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은 좋은 구도에서 나온다

[서평]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

등록 2007.07.02 16:46수정 2007.07.02 16:47
0
원고료로 응원
사진기의 발명은 인류의 기술 역사에 있어 거대한 혁명 중의 하나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에 인류는 그저 머릿속으로만 풍경과 인물을 기억해야 했다. 물론 회화라는 장르가 있었지만 이는 사실 그대로의 풍경을 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진기의 발명과 더불어 인류는 비로소 자신의 눈에 비친 사물을 원형 그대로 재현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역사는 하나의 기록으로 생생하게 남게 된 것이다.

인터넷 언론의 중요한 버팀목이 되어 준 고마운 존재는 디지털 카메라다. 인터넷 언론의 발전은 디지털 카메라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석에 촬영한 사진이 즉석에서 인터넷에 올라가는 바람에 인터넷 언론의 생명인 신속성이 보장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디지털 카메라는 인터넷 시대의 총아로 각광받는 존재가 되었다.

디지털 카메라가 가진 또 하나의 공로는 사진예술을 대중적인 예술로 확산시켰다는 데에 있다.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일반 대중들이 사진예술을 접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기도 어려웠고 필름과 인화비용도 만만찮게 들어갔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은 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성능이 고가의 수동식 카메라보다 뛰어나고, 필름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니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예술의 세계에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고마운 디지털 카메라는 쓰는 사람의 노력과 관심에 의해 얼마든지 멋진 영상을 전문가처럼 재현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전문가들의 사진 작품과 일반인의 사진은 분명 차이가 있다.

컬러나 구도, 조리개, 셔터 개방의 문제에 대한 감각도 있어야 하고 렌즈에 대한 감각도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치밀한 기다림과 끈기가 필요하다. 이런 노력들에 의해 좋은 사진이 탄생하는 것이다. 여기에 좀 더 훌륭한 장비가 포함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면서 잘 실행하기 힘든 부분은 뭐니 해도 '구도의 문제'이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자 구도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빛의 세기를 잘 관측하여 적절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하고, 파인더에 비친 풍경을 적절하게 분할해서 적합한 구도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만 빛과 구도가 훌륭히 결합된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a 책 표지

책 표지 ⓒ 한빛미디어

이런 점에서 구도만을 따로 떼어내서 풍부한 예제와 쉬운 설명을 곁들인 책은 사진 애호가들이 반드시 한 번은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대중 사진가인 정승익이 집필한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같은 책이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참으로 기쁘고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사진예술에 관한 책을 몇 번 접하면서 책의 순서나 예제들이 비교적 대동소이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카메라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카메라의 종류, 필름의 종류, 조명과 구도의 관계, 앵글의 문제 등등.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을 가진 책들이 많았다.

그러나 정승익의 책은 집필 의도가 사뭇 달랐다. 이른바 가장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인 구도만을 놓고 한 권의 책을 만들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흥미로웠고, 구도에 대한 설명을 쉽게 접근한 방식도 돋보였다.

이 책은 총 3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PART 1은 구도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구도를 결정하는 3가지 기본조건이나 앵글에 따른 다양한 시각적 표현, 안정된 구도를 위한 공간 분할법등을 대중적으로 쉽게 설명하였다. 사진 책답게 각 설명마다 다양한 컬러 사진이 첨부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PART 2는 인물사진 촬영을 위한 구도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인물을 강조하는 프레이밍 기법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에서부터 인물촬영의 기본 샷을 각 부위별로 알기 쉽게 설명했다.

그리고 다양한 렌즈를 이용한 예제 사진을 통해 책을 보는 독자들이 사진 구도의 참맛에 빠지게 해 주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인물 촬영의 모델들이 작가와 그의 가족들이라는 사실이다. 가족을 모델로 한 사진들이라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한 표정이 역력했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모델료도 아끼고, 가족들도 책에 나오고….

마지막으로는 풍경사진을 위한 여러 가지 구도를 예제를 통해 잘 설명하였다. 통상 풍경사진 구도가 가장 어려운 것 중의 하나인데, 이런 풍경 구도를 12개 정도의 구도로 분류하여 해설해 놓았다. 특히 교각을 예제로 하여 대칭형 구도를 설명한 부분은 무척 재미있었다. 풍경사진들에서는 실전 촬영을 위한 연작물도 실어놓아 사진을 차례로 감상하면서 올바른 풍경구도를 접하게끔 만들어놓았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구도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주관적이라는 사실이다. 주로 저자 개인의 경험을 위주로 한 촬영기술이라 폭넓은 보편성을 가졌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엄밀히 말해 구도라는 것은 정해진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는 사람, 촬영하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것이 구도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승익의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너무 일반화시켰다는 오류가 엿보이기도 한다. 바람이 있다면 좀 더 많은 분석과 연구를 통해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해달라는 것이다.

다소 한계가 있긴 하지만 이 책은 구도만을 따로 떼어내도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사진 초보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이런 책들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빛에 대한 책이나 각도, 각 파트별 촬영 해설서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정승익 지음/한빛 미디어/2006년 11월/18,000원)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정승익 지음/한빛 미디어/2006년 11월/18,000원) 

이 기사는 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사진을 만드는 사진구도

정승익 지음, 구성수 감수,
한빛미디어, 2006


#카메라 #구도 #사진구도 #좋은 사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