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비혼모를 꿈꾼다!

"결혼은 싫지만, 아이는 좋아"

등록 2007.07.03 07:01수정 2007.07.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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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김나령 기자]'처녀가 애를 낳아도 할 말이 있다'는 옛말이 있다. 아무리 잘못한 사람이라도 변명할 말이 있다는 것을 비꼬아 한 말이다.

그만큼 처녀가 애를 낳는다는 것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마땅한,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결혼은 안해도, 애는 낳고 싶다’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미스(miss)’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결혼은 No, 아이는 Yes’라는 것이다.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혼을 선택하지는 않되, 아이는 낳아 기르는 이른바 ‘당당한 비혼모’를 동경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비혼모는 여성 자신의 의지에 따른 ‘선택’의 결과라는 데서 기존의 ‘미혼모’와는 구별된다.

주로 안정된 직장과 경제력을 갖춘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 비혼모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 비혼모의 등장은 근래 들어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경제적 지위가 향상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비혼모를 주인공으로 한 TV 드라마가 여성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SBS 주말드라마 <불량커플>의 여주인공 김당자(신은경 분). 드라마 속에서 패션잡지 편집장인 그는 요즘 여성들의 바람을 대신해 비혼모를 꿈꾸는 용감한 처녀. 당자는 평소 ‘결혼은 필요 없고 예쁜 딸 하나만 있으면 열심히 일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침내 당자는 얼굴 잘 생기고 머리 좋고 성격까지 원만한 최고의 유전자를 가진 남자 기찬(류수영 분)을 유혹해 임신에 성공한다. 당자의 이같은 속내를 모르는 순정파 기찬은 “평생을 책임지겠다”며 매달린다. 드라마에선 주인공 당자 외에 서로 사는 방식이 다른 2명의 여성이 더 등장한다.


당자의 친구인 돌순(변정수 분)은 여성스런 성격의 남편과 사는 털털하면서 ‘터프한’ 주부다. 또 다른 친구 한영(최정윤 분)은 남편의 불륜에 괴로워하다가 정작 본인이 계약연애를 통해 사랑에 빠지는 케이스.

비혼모, 성역할이 바뀐 부부, 계약연애 등 신세대 여성들의 결혼관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불량커플’은 현재 시청률이 12% 정도로 20~40대 여성들 사이에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자신만만한 비혼모인 드라마 속 당자를 옹호하는 의견들이 드라마 게시판에 쇄도하고 있어 비혼모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을 뒷받침한다.


‘kimss4u’라는 네티즌은 “오랜만에 색다른 드라마를 보게 돼 좋다”며 “결혼이라는 굴레를 벗어나 홀로 아이를 키우며 당당히 사는 신여성상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자유기고가 박어진씨는 ‘결혼에 딴죽걸기, 반가워라’란 제목의 한 일간지 칼럼을 통해 “‘불량커플’은 견고한 결혼주의에 대한 경쾌한 테러”라며 “여성들이 눈물짓고 매달리는 대신 남자를 자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판도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가져온 쾌거”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애초에 아이만 원했던 커리어 우먼 당자의 마음이 매력남 기찬에게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그의 꿈이 현실화될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금기시돼왔던 비혼모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 것은 신선하지만 극 후반부로 가면서 당자와 기찬의 사랑이 연결되는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며 “외피만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결국은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답습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비록 드라마 상이긴 하지만 주인공 당자가 비혼모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대리만족을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비혼모 #불량커플 #결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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