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매출 올리고도 사상 최대 해고"

[인터뷰]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구속될 각오했다"

등록 2007.07.02 22:06수정 2007.07.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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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일 300여명의 이랜드 일반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 1층과 2층 36개의 계산대를 점거하고 있다.

2일 300여명의 이랜드 일반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 1층과 2층 36개의 계산대를 점거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점거 3일째. 2일 찾은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에는 '영업이 중단됐다'는 공고가 굵은 비에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300여명의 이랜드 일반 노동조합 노동자들은 1층과 2층 36개의 계산대를 점거한 채 "열심히 일했는데 계약해지 웬 말이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 쇼핑 카트는 바리케이드로 이용되고 있었다.

몇몇 카메라 기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이후 이른바 '그림이 되는 현장'으로는 이곳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직접 해결 하겠다"고도 했다. 어느새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 돼버린 홈에버 상암월드컴몰점 점거의 중심에는 김경욱(38)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이 있다.

그의 첫 인상은 선하다는 표현이 알맞을 터. 하지만 선한 인상과 다르게 그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2003년에는 회사 쪽의 요청으로 단체협약 부속합의서에 '김경욱은 노조위원장이 될 수 없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적도 있다. 그가 중동점 매니저로 있었을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직원을 내보내라"는 프랑스인 점장의 지시를 거부한 게 그 원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회사의 우려대로 그해 11월 노조위원장이 됐다. 홈에버에서는 매해 파업이 있었다. 주5일제 근무, 용역전환반대 등의 이유였다. 올해 파업은 여느 해와 달랐다. 매장 점거는 올해가 처음. "구속될 각오로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 그와의 인터뷰는 매장 앞 이뤄졌다.

"점거하는 데 이탈자는 거의 없어"

a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 ⓒ 오마이뉴스 선대식


- 3일째 점거다. 현재 어떤 상황인가?
"첫날엔 조합원 1200여명 중 수도권을 중심으로 600명 정도가 점거에 참여했다. 그때는 1박 2일 점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1일 긴급 조합원 토론에서 무기한 점거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현재는 주간, 야간으로 나눠서 300명씩 참여하고 있다. 1, 2층 계산대를 모두 점거했다. 전혀 영업을 못하고 있다."


- 돈이 많이 들것 같다. 밥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각종 소송비에 벌금, 해고자 생계비까지 돈이 많이 들어간다. 밥은 처음에 도시락을 시켜 먹었다. 시간이 가면서 3000원 짜리에서 2000원, 1500원 그리고 지금은 김밥 한 줄로 때우고 있다. 그래서 많은 조합원들은 직접 도시락을 싸온다."

- 점거는 어려운 결정이었을 텐데.
"지난 6월말 조합원들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다. 솔직히 겁도 났다. 어머님(조합원)들도, 지도부도 점거는 난생 처음이었다. 조합원들에게 빠질 사람은 빠지라고 했다. 하지만 이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리는 이미 구속을 각오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가족들에게 힘을 얻고 있다. 처음엔 가족들이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열심히 하라는 분위기다. 여론 때문인 듯 하다. 아마도 언론보도를 통해서 비정규직의 현실을 안 것 같다. 고객들도 열에 여덟, 아홉은 힘내라고 한다."

- 점거 과정에서 마찰은 없었나?
"6월 30일 점거 과정에서 마찰이 있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조합원들이 못 들어가게 입구를 봉쇄한 상태였다. 그래서 직원 전용 출입구를 통해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회사 관계자들은 소화기를 뿌렸고, 소화기에 뒤범벅 된 상태에서 몸싸움을 해 조합원 중 몇은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아수라장이었다."

- 회사는 어떤 입장인가?
"조합원들에게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또한 사내 방송을 통해 '불법적 영업방해'임을 계속해서 전하고 있다. 공고를 붙여 '엄정대처 하겠다'고도 했다."

"3일엔 민주노총에서 이랜드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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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선대식


- 홈에버에서는 현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6월말까지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명이 해고됐다. 또한 오늘(7월 2일) 정규직 인사발령이 났다. 수원에서 대구로, 천안에서 부산으로 인상발령을 내고 있다. 집값대출도 없다. 이사비용 정도 지원해준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가라'는 뜻이다.

이것은 인사폭력이다. 사전 협의도 없이 본사에서 지침을 내렸다. 이런 경우 처음이다. 결국 칼끝은 정규직한테 겨눠져 있는 것이다. 사실 홈에버 정규직은 10년차가 되도 연봉이 2000만원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정규직들이 이곳에 찾아오고 있다."

- 직무급제는 어떻게 되고 있는가?
"직무급제는 고용조건은 비정규직과 비슷하고 무기계약을 통해 고용보장만 해주겠다는 것이다. 1일부터 시행됐는데 (직무급제에 뽑힌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를 쓰고 있을 것이다. 대전 문화점의 경우 노조원은 직무급제에 100% 탈락했다. 수도권 매장에서는 '노조에서 탈퇴하면 받아주겠다'고 회유하고 있다.

사실 이미 직무급제는 무너졌다. 단체협약에 따르면 18개월이 경과한 비정규직(계약직) 노동자를 계약해지란 이름으로 해고 할 수 없다. 해고된 한 조합원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우리는 처음에 3, 6, 12개월로 계약을 하는데 세 번째 12개월로 계약한 사람은 이미 18개월이 넘기 때문에 해고 할 수 없다."

- 계약해지와 관련 이랜드 그룹은 경영상황이 안 좋다는 이유를 대는데?
"5월에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뿌린 게 홈에버다. 회사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사상 최대 매출에 사상 최대 해고다. 그래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A4용지 한 장 복사도 어렵다. 회사는 '회사가 잘되면 노동자에게도 좋다'고 말하면서 사상 최초로 (올해) 임금이 동결했다." (실제 많은 경제지에서 홈에버가 5월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무기한 점거를 할 생각인데, 상황에 따라 변동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3일 민주노총에서는 이랜드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할 예정이다. 홈에버가 비정규 법 관련해 싸우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석행 위원장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불매운동부터 시작할 것이다. 앞으로 여러 차례 전국의 매장을 점거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총연맹에서 한 기업에 대해서 이런 힘을 쏟아 붇는 것은 초유의 일이다."

"임금 상승은 자본에도 좋은 일"

1시간 여 그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그와 대화하기를 바랐다.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들과 앞으로가 걱정인 조합원이었다. 그에겐 몇 통의 전화가 오기도 했다. "대출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인터뷰의 마지막, 그는 비정규직 법의 핵심이 무엇인지 잘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핵심은 차별시정을 통한 고용불안 해소다. 노동부의 비정규직 법 해설지침에 따르면 비정규직 법은 취지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올리게 되면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정규직의 임금이 올라가면 회사에서는 굳이 비정규직을 뽑느니 충성도가 높은 정규직을 뽑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다.

현재 유통노동자들은 입사 1년이 지나면 80%는 나간다. 일이 고되고 월급도 정말 낮기 때문이다. 노동의 유연성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도 확산되었다. 자본도 부담스럽다. 뽑아서 3개월이 지나면 반 이상이 나간다. 임금상승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자본에게도 좋은 일이다."


a 2일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에서 이랜드 일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쇼핑 카트를 이용해 매장을 봉쇄하고 있다.

2일 홈에버 상암월드컵몰점에서 이랜드 일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쇼핑 카트를 이용해 매장을 봉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비정규직 #홈에버 #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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