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 오는 시대' 열리나

재력가들 너도나도 '데릴사위'문의 폭주

등록 2007.06.25 12:05수정 2007.06.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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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딸을 시집보내느니 데릴사위를 들이겠다."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내년부터는 엄마 성(姓)도 따를 수 있게 되었을 정도로 전통적인 가족상이 바뀌고 있는 요즘, 데릴사위를 구하는 움직임이 재력가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일고 있어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1000억원대 갑부가 한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데릴사위를 공개 모집한 일이 알려진 후 일주일 사이 60여명의 상담자가 ‘나도 데릴사위가 필요하다’며 문의해오는 등 급변한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데릴사위를 공개 모집한 S업체에 지원한 사람은 나흘간 총 270여명. 의사, 변호사, 판사, 교수, 정치인 지망생 등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30대 초반~40대 중반 남성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든든한 장인’을 맞이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관련 이벤트를 벌인 S결혼정보회사의 홍보실 직원은 “과거에도 데릴사위에 대한 수요가 있기는 했지만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그동안 숨어 있던 욕구가 1000억대 갑부의 데릴사위 공개모집 사건을 보면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에 추가 문의를 해온 상담자들의 60% 정도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1000억원대의 재산을 가진 재력가였으며, 40%는 일반 중산층 가정으로 딸, 사위와 함께 살기를 희망하는 평범한 집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B결혼정보회사의 상담팀장은 “데릴사위를 찾는 사람들은 대개 재력이 있을 뿐 아니라 딸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딸이 전문직 종사자거나 학벌이 뛰어나기 때문에 평생 결혼하지 않아도 아쉬울 것이 없지만, 이왕 하는 거라면 부모 입맛에 맞는 남자를 고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


특히 재력이 있을수록 까다로운 자격 요건을 제시한다. 아무리 데릴사위를 원하는 집안이라 하더라도 남자 집안이 중상층 이하거나 전문직이 아니면 아예 후보에 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데릴사위가 되기를 희망하는 남성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집안은 중산층 이상이고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이 많다고 전했다. 의사나 고위 공무원이지만 집안이 넉넉하지 않아 개업, 생활비 조달 등이 쉽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한편 딸을 가진 부모들이 데릴사위를 요구하는 현상에 대해 일부 사회학자들은 기본적으로 부계 중심의 가족상이 해체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황정미 연구원(사회학 박사)은 “출산율이 낮아지고 자녀수가 1~2명으로 줄어들다 보니 가족을 승계하는 방식이 불가피하게 아들에서 사위로 바뀌게 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사위를 통해 가문을 이어가겠다는 부계 중심의 사고가 잔재하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데릴사위 #장가 #결혼 #재력가 #호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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