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치는 '양성평등'

사법부, 최의원 성추행·여교사 술시중 강요 솜방망이 처벌

등록 2007.06.25 12:02수정 2007.06.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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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의원 규탄 퍼포먼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등 7개 여성단체 회원들이 6월 1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 최연희 의원에 대한 선고 유예 판결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우먼타임스 노민규 기자

[김세옥·채혜원 기자] 최근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 ‘여교사 술 따르기 강요 사건’ 등 잇따른 성관련 범죄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법의 양성평등 시곗바늘이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질타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양성평등 관점에서 법을 만들고 적용해야 할 국회와 재판부가 ‘모르쇠’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부는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용서 등을 이유로 벌금 5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사실상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회식자리에서 여교사들에게 술 따르기를 강요한 사건에 대해선 “나머지 여교사 2명이 성적 굴욕감을 느끼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볼 때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넘어선 성희롱으로 볼 수 없다”란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판결을 두고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김인숙 변호사는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이중 잣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국회의 양성평등시계 역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여전히 제자리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여성인권, 권익, 노동, 가족복지 등 양성평등 가치를 담아낸 관련법안들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3~4년에 이르기까지 계류중이거나 소관 상임위에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가 파다하다.

1년 넘게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부부공동재산제 민법개정안을 비롯, 여성가족위를 통과해 두 차례 법사위 공청회까지 거친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은 지난 6개월 동안 법사위에 그대로 묶여있는 상태다.

지난 6월 20일,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527개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일부 단체의 눈치를 보며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로 자질이 의심되는 부분일 뿐 아니라, 양성평등에 대한 의지도 의심케 만든다”며 안상수 법사위원장의 퇴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성폭력 가해자와 성구매자에 대한 가중처벌을 추가 명시한 관련법들 역시 법 형평성을 문제 삼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회와 재판부의 행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호주제 폐지 등 제도적 변화는 이뤄냈지만 여전히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김엘림 한국젠더법학회 회장은 <우먼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큰 틀에서 법은 완성되었지만 이 속에서 어느 선까지를 성차별로 봐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판단기준에 대한 논의가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성권익이 보장되고, 양성평등의식이 우리 사회에 안착되려면 법 이론가들과 실무자들이 협력해 세밀하게 법안을 개정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사법부 #최연희 #성추행 #솜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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