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 "대통령 후보 발언, 부끄럽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한반도 대운하 관련 발언 비판

등록 2007.06.26 08:38수정 2007.06.26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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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부산시 강서구 대저동에서 낙동강 하구에 쌓인 뻘을 삽으로 뜨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운하 건설이 대구 열섬 현상 해소’, ‘운하 건설로 강변여과수 수량 충분히 확보’, ‘골재 판매 수익 8조’, ‘4조 민자 유치’, ‘봉이 김선달’, ‘하상 퇴적물의 오염 실태와 운하 건설의 필요성’, ‘시민들 1급수 수돗물 음용 가능’ 등은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부끄럽다.”

22~24일 사이 낙동강 하구와 창원·밀양·성주 등을 돌며 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발언을 환경단체가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24일 환경운동연합이 낸 “이명박 후보의 황당한 삽질, 갯벌을 오염된 흙이라 주장”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25일 저녁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단체는 이 전 시장이 22일 부산 강서구 대저동 낙동강 하구 염막둔치를 방문했을 때 한 발언을 특히 문제 삼았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둔치에서 시커먼 흙을 삽으로 떠 보이면서 “수질 오염 때문에 토양이 썩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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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윤성효

또 이 전 시장은 “만일 부산시민들이 이 속이 다 썩은 흙을 보면 놀랄 것이다. 이래서 낙동강 물을 식수로 믿고 못 마시는 것”이라며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통한 하상 준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이 전 시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염막 둔치 ‘검은 흙’의 정체는 ‘수질 오염으로 썩은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의 색깔을 가진 개흙’일 뿐”이라며 “염막 둔치는 낙동강 중상류에서 볼 수 있는 모래사장이 아니고, 남해의 영향을 받은 낙동강 하구의 개흙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새만금의 갯벌이나 태안반도의 갯벌이 검은 색이듯, 염막둔치의 흙이 검은 빛인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수질오염 탓이라니 이명박 후보의 퍼포먼스가 황당하다”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염막둔치는 부산 시민들의 취수원과 거의 관계가 없다. 부산 시민들의 취수원인 물금과 매리취수장은 염막 둔치로부터 무려 30km나 상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염막 둔치 인근의 수질 때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없다”며 “그럼에도 이명박 후보는 마치 부산시민들이 이곳의 물을 먹는 것처럼 발언함으로써 수돗물 행정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당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등 무책임하게 행동했다”고 지적.


염막둔치 인근의 수질이 낙동강의 다른 지역에 비해 나쁜 것은 낙동강 하구언이 생기면서 이곳의 강물이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탓이라고 이 단체는 설명.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이명박 후보가 보여준 것은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진실이지, ‘부산시민들이 나쁜 물을 먹고 있다’거나 ‘낙동강 하구가 수질오염으로 시커멓게 썩었다’는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하천을 준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것도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다.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팔당호, 경안천 등의 준설 주장이 있었고, 그 때마다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등이 전문기관을 통해 검증했으나 결과는 모두 부정적이었다”고 밝혔다.


또 이 단체는 이 전 시장이 “수십 년간 하천을 준설을 하지 않아 하상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거나 “하천이 준설되면 오염이 제거돼 수질 보호를 위한 정부예산이 절약된다”, “운하가 건설되면 1년 내내 1급수의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다” 는 등의 발언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

이 단체는 “하상이 높아진 구간은 일부 지역일 뿐이고, 여름철 녹조 발생은 오염물질의 유입이 주원인이고, 오염 문제 해결은 오염원을 관리하는데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운하 건설은 수중댐(보) 인근의 홍수위를 상승시켜 홍수 위험을 증가시키고, 정부가 수질 개선을 위해 준설하지 않았으니 아껴지는 예산도 없고, 정수된 수돗물은 원래 1급수이기 때문에 1급수 수돗물이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는 “이명박 후보의 이런 황당한 실수와 무지한 발언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걱정스럽다“면서 ”이명박 후보측과 ‘경부운하 찬반 공개 토론회’ 개최를 합의한 바 있는데, 토론회에서 이들 사항에 대해 분명히 확인하고 넘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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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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