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에 '낚여' 검증을 너무 쉽게 봤나

[고태진 칼럼] 이명박은 피해망상증 환자인가

등록 2007.07.04 09:37수정 2007.07.0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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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명박 전 서울시장. ⓒ 사진공동취재단

최근 가중되는 검증 논란 와중에서 이명박 후보 측이 무대응 기조를 접고 적극 공세로 나섰다. 이명박 후보 측의 장광근 대변인은 3일 논평을 내고 "'이명박 죽이기 작전'을 지휘하고 있는 검은 손은 이제 그 정체를 드러내라"며 "조지 오웰의 공상과학소설 <1984>가 생각난다, 21세기 대한민국에 공상 소설에나 등장할만한 전체주의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측이 유독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 '이명박 죽이기'다. 너무 웃겨도 죽는다는 말을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지만, 이 '특정인 죽이기'란 표현은 우리 정치판을 더욱 살벌한 분위기로 만드는 데 일조하는 듯하다. 얼마 전 자신을 끌어내리기 위해 "온 세상이 미쳐 날뛴다"는 표현이나, "경제를 살리겠다는 사람에게 뒷다리 걸고 앞다리 걸고 난리도 아니다"는 발언은 또 어떤가?

이런 발언만 발췌해서 들어보면, 예전에 MBC 뉴스 생방송 시간에 아나운서 자리로 쳐들어와서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를 외쳐댄 사람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피해망상을 겪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으로 피해망상은 과대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명박의 피해망상과 과대망상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조차 다른 사람의 그것과는 성질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무 것도 안하고 귀하게 자라났다면 찬물에 손 넣을 일도, 다칠 일도 없었을 것… 일생을 살면서 그릇 깨는 실수, 손 베이는 실수를 나도 모르게 했을 수 있다"는 발언은 과대망상의 한 징후다. 돈 많이 번 사람은 웬만한 잘못도 봐줘야 하나?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힘들다'는 말이 있다. 부를 많이 축적하기 위해서는 편법이나 불법을 동원할 가능성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사실 이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 심성이 착하고 여린 사람이 부자가 되는 것은 부모의 상속 말고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는 유독 부자에 대한 도덕성 기대가 낮은 사회이기도 하다.

알다시피 이명박 후보는 재산이 많다. 알려진 것만 330억원이 넘는데, 다른 사람의 명의로 신탁되어 있는 재산이 더 많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도 꽤 있다. 또한 재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올바르지 않은 방법을 동원한 점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검증하자는 것이 현재의 논란이다.


예전에는 국무총리까지 낙마시킬 정도로 중대한 하자였으나,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건은 각종 재산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오히려 묻혀버리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검증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예전부터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여러 의혹, 위장전입 등과 같은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지만, 아마도 이명박 후보의 가장 큰 검증거리는 재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자신에 대한 검증이 어느 정도로 이뤄질지 별로 고민하지 않고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면, 그것은 이 후보가 여론조사 지지율에 '낚여' 검증을 너무 우습게 여긴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대선 기간 중 여론은 순식간에 요동친다. 후보의 결격 사유가 등장하는 순간 바닥을 향하는 것이 여론조사 지지율이 아니던가?


이 후보의 막대한 재산은 국민의 관심사다

아무리 대기업의 CEO를 역임했다지만, 이 후보의 막대한 재산은 사실 국민의 지대한 관심사다. 물론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면 누구도 별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나라를 앞으로 5년 동안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검증이라는 것은 다른 면에서 보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기대라고도 할 수 있다. 상대 후보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언론이 후보의 여러 면을 검증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언론이 '빅브라더'는 아닐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만큼 떳떳하지 않은 일은 자신에게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의혹이나 의문에 대해, 낱낱이 사실로써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대응이라는 것도 구차하기 짝이 없고, 요란한 정치적 수사나 뜬금없는 음모론 같은 것도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길이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미쳐 날뛰고', '뒷다리 걸고 앞다리 걸고' 하는 검증 논란들이 싫어서 후보를 그만둘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 후보에 대한 국민의 검증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오로지 사실을 밝히는 일에만 진력해야 한다. 대통령을 서울시장 자리 같이 생각했다면 대단한 오산일 것이다.
#이명박 #재산검증 #위장전입 #과대망상 #피해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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