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려서 슬픈 부레옥잠화

부레옥잠 꽃을 보며 인생을 생각한다

등록 2007.07.10 17:17수정 2007.07.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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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에 가득한 부레옥잠.
연못에 가득한 부레옥잠.강재규
집 뜰에는 인공으로 조성한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얼마 전 위층 주연이 엄마가 '부레옥잠'을 구해 와 연못에 넣어두더니만 어느새 연못 한가득 무성하게 자랐다.


아침에 나와보니 연못에서 빽빽이 자란 부레옥잠을 작은 옹기에 물을 가득 채워 군데군데 예쁘게도 심어서 집안 돌계단에 정리를 해두었다. 잎은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이 예쁘기 그지없었다.

꽃봉오리를 한껏 밀어올린 부레옥잠
꽃봉오리를 한껏 밀어올린 부레옥잠강재규
부레옥잠은 동그란 공기통을 달고 있다. 행여 물에라도 잠길라치면 몸을 띄우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서 물고기의 부레에서 이름을 빌어 '부레옥잠'이라 부르나 보다.

며칠 전 꽃대 하나가 돋았더니 아침에 꽃을 피웠다. 아침 식사 전 들여다 보았을 때에는 보라색 꽃대만 올라와 있었는데, 출근을 위해 나서는데 벌써 꽃봉오리를 활짝 피웠다.

청초하지만 너무 여려 슬픈 부레옥잠화.
청초하지만 너무 여려 슬픈 부레옥잠화.강재규
막 밀어올린 꽃대는 청초해 보였지만 힘차 보이지는 않았다. 물에서만 자라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한 탓일까? 이렇게 쉽게 피면 쉽게 지게 마련이다. 너무 여려서 오히려 슬퍼 보이는 꽃, 부레옥잠화였다.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끄집어 들었다. 이런 '부레옥잠화'를 보는 순간 노랫가락 한 구절이 떠올랐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이고-마아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

노랫가락처럼 그냥 살짝 피었다가 살짝 져버리는, 나팔꽃보다도 결코 오래 버틸 것 같지 않았다.


만개한 부레옥잠화.
만개한 부레옥잠화.강재규
꽃송이도 꽃대도 힘겨워 보인다. 아침에 내린 빗방울이 야속해 보였다. 저렇게 여려 제 몸조차 가누기 힘든 꽃대 위에 의지한 빗방울, 그 빗방울이….

꽃이 피자마자 바로 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피고 사라질 걸 온 힘 모아 꽃대를 밀어올렸을 것이다. 모든 힘을 써서 산모가 출산을 하듯 말이다. 조금 길게 보면 인생 역시 부레옥잠화와 다를 바 없을 텐데, 사람들은 아웅다웅이다. 자신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꽃잎 한쪽에는 노란 점이 하나 있었다. 그래도 꽃은 꽃이다. 수술도 암술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부레옥잠화는 내 카메라에 붙들리는 바람에 쉽게 지지 못하게 되었다. 다행일까, 불행일까?
#부레옥잠 #부레옥잠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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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법학과 교수. 전공은 행정법, 지방자치법, 환경법. 주전공은 환경법. (전)한국지방자치법학회 회장, (전)한국공법학회부회장, (전)한국비교공법학회부회장, (전)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전)김해YMCA이사장, 지방분권경남연대상임대표, 생명나눔재단상임이사, 김해진영시민연대감나무상임대표, 홍조근정훈장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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