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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은 거푸 장맛비가 내리는 관계로 덥지 않고 시원해서 참 좋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면 다시금 가히 살인적인 폭염이 우리 모두를 괴롭고 짜증나게 할 터이다.
올 한여름에도 그래서 많은 이들은 산과 바다 등지로 피서를 떠날 것이다. 누구는 바다가 좋다지만 필자는 계곡이 있는 산이 더 낫다는 느낌이다.
우선 계곡은 바닷물처럼 물놀이 뒤에 소금기를 맹물로 다시 씻어내는 번거로움이 없어 좋다. 다음으론 우거진 숲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의 향이 정신까지 말끔히 정화시켜 주므로 이 또한 계곡 예찬의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삼림의 계곡에 가면 가장 즐겁고 재밌는 것이 바로 그 계곡물에 전신을 담그고 앉아 더위를 씻어내는 거다. 그러노라면 신선이 부럽지 않은데 그러나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물로 말미암아 금세 으스스 떨리는 몸을 추스르며 물 밖으로 나와야 했다.
그러자면 어느새 친구들이 천렵(川獵)놀이를 하여 잡은 민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냈는가 하면 집에서 출발할 때 가지고 온 음식과 술로서도 한 상 가득 진수성찬을 차려냈다. 거기에 물에 담가뒀던 수박을 깨 먹자면 더위는 감히 근접조차 못 하곤 줄행랑을 놓곤 했던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현재의 것이 아니라 얼추 20년도 다 되는 지난 시절의 묵은 편린이다.
앞으로 국립공원 안에 있는 계곡물에 몸 전체를 담갔다가는 무려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뉴스를 보았다. 이 밖에도 지정된 장소 밖에서 야영을 하다 적발되면 50만 원이며 계곡 내에서 취사 행위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려도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했다.
이같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강경 조치에 대하여 혹자는 불평도 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오죽하면 그같은 특단의 조치까지 내렸을까 싶어 이내 수긍으로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되었다.
오래 전 여름 피서철에 전북의 '운일암반일암'이란 계곡에 간 적이 있다. 하지만 깨끗하다고 소문난 그 계곡물에서 팬티 한 장만을 걸치고 마치 자신의 목욕탕으로 착각한 듯한 몰지각한 사람들이 부지기 수였다. 비누까지 갖고 와서 샤워를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머리까지 감는 이도 있었다.
그러는 꼴불견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류 쪽 사람들은 삼겹살을 구워먹은 프라이팬을 그 계곡물에 설거지까지 하고 있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그러한 꼴불견이 지금은 분명 사라지고 없으리라 믿는다.
본격적인 폭염이 천하를 지배할 무렵이 도래하면 필자 역시도 어떠한 계곡으로든 더위를 피해 달아나야 할 터이다. 하지만 계곡물에 몸 전체를 담갔다가는 경을 치게 생겼으니 그저 탁족(濯足)이나 하는 정도로 그치고 말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우정사업본부 사외보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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