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사세!

배내 삼동훈련원을 가다

등록 2007.07.11 11:14수정 2007.07.11 11:1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정근영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는 일원의 진리를 대각한 다음 “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다”라고 했다. 소태산의 법통을 이은 머리제자 정산 종법사는 스승의 가르침을 더 구체화해서 ‘동원도리, 동기연계, 동척사업’이란 삼동윤리를 말하였다. 정산종법사의 뒤를 이은 대산 종법사는 ‘진리는 하나 세계도 하나 인류는 한 가족 세상은 한 일터, 개척하자 하나의 세계’라는 게송을 발표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원불교의 핵심교리인 일원대도가 더욱 구체화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원불교는 종교마다 서로 다른 진리를 말하지만 그 근원을 살펴보면 진리는 하나라고 한다.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생명을 가진 존재가 있지만 그 뿌리는 한 기운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또한 세상엔 수많은 주의, 주장과 사업이 있지만 그 목적은 인류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통된 목적을 가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삼동윤리, 그 실천의 현장이 바로 삼동 배내 청소년 수련원이다. 삼동 배내 청소년 수련원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 31번지에 있다. 태백산맥의 마지막 줄기에서 북쪽으로 솟은 가지산을 주봉으로 운문산, 고현산, 문복산, 사자봉과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 등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산들이 줄지어 솟아 있는 연봉 가운데 배내골이 있다.

배티고개에서 장군고개까지 24km에 이르는 깊은 골짜기가 배내골이다. 이곳은 마치 배 속 같으며 돌배꽃이 필 때면 산천이 온통 꽃마을이다. 아름다운 꽃밭 배내골은 깊은 못과 폭포, 넓은 계곡, 울창한 숲 등으로 골짜기마다 절경이다. 이 아름다운 연봉 일대를 영남의 알프스라 부른다.’

a

소년 대종사. 소태산 대종사는 불상을 숭배하지 않도록 했지만 ⓒ 정근영


a

향나무의 향기. 맑고 밝고 훈훈하게 사는 보살의 삶을 본다. ⓒ 정근영

배내 삼동 청소년수련원은 54,680㎡의 넓은 부지에 건축면적은 1,490㎡에 이른다. 숙박시설과 집회시설, 체육시설을 두루 갖춘 삼동 청소년 수련원은 어른은 400명, 학생 7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수천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불교, 이름난 절이 수도 없이 많지만 수행시설을 제대로 갖춘 절은 많지 않다. 오히려 그 역사가 90년 남짓한 원불교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수련시설을 갖추고 있음을 보게 된다. 중앙중도 훈련원, 계룡산의 삼동원, 제주의 국제 훈련원, 대구의 동명 훈련원, 부산교구의 ‘배내 훈련원’ 등 굵직굵직한 훈련원이 많이 있다. 수많은 원불교 훈련원 가운데 경관으로는 이곳 배내 훈련원이 으뜸일 것 같다.

a

청소년의 집. 수련생의 숙소다. ⓒ 정근영


a

대각전. 앞에 보이는 집은 팔각정이다. ⓒ 정근영

배내 훈련원은 아름다운 숲속의 집이다. 골짜기로 맑은 물이 흐르고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여름 한철 배내골은 피서 인파로 몸살을 앓지만 배내 삼동 청소년 수련원은 배내골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까닭에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 입구 도로가 너무 좁아 승용차도 서로 비켜갈 수 없는 것은 큰 약점이긴 하지만 이 좁은 길이 외나무다리가 되어 세속의 때가 덕지덕지 묻은 이들의 접근을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a

기도터 돌탑 ⓒ 정근영


a

만인돌탑. 만인보를 쓴 고은 시인의 시비도 있다. ⓒ 정근영

7자는 행운의 숫자다. 서양 사람들은 7자를 으뜸으로 치는 듯 하다. 따지고 보면 7자는 서양 사람만 좋아하는 숫자는 아니다. 우리 동양 사람에게도 7은 의미있는 숫자가 아닌가. 칠성님은 생명을 주관하는 신이다. 절에도 가장 높은 곳에 칠성각을 지어 놓았다. 2007년 7월 7일, 세 개의 7자가 겹쳤다. 행운이 세겹으로 겹친 것이다.

그렇지만 법회 사회자가 “오늘이 무슨 날인줄 아세요?”라고 물을 때까지만 해도 나는 세 개의 7자가 겹치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 내게는 7월 7일이 내 생일일 뿐이었다. 설마 사회자가 내 생일임을 묻는 것은 아닐 것이고.

원불교를 등진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교당 법회를 외면해 왔다. 요즘 들어 가끔씩 법회에 참석하곤 하지만 법회 참석에 열성은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배내에서 법위 단계별 수련회를 연다기에 다른 일을 젖혀두고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배내 삼동 청소년 수련원에서 하루를 지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다.

불교에서는 사람을 범부와 성인으로 크게 나눈다. 성인은 다시 수다원, 사다함, 아나함, 아라한 등 4단계로 나눈다. 불경을 보면 석가모니 당대의 제자들은 석가의 가르침을 듣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진리를 깨달아 아라한이 되는 제자들도 많다. 그렇지만 오늘날 간화선을 주장하는 한국불교에서는 도를 깨달은 이를 보기 힘든 까닭이 무엇일까.

a

싱그러운 녹음이 짙다. 젊은 힘이 넘친다. ⓒ 정근영


a

기도처. 아름다운 잔디밭, 일원불을 향하여 기도를 하는 곳이다. ⓒ 정근영

반면에 조선 불교를 혁신하여 새불교가 된 원불교는 항마한 성인이 너무 많은 것 같아 그 분들이 정말 득도하야 성인이 되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원불교는 보통급, 특신급, 법마상전급, 법강항마위, 출가위, 대각여래위 등 6등급의 법위단계가 있다. 원불교에 입문하면 보통급, 특별한 믿음을 내면 특신급, 삼독심을 버리고 진리를 행하기에 노력하고 반 수 이상은 법이 이길 적에 법마상전급이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서 마군을 항복받듯 세속의 욕망을 조복받고 법이 이기면 항마위다.

이 단계부터는 성인이다. 항마위며 여기서부터 성자다. 원불교에서는 이 항마위 이상의 도인이 많다. 그들이 진정 성인의 인격을 갖춘 것인지, 세속 사람들의 공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아니 그런 믿음을 받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부산교구에서는 교당별로 배내 청소년 삼동 수련원에서 법위 단계에 따른 훈련을 한다. 나는 7월 7일과 8일 1박2일의 법위단계 훈련을 받게 되었다. 훈련에 참가한 교도는 보통 특신부와 법마상전부, 항마부의 3팀으로 나누었다. 나는 상전부에 소속되어 있었다. 상전부에서는 천지, 부모, 동포의 세팀으로 나누어 교리도를 작성하고 설명하게 되었다. 여기서 나는 천지팀을 대표하여 나가 MVP로 뽑혔다.

원장님으로부터 꽃사과 식초로 상을 받았다. 다음날 해제식 때 또 감상담을 발표하게 되어 또 상을 받게 되었다. 이것이 행운의 겹침이었을까. 생일날의 특별한 선물이 되었다.

배내 삼동 청소년 수련원은 정말 아름다운 숲이다. 문 없는 문을 들어서면 팔각정이 손을 내밀고 그 곁에서 황토방 찻집이 가슴을 연다. 경사가 좀 급하긴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길따라 올라가면 예쁜 수련이 활짝 핀 연못 위 숲속에 소년 대종사 동상을 만난다.

길목엔 공든 탑 돌탑이 당당히 어깨를 내밀고 서 있다. 절집의 대웅전과 같은 대각전이 숲속에서 우뚝 솟아있다. 대각전 뒤쪽으로 발길을 돌려서 아름다운 숲속을 따라 올라가면 기도터에 이른다.

맑은 바람이 흐르고 밝은 햇살이 쏟아진다. 기화요초가 우거진 숲속에 일원상 비석이 서 있다. 원불교는 불상을 모시지 않고 진리를 상징하는 동그라미 일원상을 모신다. 원불교 신자는 동그라미를 신앙의 대상과 수행의 표본으로 삼아서 원만구족하고 지공무사한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진리를 닦는다.

원불교가 지향하는 성숙한 인간은 활불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부처다. 배골 삼동 훈련원은 활불을 배출하는 도량이다. 원불교는 너도 부처 나도 부처, 우리 모두 부처가 되어 낙원을 건설하려는 종교다. 대산종법사의 휘호 활불 비석이 숲속에서 빛이 난다.

여름철이면 이곳에서 '숲속의 학교'가 문을 연다. 불교의 스님, 원불교의 교무, 천주교의 신부, 수녀, 개신교의 목사, 천도교의 포덕사 등 여러 종교의 성직자가 교사가 된다. 숲속의 학교에서는 종교를 따지지 않는다. 모두가 하나되어 진리를 연마하고 인격을 닦는다.

이들 성직자들은 종교와 사상의 울을 벗어나 서로 손잡고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 훈련에 정성을 모은다. 올해로 12년째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갈라진 이 세상을 하나로 만들고 모두가 하나되어 낙원세계를 건설하게 되기를 바란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여기서 하나로 어울리는 공부를 하여 하나로 사는 세계를 꿈꾸기를 바라면서 배내 삼동 청소년 수련원을 나왔다.

a

내 몸에 부처를 모시고 생불이 되고 활불이 되어야 한다. ⓒ 정근영

도로안내 : 경부고속도로 → 서울산(삼남)IC → 언양 → 석남사 → 밀양.배내골사거리 → 배내골(69번도로) → 배내골 정상 → (2.5km 하향) 삼동배내청소년수련원

교통안내 : (대중교통)
◈ 부산 → 언양(소요시간 40분)
동부시외버스터미널 → 언양행
◈ 울산 → 언양(소요시간 30분)
시외버스터미널,공업탑 → 언양행
◈ 대구,경주 → 언양

※ 언양 → 배내청소년훈련원
시외버스터미널 → 배내골행(08:40 / 16:10) → 진전마을 하차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dharmanet.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www.dharmanet.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원불교 #배내 삼동 훈련원 #수련 #진리 #세속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기아타이거즈는 북한군? KBS 유튜브 영상에 '발칵'
  4. 4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5. 5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