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안주인 주꾸미 삼겹. 하지만 배가 불러 다 먹지 못한 아쉬움이...나영준
퇴근시간, 잔을 잡으면 쓰러질 때까지 놓지 않긴 마찬가지인 최육상 시민기자가 '한 잔'이 당기나보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쩝쩝 입맛을 다시고 있다. "한 잔 OK?" 긍정도 부정도 안 하고 비실비실 웃는다. 쯔쯔… 이건 '후천성 알코올 결핍증후군' 맞다.
어디로 간다…. 술과 배를 동시에 채워 줄 그런 집, 너무 많다. 그런데 딱히 갈 곳이 없다. 문득 얼마 전 누군가 이야기 해준 가게 명이 떠오른다. 제법 괜찮단다. 이름이 'PD수산'이라던가. 최 기자의 표정이 묘해진다.
"PD? 민중민주?"
"아… 그 운동권 출신 아니랄까봐."
'한 깃발' 날린 이답게 바로 정치적(?) 해석을 내려버린다. 아무튼 출발. 지하철 대림역에서 하차하란다. 그럼 구로동, 이런 여긴 내 구역인데 그동안 몰랐다니.
너무나 평범한 동네 골목. 몇 명 앉지 못할 조그만 테이블. 이거 여기가 맞나? 게다가 가게명은 '수산'인데, 메뉴는 김치찜, 제육볶음 등이 뒤섞여 있다. 가격은 1~2만원 사이. 우리는 주꾸미 삼겹으로 낙찰. 어쨌든 가게는 젊은이들로 북적북적하다.
우선 깍두기와 푹 익은 어묵 몇 점이 기본안주. 그러려니 했다. 이어 통조림 옥수수에 맛살과 햄이 섞여 나온다. 또 잠시 후 옛날 소시지와 감자전 등이 추가. 최 기자 왈 "음, 좋아 좋아" 일단 한 잔 쨍!
다시 해물전이 도착. 한 점 먹어보니 안에 들은 오징어가 생물인 듯 짭짤하다. "괜찮은 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막 깨뜨린 달걀이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며 다가온다. 이거 기본안주 맞아?
한 잔 두 잔, 속도가 빨라진다. 다시 추가 된 기본 안주, 맑은 해물 라면이다. 면은 쫄깃하고 국물은 은은하다. 슬슬 배가 불러온다. 순간 뚝배기에서 지글거리는 계란찜 등장. 으악, 메인안주는 어쩌라구!
PD수산? 예전 같으면 잡혀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