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자언니! 제발 현실을 보여주길 바래~

30대 여성의 판타지를 보여주는데 급급한 <불량커플>

등록 2007.07.06 09:59수정 2007.07.0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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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어느덧 30대 중반에 커리어우먼으로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언니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물론 그러한 언니들은 극소수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섹스 앤 더 시티'의 언니들은 불혹의 나이를 바라보면서도 끊임없이 연애하고, 일하고 성공적인 삶을 산다.

물론 종국에 다들 결혼에 목말라하지만 말이다. 영국에 사는 브리짓 존스 언니도 마찬가지다. 혼자 쓸쓸히 살다 고양이 밥이 되기 싫다며 연애질을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언니들이 부쩍 많아지면서 TV 드라마에서도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룬 작품들이 종종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제 단골소재라고 해도 될 만큼 많다. 그중에 <불량커플>이란 작품이 다시 한 번 언니들의 영광에 도전 중이다. 다행히도 옆 방송사 <에어시티>를 시청률에서 따돌리면서 조금씩 인기를 얻고는 있지만 예전만큼의 파워는 아니다. 그래도 <불량커플>의 언니도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산다.

그녀의 이름은 당자(신은경). 잡지사 'SURA' 편집장으로 당당한 싱글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데 쓸쓸한 장례식을 목격한 후 평생 혼자 살 수 없다는 당연한 이치를 깨닫는다. 그런데 이 언니 이복 자매들처럼 연애질에 동참하지 않는다.

a 30대 여성의 싱글라이프 이야기지만 결국 사랑이 최고라 말한다.

30대 여성의 싱글라이프 이야기지만 결국 사랑이 최고라 말한다. ⓒ SBS

한 술 더 떠 당자언니는 싱글맘을 꿈꾼다. 결혼을 싫지만 아이를 낳겠다는 당자언니. 자식을 마치 자신의 사후책임자처럼 여기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이 언니의 삶이 <불량커플>의 주요 소재다. 이미 30대 언니들인 삼순이, 달자 언니가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많이 논했다고 생각했는지 싱글맘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헌데 그러한 미스맘이 현실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으며, 가능할지 모르겠다. 즉 이 드라마는 애초부터 현실을 배제한 체 일종의 30대 여성 판타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사실 생각해보라. 싱글맘을 쳐다보는 주변인들의 시선을 말이다.

아직 가정을 이루는 것이 최고의 미덕으로 여겨지는 대한민국 이 땅 위에서 당자언니처럼 행동을 실천하는 언니들이 몇이나 될까? 자발적인 싱글맘을 자청하는 당자언니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옆 나라 안젤리나 졸리나 가능할까? 현실에서 웬만한 경제력이 없다면 꿈만 '주구장창' 꾸다 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참으로 판타지가 난무해 현실성이 떨어져 당자언니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방송 초반 당자언니가 싱글맘이 되기 위해 남자들을 두루 섭렵하는 과정에서 육탄공격은 깨나 시청률에서 효과적이었고,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는데도 효과적이었다.

헌데 그러한 육탄공격마저 판타지로 승화하는 <불량커플>은 아마도 삼순이 언니처럼 많은 여성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듯싶다. 사실 우수한 종자를 가졌다는 기찬(류수영)과의 스캔들은 종국에 로맨스로 승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종자를 얻어 싱글맘이 되겠다는 당자언니의 꿈은 한낮 백일몽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당자언니의 고군분투가 눈물겹거나, 싱글맘을 꿈꾸는 현실 속 여성들이 그녀의 모습에 자신을 대입시키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감하기도 힘이 든다. 따라서 드라마는 판타지로 시작해 판타지로 끝나는 그저 그런 드라마로 종영할 것이다.

그렇다고 당자언니는 커리어우먼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여성의 삶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사실 잡지사는 트랜드를 어떻게 반영하고 살려내느냐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을 선도해야 하는 의무를 가졌다.

그리고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독자들로부터의 외면을 받아야 하고 종국에 폐간이 될 위기에 처한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당자언니 잡지인 'SURA'는 '싱글맘'으로 시작해 '싱글맘'으로 끝을 맺으려 한다. 잡지사의 콘텐츠가 '싱글맘'이 유일하다는 것은 현실에서 말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당자언니는 개인적인 사생활에서도 너무나 판타지스러워 공감하기 힘든데, 일에서도 여전히 판타지로 점철되어 있다. 차라리 케이블 드라마 영애언니의 일과 사랑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고 공감할 수 있다.

시대는 변했다. 삼순이 언니가 국민드라마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식상한 소재에 질려 버린 시청자들이 원하는 바를 꼬집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자언니는 국민언니로 거듭나기 힘들다. 또한 요즘 인기를 얻는 드라마 경향을 보면 현실을 배제한 판타지는 시청률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마냥 현실적일 필요는 없지만 당자언니가 적어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대찬 인생을 살아보겠노라 선언한 이상 드라마도 대차게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불량커플>은 너무나 관습적이다.

그래서 시청률이 올라가고는 있지만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 내기 힘들 뿐더러 당자언니의 일과 사랑은 대리만족을 시켜주지도 못한다. 그리고 종국엔 종갓집 종부인 기찬과의 로맨스와 사회적인 성공의 사이에서 조금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다 두 분야를 모든 섭렵한 원더우먼 당자언니라는 사실로 끝을 맺을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비교적 현실적인 커플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한영(최정윤)과 윤석(박상민) 부부도 역시나 판타지다. 윤석은 바람을 피고도 역시나 뻔뻔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더 웃긴 건 그야말로 전업주부인 한영이 맞바람을 피우고, 그 대상이 모델 뺨을 치고도 남을 만한 남자와의 불륜을 그려낸 점에서 역시나 이 커플도 너무나 판타지적이고 관습적이다.

그래서 <불량커플>은 비록 새로운 옷을 입으려고 시도는 했지만 역시나 헌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즉 이 모든 것이 '사랑'때문이라는 닳고 닳은 교훈을 남기려 한다.

비록 전원주란 배우가 일인 다역을 하고, <스윙걸즈>의 장면을 패러디하는 등 새로운 재미를 더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당자언니와 한영언니는 대한민국의 언니를 대표하기엔 역부족일 듯싶다. 그렇다고 갑작스레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내용을 급선회하지 말길 바란다. 억지스러운 뿐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불량커플 #신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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