는 교통사고감정사와 관련된 어떤 교재도 발급하지 않으며 어떤 학원과도 연계하지 않는다는 것과, 자격증 취득 후 취업알선이나 고수익보장은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시험정보며 책은 어디에서 구입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저는 신문에서 보았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이 '교통안전관리공단'이라는 것에 일말의 의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상대방은 모든 직원이 상담 중이니 연락처와 이름을 남기면 금방 전화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연락처를 남기고 5분 뒤 전화가 걸려와서 받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학원과 연계되지 않았다는 교통안전관리공단의 안내와는 달리 전화를 걸어온 그곳은 사설학원이었습니다.

게다가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곳만이 교통사고감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학원이며, 그곳에 등록을 하는 순간 끝까지 책임을 지는 확실한 사후 관리로 인해 자격증 취득은 떼논 당상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하지만 등록금이 만만찮았습니다. 거금 58만원이나 되었습니다. 비싸다는 말에 직원은 또 한번 "유일무이"한 학원이라는 것과 몇 년이 걸리건 자격증을 딸 때까지 사후관리를 해주겠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제 자랑 같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딸 때에도 저는 한 권짜리 종합문제집만으로 공부를 해서 땄습니다. 그런데 자격증 시험준비에 58만원이라니요.

다른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없다고 하더군요. 그곳이 아니면 그 어떤 시험정보나 교재도 얻을 수 없다는 말에 부풀었던 기대를 접고 전화를 끊어야 했습니다.

"여보 올해가 1회라서 그런가 봐, 아마 내년쯤 되면 교재도 많이 나올 거야, 그때 다시 해봐요."

처음으로 "그거 괜찮겠다"고 좋아하던 남편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국가기관'이 국민을 속였다는 생각이 들어 밤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 결국 그렇고 그렇게 연결이 되어 있었던 거야. 으이그 순진한 내가 바보였어'

하지만 의뭉스러운 걸 절대로 못 참는 제 성격이 오늘 또 한 번 교통안전관리공단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했고, 그곳에 있는 전화번호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재확인을 하게 했습니다.

"감정사 시험광고에 현혹되지 마세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홈페이지 안내문.
"감정사 시험광고에 현혹되지 마세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홈페이지 안내문.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그런데 그곳 직원의 말은 역시 제가 여차하면 속을 뻔했다는 걸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처럼 광고를 보고 전화를 했다가 학원이나, 교재 판매상의 감언이설이 미심쩍어 교통안전관리공단으로 확인전화를 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 신분을 밝힌 뒤 솔직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기사를 쓰려고 했던 것도 얘기를 했더니, 오히려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사를 쓰라고 부추기기까지 하셨습니다.

미래를 위해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해보려는 많은 분들에게 그 용기를 역으로 이용해 돈만 좇는 사람들이 반성하기를 바라면서 1회이기에 수많은 합격자를 배출할 거라는 말, 자격증을 취득만 하면 취업알선과 더불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말, 우리 학원만이, 때로는 우리 교재만이 유일무이하다는 말,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교통사고감정사에 도전하실 분들은 인터넷서점이나 일반서점에 가셔서 "교통사고감정사"에 관한 교재를 찾으시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교재가 그리 많지 않기에 쉽게 선택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 교통사고감정사 자격증을 취득한다고 해서 광고 문구처럼 "고수익 보장, 취업알선"을 해주지는 않는다고 하니 신중하게 생각하셔서 시험준비를 하셨으면 합니다.

그 외에 자격시험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교통안전관리공단 홈페이지 내 "Q&A"에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사항이 있으면 교통안전관리공단으로 전화하시면 친절한 상담을 받아보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국가기관을 믿지 못했던 것을 반성하며 친절하게 상담해주신 교통안전관리공단 직원분에게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다음은 교통안전관리공단 홈페이지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감정사 시험광고에 현혹되지 마세요"
교통안전관리공단 안내

1. 민간학원과 협력하여 업무처리를 하지 않습니다.
- 경찰청 및 저희 공단에서는 민간 학원과 협력하여 자격관련 교육 또는 시험접수를 진행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 원서접수 및 시험 등은 경찰청의 감독하에 저희 공단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할 것입니다.

2. 교재를 제작 판매하지 않습니다.
- 저희 공단은 도로교통사고감정사에 관련된 교재를 제작한 바 없으므로 판매하거나 대여하지 않습니다.

3. 취업 보장 또는 알선하지 않습니다.
- 감정사 자격을 취득한다 해도, 저희 공단에서 취업을 보장하거나 알선하지 않습니다.
- 감정사는 아직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으므로 법률적인 행위나 법률사무를 할 수 없습니다.

4. 인터넷 시험접수 안내
- 자격검정 접수는 공단 홈페이지 또는 감정사 홈페이지를 통해 2007. 8. 1~31일까지
1개월간 접수할 예정입니다.
※ 접수 기간에 접수하지 않을 경우, 자격시험 응시 불가

5. 시험과목 및 출제기준, 기타 문의사항
- 공단 홈페이지(http://www.rtsa.or.kr)→ 교통안전교육 → 자격안내 → 자격정보 현황이나 감정사 홈페이지(http://www.rtsa.or.kr/license)→ 자격정보 현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교통사고감정사 #교통안전관리공단 #학원 #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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