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봉쇄, 불 꺼진 홈에버 상암점, 앞날은?

[현장] "인질극 그만"-"경찰 철수"... 극한 대치 벌이는 노사

등록 2007.07.11 23:58수정 2007.07.12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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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 벌어지는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에서 11일 오후 경찰이 살수차와 버스로 매장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이 벌어지는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에서 11일 오후 경찰이 살수차와 버스로 매장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경찰에 의해 완전 봉쇄된 홈에버 월드컵몰 매장에서 농성중인 여성노동자들이 민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며 긴장을 풀고 있다.

경찰에 의해 완전 봉쇄된 홈에버 월드컵몰 매장에서 농성중인 여성노동자들이 민중가요에 맞춰 춤을 추며 긴장을 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11일 오후 5시 홈에버 월드컵몰점. 1층 매장 출입구가 경찰에 의해 봉쇄돼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 출입구 주변 역시 경찰 버스에 막혀 있었다. 2층 쇼핑몰과 연결된 통로 역시 셔터가 내려진 상황이었다.

매장을 봉쇄한 경찰에 맞서 출입구에는 이랜드 노동자 10여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상자더미가 쌓아 놓고 있었다.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도 경찰과 이들의 대치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매장 밖에서는 매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비를 피해 한 곳에 모여 있었고, 매장 안에서는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매장 안] "조합원들이 혼비백산해 통제가 안 됐다"

a 경찰병력이 홈에버 월드컵몰 매장입구 바로 앞까지 들어와서 완전봉쇄했다.

경찰병력이 홈에버 월드컵몰 매장입구 바로 앞까지 들어와서 완전봉쇄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a 매장내 전원이 수시로 차단됐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농성중인 여성노동자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매장내 전원이 수시로 차단됐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농성중인 여성노동자들이 휴식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매장 안은 어두운 것을 제외하면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이남신 이랜드일반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경찰이 봉쇄하자마자 불이 꺼졌다"고 말했다. 매장 중간에만 불이 켜진 상태에서 이랜드 노동자들은 '바위처럼' 등의 노래 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출입구가 봉쇄됐다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경찰이 매장 입구를 봉쇄한 건 오후 3시 20분 께. 입구에는 홈에버 노동자들 일부가 집회를 위해 홈에버 시흥점으로 나서려고 준비하고 있던 때였다. 갑자기 경찰은 매장 입구를 막았다. 그 주변 역시 경찰버스를 동원해 아무도 드나들 수 없도록 했다.


갑자기 경찰이 입구를 봉쇄하자 이랜드 노동자들이 깜짝 놀랐다. 봉쇄에 항의하는 이랜드 노동자들이 몸싸움을 벌여 이중 3명은 연행됐다.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이 혼비백산해 통제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노동자들은 나가지 못했고, 밖에서 들어오려던 노동자들 역시 매장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이랜드 노동자 A씨는 "교대해야 하는 데, 나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6시에는 음식물 반입과정에서 노동자들과 경찰간의 몸싸움이 벌어졌고 욕설이 오고가기도 했다.


오후 6시 30분에는 경찰이 자진출두 요구서를 가지고 오기도 했다. 경찰은 수배당한 노조 집행부 6명에 대해 자진 출두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이남신 수석부위원장은 노조 대표로 나와 "지금은 나갈 수 없다"며 자진출두를 거부했다.

이어 오후 7시부터 매장 안에서 문화제가 이어졌다. 지하 주차장을 통해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50여명이 들어왔고, 이어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 민주노동당 직원들도 출입구를 통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매장 밖] 진입 시도한 인권단체, 경찰과 몸싸움

a 홈에버 월드컵몰 입구에 경찰이 살수차와 버스로 매장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홈에버 월드컵몰 입구에 경찰이 살수차와 버스로 매장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같은 시각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인권단체연석회의 소속 활동가 100여명이 '홈에버 월드컵몰점, 뉴코아 강남점 점거농성 침탈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찰은 침탈시도 취소하고 당장 물러나라", "민중의 지팡이는 진압 말고 비 오는데 철수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위기를 북돋웠다.

유해정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침탈 시도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은 국가폭력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뉴코아-이랜드 매장 점거 농성에 대한 침탈 시도를 사과하고 당장 철수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저녁 8시, 홈에버 매장 진입을 시도했다. 이를 가로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홈에버 점거 정당하다, 경찰은 물러가라"고 외치며 20여분 대치했다. 이들은 결국 매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매장 밖에 무대를 설치하고 집회를 이어나갔다.

'이랜드 사태', 앞으로는?

이날 이랜드 노사간의 교섭은 열리지 못했다. 지난 10일 3시간여 동안 노사간의 교섭을 벌였으나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결렬됐다.

현재 노사 모두 "교섭은 언제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측은 "농성을 풀어야 교섭이 가능하다"는 의견인 반면, 노조는 "전제 조건 없는 교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경욱 이랜드 노조 위원장은 "'내일 2시에 교섭을 하자'는 공문을 이랜드에 보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전제 조건이 없다'는 말은 '먼저 농성을 풀라'고 주장하지 않는 성의를 보이는 것이다"며 "농성을 푸는 것은 우리에게 죽음과도 같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한 "우선 대화를 나누자는 것이다"며 "(우리의 요구조건인) 원직 복귀, 고소고발·징계 취소, 계약해지 중단 등은 대화를 통해 (의견차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랜드 쪽은 "계속 협상을 하겠다"면서도 "농성을 해제 하지 않는 한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이랜드그룹 홍보실 팀장은 "노조는 현재 해고자 복직, 계약해지 반대 등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한 "교섭은 서로의 갭을 줄여나가는 건데, 불법 점거 농성을 하며 협박을 하고 있다"며 "이것은 인질극"이라고 주장했다.

현재로서는 노사 간의 교섭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노사간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이랜드 사태'가 이른 시일 내에 끝나리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노사 중재에 실패한 정부가 "노사 양측의 대화를 촉구한다"면서도 "불법 행동에 대해서는 엄중 대처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랜드 노조는 12일에도 대화와 타격 투쟁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측과 정부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랜드 #비정규직 #홈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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