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증권사 객장에 앉아 주식시세판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만약 가지고 있는 재산을 전부 다 부동산에 투자하면 환금성의 위험이 너무 커진다. 돈이 필요할 때 빨리 현금을 마련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빨리 현금을 확보할 목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면 그만큼 투자손실을 입게 된다.
반면 모든 재산을 은행에 예금해 두었다면 환금성은 매우 높겠지만 수익률이 너무 낮아진다. 이럴 때 재산을 예금과 부동산에 적절히 분산투자해 두면 환금성의 위험이나 수익성의 위험이 집중투자했을 때보다 더 낮아진다는 것이다.
내가 '재산 3분법'이란 말을 처음 들었던 때가 대학 다니던 80년대 중반이었다. 경제학 전공수업을 듣던 중에 처음 이 이론을 접하게 되었다. 그때는 '삼발이 이론'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그 당시 재산 3분법을 공부하면서 나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주식은 수익률이 높은 투자자산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인가 하는 것이었다. 대학시절, 주식의 수익률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 데는 개인적인 조그만 경험이 발단이 되었다.
80년대 중반에도 지금처럼 주식 열풍이 불었다. 그 당시 내가 아는 한 분도 주식투자를 했었다. 그 분의 주식투자는 좀 유별났다. 주식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었다. 좀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머릿속이 온통 주식으로 꽉 차있는 사람이었다.
당시 그분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는데, 저렇게 주식에 푹 빠져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나 싶을 정도였다.(그 분은 지금도 그 직장에 다니고 있으며, 정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가 등락 따라 집안 분위기도 출렁출렁
하루는 그 분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분의 하루는 아침에 신문에서 주식시세표를 보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주식 생각을 한다고 했다. 부부간의 대화에도 주식이 빠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늘은 얼마나 올랐는지, 내일은 어떻게 될 것인지,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또 어떤 종목을 사야할지, 날마다 이런 대화가 계속된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입에서도 주식 이야기가 나온다고 했다.
어쩌다 주가가 빠지는 날이면 온 몸에 힘이 쭉 빠진다고 했다. 하루종일 우울하고 소화가 안 된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렇게까지 신경을 쓰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 분은 결국 주식투자로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조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부모들이 주식 때문에 그렇게 신경 쓰고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역시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주가가 하락하는 날이면 아이들도 역시 힘이 없고 소화불량에 걸린다는 것이었다.
뭣한 말로 온 가족이 주식 병을 앓는 상황이었다. 그 분의 경우 온 가족이 주식 병을 앓다 보니 주가의 등락에 따라 집안의 분위기와 집안 식구들의 컨디션이 출렁거렸다.
그 분의 말을 들으면서 주식투자에 따르는 비용이 단지 투자금액뿐만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신문의 주가시세표 읽어나가는 시간, 그리고 하루종일 주식에 관한 생각을 머릿속에 담고 다니는데 따르는 정신적 피곤함, 그리고 주식에 관심이 쏠림으로 인한 직장에서의 업무 집중력 저하, 때때로 주가 하락시 받는 본인 및 가족의 스트레스 등 많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이 반복적으로 계속 발생한다니 이건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따져 보면...
그 당시 내 생각은 이랬다. '경제학 이론에 의하면 가장 좋은 투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 투자이다. 그런데 주식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너무 많다. 주식투자를 통해 많은 돈을 번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를 고려한 실질적인 투자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다.'
나에게 주식이란 위험하기만 할 뿐 실제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은, 그래서 별로 좋지 않은 투자대상으로 인식되었다. 일종의 편견을 가지게 된 셈이다.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할 때도 주식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에는 부동산에 대해서도 완전 문외한이었다. 그저 월급받으면 꼬박꼬박 은행에 저금하는 게 재테크의 전부였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부동산과 인연을 맺어 7년이라는 세월동안 부동산과 부대끼고 있다.
사고의 폭이 넓지 못했던 대학시절에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하여 전 재산을 날리고 온 가족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부동산이야말로 가장 투자비용이 높고 위험이 크며 스트레스가 많은 투자자산이라고 단정지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평생 부동산업계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지금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 놓고 주식투자를 하고 있을까?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무슨 일이든, 어떤 투자방법이든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고 스트레스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학시절에 겪은 간접 경험 때문에 지금까지 주식투자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였지만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펀드투자는 한번 해보고 싶다. 직접투자보다는 신경 덜 쓰고 스트레스 덜 받을 것 같아서인데 막상 해 보면 어떨지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대박·쪽박의 기억 응모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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