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마당에서 바라 본 석양최재인
장마로 하루에도 날씨가 흐렸다 맑았다 하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요즘, 부모님이 살고 계신 강원도 시골에서는 배추며 무, 감자 등 온갖 작물이 제 덩치를 불려가며 자라고 있을 시기다.
땅 속 깊이 알알이 맺혀있던 콩알만한 감자들이 살을 찌워 어느 곳에서는 밭고랑에 금이 가기도 했을 것이고, 고추밭에서는 새끼손톱 크기보다도 작은 고추들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지 가장 아래 달린 처음 난 고추는 검지손가락 길이 만큼 삐죽이 자라있을 것이다.
이런저런 기대들을 하노라면 4시간 가까이 걸리는 귀향길이 조금도 지루하지가 않다. 고향집은 평창을 지나서 고개 하나를 더 넘는다. 고개 아래 첫 집이 바로 우리집인데, 거기서부터는 행정구역상 평창이 아니고 홍천이다. 부모님은 20년 째, 그곳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다. 부모님은 가끔씩 "딱 3년만 해보겠다며 농사일을 시작했는데, 벌써 20년이나 지났다"며 세월의 무상함을 말씀하시곤 한다.
한 가지 직업에 오래 종사하다보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듯이, 농사를 오래 짓다보면 여러 가지 작물 중에서도 특히 자부심을 갖게 되는 '전문분야'가 생기는 것 같다.
부모님의 '전문분야'는 감자와 고추농사라고 마을에 정평이 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