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아 훨훨 날아라

5월 광주의 시인 김준태, 11일부터 공화랑에서 통일시화전 열어

등록 2007.07.10 17:36수정 2007.07.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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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통일시화전을 준비한 김준태 시인.

통일시화전을 준비한 김준태 시인. ⓒ 한국문학평화포럼

시인 김준태. 시인의 걸음은 언제나 크고 넓다. 큰 보폭보다 넓고 깊은 민족애를 지니고 있는 시인 김준태. 그가 통일을 화두로 한 '통일시화전'을 연다. 오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에서 열리는 통일시화전은 시인 김준태와 통일을 염원하는 시인들이 다 참여했다.

이번 통일시화전에 참여하는 시인은 고은 시인은 비롯해 김규동, 민영, 김지하, 정희성, 김준태 시인. 이 나라의 시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견 또는 원로 시인들이 육필로 통일된 세상을 그렸다. 육필시가 귀한 시절이라 전시 자체가 반갑다.


이기형 시인을 비롯해 오영재, 김정환, 백석, 김남주, 조태일, 신동엽, 김수영, 문익환 시인 등 27명의 작품은 김준태 시인의 붓끝으로 통일세상을 그렸다. 남북 시인들과 작고 시인들의 작품들이라 단단한 내공이 없으면 범접하기 힘들다.

그런 이유로 이번 시화전을 준비한 김준태 시인의 공력 또한 많이 소진되었다. 그럼에도 시화전을 준비하는 시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우면서 강하다.

통일은 아가의 해맑은 얼굴처럼 온다

정말 이제, 오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작은 고추를 움켜쥐고 마냥 순결하게 웃어대는 아이처럼 통일이 그렇게 '아장아장' 걸어오고 있음을 어찌 저 혼자만 느끼는 예감이겠습니까. 그래서 저 또한 아가의 "하얀 발가락도 조금씩 빌려서 남북 삼천리 예쁘게 걸어가려"고 오늘 이렇게 <통일시화전>을 서울 인사동 문화의 거리에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열고 있는 것인가 싶습니다. - 초대의 글 중에서

통일은 아가의 해맑은 얼굴처럼 다가온다는 시인은 지난해 늦가을 금강산에서 "죽지 않고 너를 보기 위해 금강산아 나는 오늘까지 살아왔다" 라며 눈물을 훔쳤다.


그가 생각하는 통일은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네가 살아가는 밭고랑 사이를 맨발로 촉촉히 젖은 흙발로 걸어올 것이라고 했다.

a 고은 시인의 육필시

고은 시인의 육필시 ⓒ 한국문학평화포럼

시인 김준태가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은 잠들어 있는 통일시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이다. 그는 얼마 전 지난 2년간 <월간 민족21>에 연재하여 호평을 받은 통일시에 대한 글들을 묶어 <김준태의 통일을 여는 시 -백두산아 훨훨 날아라>를 펴냈다.


이번에 준비한 시화전은 통일의 시대로 가기 위한 전초전. 예전처럼 무작정 판문점으로 달려가는 시대는 지났기에 문학으로 통일의 불꽃을 되살려 보겠다는 것이 김준태 시인의 작심이다.

어머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아버지,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래 오늘, 백두 장군봉에 올라
무릎꿇고 엎드리어 빌고 빕니다

이제야 아가의 고사리 두 손 빌려
제 흐린 넋을 구석구석 씻어냅니다

아가의 초롱 초롱한 눈동자 불러와
세상사람들 새벽 별처럼 바라보고

아가의 하얀 발가락도 조금씩 빌려서
남북 삼천리 예쁘게 걸어가려 합니다

- 김준태 시 '백두, 장군봉에 올라' 전문


전시되는 작품은 총 51점. 통일이라는 단일 주제로 통일시화전을 갖는 것은 한국문학사에서도 처음있는 일이다. 절절한 통일의 시. 통일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시울이 적셔지는 중견 시인들. 울렁거리는 마음 다스리며 검은 먹으로 낡은 허리띠 풀어버리듯 철조망을 걷어냈다.

통일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시울 적시는 시인들

a [왼쪽] 김지하 시인의 육필시 [오른쪽] 김규동 시인의 육필시.

[왼쪽] 김지하 시인의 육필시 [오른쪽] 김규동 시인의 육필시. ⓒ 한국문학평화포럼

먹먹한 마음 담은 시에 옷을 입히고 시에 기운을 더한 것은 화가 장순복. 민중미술운동판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그의 이력이 이번 그림에 다 담겨있다. 그녀가 꿈꾸어 온 통일과 시인들의 통일시는 한데 잘도 어우러져 한바탕 축제를 펼친다.

그러나 한국문학사에서 기념비적이라는 이 통일 축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꿈일 뿐이다. 둘로 갈라진 반도의 땅이 그러하듯 시화전의 뒷그림자는 여전히 통일을 향한 진행형이다.

통일시화전을 기획하고 준비한 이승철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 사무국장은 "남북 화해와 상생평화의 기운을 국민들께 널리 확산시키기 위하여 이 전시회를 특별기획했습니다"라면서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반갑게 악수할 날 머지않았음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라고 이번 시화전의 의미를 전했다.

또 이 시인은 "아울러 창립 4년차에 접어든 한국문학평화포럼이 보다 대중적이고 활발한 활동을 하기 위한 기금 마련 성격으로 이 전시회를 특별 기획했습니다"라며 "작품은 현장전시가 끝난 후 적절한 가격으로 판매할 것입니다"라고 시화전을 기획한 속내도 밝혔다.

김준태 시인의 말처럼 통일은 우리의 겨드랑이 밑까지 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버스 손잡이를 잡기 위해 겨드랑이 활짝 열어 보이면 어느 새 달아나고 없다.

통일, 달아나지 않고 우리의 품속까지 스며들 그런 날 언제나 올 것인가. 그 답을 김준태 시인이 준비한 통일시화전에 가면 혹여 찾을 수 있지 않을까.

a 화가 장순복

화가 장순복 ⓒ 한국문학평화포럼제공

덧붙이는 글 | 김준태 시인의 통일시화전은 7월11(수)~17일(화)까지 공화랑(02-735-9938)에서 열립니다.
초대일시 : 2007년 7월 11일(수) 오후 5시

덧붙이는 글 김준태 시인의 통일시화전은 7월11(수)~17일(화)까지 공화랑(02-735-9938)에서 열립니다.
초대일시 : 2007년 7월 11일(수) 오후 5시
#통일시화전 #광주 #이기형 #김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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