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청 앞 분수대 광장 거리 음악회

지역 순수 예술인들이 마련,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열려

등록 2007.06.30 10:07수정 2007.07.0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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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청앞 분수대 광장 거리음악회 ⓒ 안서순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29일 오후 7시 서산시청 앞 분수대 광장에서 난데없이 음악회가 열렸다.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오카리나 연주자가 ‘숨어 있는 바람소리’를 단아한 음색으로 실어다 놓는다. 통기타는‘민들레 홀씨 되어’ 등 70~80년대 노래를 반주하고 그룹사운드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록 음악을 쏟아 놓는다.


그런데 이들의 무대는 맨 잔디밭이다. 현란한 사이키 조명은 물론 그 흔한 반짝거리는 색전구 하나 없이 마이크와 이동용 음향시설 2개만 달랑 놓인 맨 바닥이 그들의 무대다.

객석도 엉성하기는 마찬가지다. 둥그런 분수대 난간, 등나무 그늘 속에 있는 통나무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시멘트 벤치, 그리고 바닥에 깔린 잔디가 객석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날리며 즐거워한다.

이 음악회는 한국연예협회 서산지부(지부장 이석권)가 문화예술 공연 등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시민들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지난주 금요일(22일) 처음 시작됐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공연 중 사회자가 그룹사운드 리더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그 리더가 “저와 그룹 일원을 소개한들 누가 아시는 분이 있나요(무명인이기 때문에), 그 시간에 노래를 한 곡 더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음악회는 무료이고 출연자에게도 출연료는 없다. 출연자들이 모두 직장을 가진 ‘동호인’들로 꾸며져 있고 남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을 큰 재미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음악회를 10월말께(매주 금요일 마다)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이들이 무대도 없이 맨 바닥에서 노래를 하고 객석하나 변변히 마련치 않는 것은 우선 그런 무대를 매주 만들 여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 음악회 무대는 순전히 뜻이 맞는 사람들 각자가 주머니를 털어 만들어졌다. 요란법석을 떠는 무대를 설치할 경우, 시민들이 일단 마음에 부담을 느끼게 돼 쉽게 접근 할 수 없는 것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주 1회 공연에는 중·고등학생과 어른들을 합쳐 모두 20여명이 채 안 됐으나 두 번째 공연에는 분수대와 주변과 등 나무 벤치, 그리고 여기저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모두 합하면 100여명은 된다.

겨우 두 번째인데 적지 않은 팬이 생겼다. 첫 번째 금요일 공연을 보고 다시 금요일이 되자 이를 기억하고 찾아온 것이다. 두 번째 음악회까지 이 음악회는 정식 명칭이 없었다. 이 음악회를 마련하는 이들이 시민들을 위한 음악회이니 만큼 시민들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사용한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29일 음악회 중간에 즉석에서 시민들에게 ‘음악회 명칭 공모’에 들어가 ‘금요 음악회’‘거리음악회’‘금요광장’ 등을 선정한 다음, 다시 시민들에게 공개 투표에 부친 결과 ‘거리 음악회’가 다수표를 얻어 정식명칭으로 뽑혔다.

1회 음악회부터 보았다는 조명희(여·26·서산시 읍내동)씨는 “문화회관 등에서 열리는 음악회는 격식과 지켜야 할 기본예절이 있는 등 신경을 써가며 공연을 보아야 하는 반면 거리 음악회는 우선 자유롭고 생기가 넘쳐 훨씬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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