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예술, 청계천에 떴다!

[인터뷰] 아름다운 목소리 들려주는 거리예술가 김부영씨

등록 2007.07.10 11:24수정 2007.07.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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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잘못 잡으셨습니다. 조금 시끄러울 겁니다. '아니다' 싶으면 인상을 쓰세요. 그럼 제가 마이크를 줄이겠습니다."

양 손에 묵직한 기타를 들고 하모니카를 입가에 댄 채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다. 참 직설적이면서도 정중한 멘트다.


'뭐지?' 궁금한 마음에 옆에 놓인 푯말을 보았다. '2007 서울 아티스트, 팀명: 김부영, 장르: 통기타'라고 적혀 있었다.

7월8일 오후 5시, 청계천에서 공연준비를 하고 있는 거리예술가 김부영(39)씨를 만났다. 일단 다리 밑 그늘에 한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노래를 들어보았다.

"그녀의 웃는 모습은 활짝 핀 목련꽃 같아…."

a 한 초등학생이 가사집을 신기한 듯 유심히 살펴보고있다.

한 초등학생이 가사집을 신기한 듯 유심히 살펴보고있다. ⓒ 서영화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렸다. 첫 곡이 벌써 끝난 모양이다. 둘러보니 아들을 앞에 앉히고 아들의 손으로 박수를 치는 엄마,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중년여성 등 몇 몇 사람들이 힘찬 박수세례를 보내고 있었다.

"날씨가 굉장히 덥습니다. 땀나니까요. 박수는 안 치셔도 됩니다"라며 관객들을 걱정한다. 이렇게 친절한 거리예술가가 또 있을까.


음악 통해 시민들과 함께 공감하는 '거리 예술'

"거리예술가라는 직업이 너무 생소하다"고 말을 건넸다. 김 씨는 "어렵고 사람들이 모르는 노래가 아닌 같이 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시민들과 공감하는 것이 거리예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말마다 이 곳 청계천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며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거리예술가다. 토요일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두 시간동안 청계천의 관객들과 만난다.

2005년 10월부터 활동해 올해로 벌써 만 2년째이지만 그는 "매 순간이 즐겁다"고 한다. 한번에 40여곡 이상을 부르지만 전혀 힘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제 거리예술이 제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버렸다"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면 즐겁잖아요. 제가 기타치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저한테는 너무 소중한 시간이에요. 주말에 청계천에 나와서 다른 사람들하고 마주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저한텐 굉장히 활력이 되요

거리공연하면서 제일 좋은 것은 저의 이런 모습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거죠. 거리 공연은 싫으면 그냥 가는 거 에요. 좋으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고, 더 좋다는 생각이 들면 앉아서 구경을 하시면 되죠. '어 저 사람은 내 공연이 좋은가보다' 라는 느낌을 관객들에게 받으면 힘이 나죠”

a 김부영 거리예술가는 토요일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두 시간 동안 청계천의 관객들과 만난다.

김부영 거리예술가는 토요일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두 시간 동안 청계천의 관객들과 만난다. ⓒ 서영화


그는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70~80년 대 가요, 팝송이나 김민기,김광석, 이문세, 변진섭, 유열의 노래를 주로 부른다.

"어려우면 호응이 없으니까요. 제가 어려운 노래 할 수준도 안 되지만 여기 구경하시는 분들하고 공감할 수 있을만한 노래들로 준비를 해서 같이 즐기고 가는 거죠. 그 분들도 즐기고 저도 이렇게 오후에 나와서 즐기고 가는 거죠. 제가 기쁘고 구경하시는 분들도 기쁠 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공연이 되겠죠."

가끔은 그 때 모인 연령층이나 분위기에 따라 선곡이 바뀌기도 한다. 김씨는 "젊은 분들이 있으면 요즘 노래를 하고, 연령층이 아주 높다싶으면 저희 부모님 세대가 좋아했을만한 노래들을 한다"고 전한다.

사람들이 모두 알고 따라할 수 있는 노래들을 위주로 공연을 한다는 그는 팝송 역시 유명한 곡을 부른다. 그래서 그가 팝송을 부르면 따라 부르는 외국인들도 많다.

"제 발음이 그렇게 좋지는 않지만(웃음) 영어권에 계신 분들은 흥얼흥얼 같이 따라해 주세요. 유명한 노래만 불러드리니까요. 저번엔 여섯명의 미국인 가족이 왔는데 흘러간 팝송을 부르니까 눈도 마주치고 엄지손가락도 치켜세워주고 좋아하더라고요."

거리 예술? 5분이든 10분이든 편하게 즐기세요

a 지나가던 학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김부영씨에게로 모여들었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김부영씨에게로 모여들었다. ⓒ 서영화


그는 언제부터 '예술'을 했을까. "중학교 2학년 때 형 친구들이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며 그는 기타에 반해버렸다"는 그는 "어느 정도 음악적 소질이 있었기에 금방 기타를 배울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럼 그 뛰어난 노래실력은 어떻게 키웠을까. 그는 "우습지만 노래에도 조금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며 겸연쩍어했다.

그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고등학교 밴드부에까지 이어졌다. 뭔가 어설펐지만 연주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좋았다.

본격적으로 거리예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스무 살부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도 그는 라이브 카페나 호프집에서 일을 하며 음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런 노력 때문일까.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2005년 8월 중순, 우연히 신문을 뒤적이다 청계천에서 거리 공연할 '서울 아티스트'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오디션에 응시하게 되었고, 선발되어 거리예술가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현재 김씨는 평일에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는 '예술가'로 활동하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아티스트'는 시에서 장비와 장소만 대여받고 무보수로 공연을 하고 있다. 종로·대학로·청계천 등에서 이들을 볼 수 있으며 현재 74개의 팀이 활동하고 있다.

김부영씨는 거리공연을 하며 웃지 못 할 에피소드를 하나 전했다.

"한번은 한겨울에 노인 분들이 잠바주머니에 설렁탕 한 그릇 사먹으라며 만원짜리를 넣어주고 가시는 거 에요. 저는 좋아서 하는 건데 그 분들은 '저 사람이 날도 추운데 왜 이런데서 떨면서 노래하나'하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제가 불쌍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거보면 오히려 재밌죠.(웃음)"

외국과는 달리 아직 한국은 일반인들의 거리예술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거리문화가 활성화되어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거리공연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으며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이 있지만 시민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문화다.

"인식이 변해야 거리 문화도 형성돼요. 이제 (시민들도) 조금 더 보시고 저희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조금 더 양질의 프로그램을 보여드린다면 몇 년 안에 (거리문화 정착이) 가능할 것 같아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만큼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5분이든 10분이든 제 노래를 통해 서로 교감하고 공감해서 지루하지 않고 '아 좋은 시간이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시민 여러분들이 '저 사람 정말 즐겁게 한다'라는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봐주셨으면 해요"


시민들이 보고 즐거워하는 거리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김부영씨. 그의 소박한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덧붙이는 글 | 서영화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덧붙이는 글 서영화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 입니다.
#서울특별시 #청계천 #김부영 #거리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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