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스님이 치는 법고는 사람들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합니다.임윤수
법고가 웁니다. 커다란 법고가 '엉엉' 울음소리를 대신해 '두둥~둥 둥~둥~' 소리를 내며 흐느끼듯이 울어댑니다. 복받치는 설움, 까무러질 듯한 희열, 생로병사를 담고 있는 인생 팔고는 물론 희로애락을 담고 있는 오욕칠정까지 사바세계의 모든 고해를 말끔하게 헹궈내려는 듯 만감(萬感)의 소리로 두둥~둥 둥~둥~ 울어댑니다.
삼라만상의 심장박동이 법고소리에 흔들리고, 산천초목의 숨결소리가 법고소리에 숨죽입니다. 불어오던 바람도 풍경 끝에 발길을 멎고, 흘러내리던 안개비도 추녀 끝에서 멈췄습니다.
법고는 만 가지 소리로 울어줍니다. 슬픈 사람에겐 아련하고도 가련한 리듬으로, 기쁜 사람에게 경쾌한 리듬으로 각각의 음색을 달리하며 가슴과 마음으로 파고듭니다. 슬픈 마음으로 들으니 애간장을 녹일 듯 애처롭고, 기쁜 마음으로 들으니 환호성처럼 즐거운 소리로 들려옵니다.
템포가 빨라지고 소리가 커지니 가슴을 조여 오듯 마음이 끓어오릅니다. 단조로울 것만 같던 법고소리가 두둥둥 거리는 리듬을 타고 오묘함으로 다가옵니다.
법고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속삭임처럼 소곤거리기도 하고, 삼독을 불호령하는 '할' 소리로도 들려오지만 두둥둥 울리는 법고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법고소리에 하늘도 빗물로 울다
하늘이 웁니다. '두둥 둥'하고 법고를 두들기기 시작하니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는 듯 후드득 빗방울을 떨어트리며 하늘도 울어줍니다.
얼굴이 젖었습니다. 빗물인지 눈물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뭔가로 스님의 얼굴이 흥건하게 젖었습니다. 차마 흘릴 수 없던 눈물이기에 스님은 빗물을 핑계로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순간입니다.
신나게 법고를 두들기고, 장삼자락을 펄럭이며 춤을 추는 스님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산사음악회나, 야단법석 전후에 마련되는 이런저런 행사에서 뵐 수 있었던 춤꾼 비구승, 하유스님을 23일 울산시 울진에 건립 중인 관자재병원 관세음보살부처님 점안식에서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