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군대를 보내라고?

'군 가산점' 부활 논란에 대하여...

등록 2007.07.04 15:09수정 2007.07.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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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역을 필한 사람을 대상으로 취업 등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일에 대하여 논란이 있습니다. 이 논란이 확대되어 여성을 징병대상으로 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남녀로 나뉘어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는 각박한 모습까지 종종 눈에 보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1. 가산점 부여 문제

우리는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성은 모두 군대를 의무적으로 갖다 와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준비하고 한창 발전해야 할 젊은 시절을 군대에서 2년씩 보내야 하는 일이 그리 가볍게 느껴질 수는 없습니다. 대체로 상당한 수준의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차원에서, 그리고 병역의무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 '군필자 가산점제도'입니다. 과거에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현역병 만기제대를 한 사람이 평균 5점의 가산점을 받았습니다. 국가보훈 대상자는 10점, 단기사병들은 아마도 3점을 받았을 겁니다. 대체로 국민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고 인정해왔던 것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보통의 경우 군복무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여 호봉을 해당기간만큼 가산하여 월급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고생한 것에 그 정도의 보상은 당연하다고 여겼고 별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군사정권이 30년을 집권하고 군사문화가 사회를 지배하던 시절에 군필자를 우대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그러한 제도가 결과적으로 여성의 취업기회를 박탈하고 차별하는 것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확대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헌법소원을 내서 결국 위헌판결을 받아냈습니다. 평등권을 해하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 판결의 취지였을 겁니다.

현실적으로도 그 가산점의 위력은 대단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방행정직 9급 공무원 생활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450명을 채용하는 시험에서 성적순으로 부여되는 임용번호가 189번이었습니다. 군대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가산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부분이 군필자여서 단순점수로는 2번이 되어야 하지만 가산점이 없어서 189번이 되었습니다. 합격할 수 있는 수백 명의 여성이나 군미필자가 탈락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순위를 기다려서 임용이 되고 나서 군필자와는 2호봉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시의 9급 1호봉은 14만8000원이고 호봉당 몇 천원의 차이는 적지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리 억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모두 군대 가서 고생하는 동안 자유로운 사회생활을 했다고 자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험에서 가산점이 없어서 탈락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억울할 것입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더 상위직급의 공채를 보려고 하다가 그만 포기해버린 이유도 바로 군 가산점 때문입니다. 문제는 당시의 군사문화가 압도하는 시대상에 따라서 군에 자원입대를 하려고 했지만 자격이 안 돼서 못 갔습니다.

자신이 원해도 받아주지 않아서 가지 못한 군대가 미래를 개척하는데 걸림돌이 된 것은 좀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아예 징병의 대상이 아닌데 그것이 여성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이고 모순입니다. 그러한 원천적인 기회차별은 분명히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같이 위헌이 맞습니다.

2.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결국 법에 의하여 국방의무를 진 것에 대하여 억울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당연히 국가가 할 수 있는 어떤 보상이 있어야 당연하고 공평한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남성이 군생활에 대하여 억울하다고 여성을 군대에 보내자는 주장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다른 사람도 모두 똑같은 일을 당하면 기분이 나아질까요? 사실 누구나 다 당하는 일이니 할 수 없다는 자위의 수단이 될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보상은 되지 못합니다.

사실 우리 사회의 여성은 남성들의 군대생활처럼 모두가 특별히 남성과 다른 봉사를 하고 있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부장적 사회구조 속에서 수많은 차별과 억압을 감내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군 복무를 시키자는 주장을 하려면 여성들이 그동안 당해온 억울한 차별을 남성에게 똑같이 지우자는 요구를 수용할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심지어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는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남성도 출산을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억지주장도 충분히 가능해 집니다. 나의 억울함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억울한 일을 당함으로써 해소되거나 경감되지 않습니다. 누구의 어떤 권리도 침해하지 않으면서 가능한 보상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생물학적 이유로 여성이 군 복무를 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군대가 남성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남성의 체력에 맞는 군사훈련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실행되는 것일 뿐 여성이 동등한 군대의 구성원이라면 방법을 달리할 길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을 남성들의 피해의식 보상차원에서 하자는 주장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될 뿐입니다.

3. 해결책은 없는가?

사실상 군대는 엄밀히 말해서 폭력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방어적, 대응적 폭력도 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일 뿐 목적은 폭력이 맞습니다. 군대라는 것이 그 자체로 반드시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필요악입니다. 물론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하겠습니다만….

따라서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되고, 과도할 필요가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경우도 60만 대군을 관리하고 있는데 좀 과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게다가 현대전은 가공할 살상무기와 정밀무기의 싸움입니다. 6·25 때의 중공군처럼 인해전술은 의미가 없습니다. 군대의 숫자보다는 무기체계와 군 편재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데서 해결점을 찾아야 합니다.

군대의 숫자를 대폭 줄이고 모병제를 모색할 때가 되었습니다. 군인이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자연히 군 가산점에 대한 차별논쟁은 해결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엄청난 재정의 수요가 예상되는 일이니 아주 장기적인 정밀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무기체계를 현대화하고 군인의 숫자를 대폭 줄여서 실질적인 안보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금부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헌법재판소가 명확히 판결한 것을 존중해야 합니다. 우선 가산점의 부활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누구의 권리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은 해결책이 안됩니다.

그러나 군필자의 호봉에 있어서의 우대는 더욱 장려할 일이라고 봅니다. 군생활의 기간이 자신의 세월을 희생하도록 강요된 일이기에 당연히 호봉에서는 그 기간만큼 우대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거기에 추가로 군생활이 경제적 손해를 과도하게 강요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군인들의 처우를 개선해줘야 합니다.

이러한 대책은 국가가 담당할 일입니다. 국방서비스의 수요자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여성이 감당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군대가 가기 싫더라도 법에 의하여 의무 지워진 이상 피할 수는 없습니다. 당연히 적절한 보상을 하되 타인의 어떤 권리나 자유도 침해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자도 군대에 보내라'거나 '남자도 아이를 출산하라'거나 하는 유치한 말싸움은 별로 불필요한 일입니다. 대안은 적절한 정부의 보상, 모병제로의 전환, 호봉산정시 경력인정으로 충분히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보상체계는 누구의 피해도 없이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인터넷 시민광장에 함께 올립니다.

덧붙이는 글 노사모,인터넷 시민광장에 함께 올립니다.
#군 가산점 #모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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