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를 구경하기 위해 나선 시민들.하승창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벌어지는 불꽃놀이가 볼 만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독립기념일이 되면 거리에는 성조기가 걸리고, 퍼레이드가 진행되며, 쇼핑몰들은 세일에 나서고, 핫도그 먹기 대회 같은 이벤트도 만들어지지만 그 중 불꽃놀이가 눈요기에는 제일 좋은 프로그램이라는 말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미 전역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불꽃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내가 살고 있는 뉴저지에서도 한다는 데, 이왕이면 뉴욕으로 나가보자고 마음먹었다. 뉴욕에서는 이스트리버 쪽에서 하는 모양이다. 오후 무렵부터 이스트 강을 따라 달리는 FDR도로(맨해튼의 강변도로)를 막는다는 것을 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모양이다.
불꽃놀이 구경에 나서다
마침 시민행동 상근자 두 사람이 미국을 방문 중이라 함께 나섰다. 오후 내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시작 시간에 맞추어 이스트 강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인터넷에서 볼 때는 시작시간이 밤 7시라고 본 것 같아서 사람들이 몰릴 것을 예상해 6시가 좀 되기 전에 34번가 동쪽 끝에 도착했다.
그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두 친구가 잠시 커피를 사러 간 사이에 옆에 앉아 있던 흑인아저씨가 밤 9시에 시작하는 데, 사람들이 3시간 전에 몰려나온다며 내게 말을 건다.
"아, 7시 아니냐?"
"9시다."
헉,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비도 오는 데…. 9시에 행사가 시작되기 때문인지 아직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이 아니구나…. 두 친구가 커피를 사가지고 오자 FDR도로로 올라갈 수 있게 경찰들이 안내를 시작한다. 이 도로는 서울로 치자면 강변도로나 올림픽대로쯤 되겠다. 이스트강이 제대로 보이는 위치를 개방하는 셈이다.
하여간 올라갔다. 위치는 좋은 곳이다. 오랜 시간 기다릴 것을 각오하고 온 사람들이라 의자, 비옷, 먹을 것, 담요 등 각종 장비로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오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가족끼리 친구끼리 앉아서 수다를 떨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계속 비가 와서 서서 기다리기에 쉽지 않다. 화장실도 가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