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유니세프(UNICEF)는 학교와 어린 학생들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는 7월 9일에 쿠나르 지방 초등학교에 두 발의 로켓포가 떨어져 한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으며, 같은 날 고르 지역의 한 학교가 방화로 불탔다고 밝혔다.
10일에는 직접적으로 어린이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아프간 남부 우르즈간 지역의 북적대는 시장에서 다국적군 순찰대를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7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는데 이중 12명이 어린이였다.
지난 6월 12일에는 로가 지역의 한 여학교 앞에서 오토바이를 탄 탈레반 반군들이 총을 난사해 2명의 여학생이 사망하고 교사를 포함 4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했다. 다음날인 13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캐서린 음벤그 아프간 유니세프 대표는 “학생들과 교사에 대한 잔인하고 비겁한 공격이다. 이는 어린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공격하고 아프간 사회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어린 학생들에 대한 반군의 무자비한 공격을 비난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이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13세 소녀 슈크리아는 팔과 등에 총을 맞아 쓰러진 후 범인들이 다시 배와 가슴에 총을 난사해 잔인하게 살해됐다. 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해 문을 닫았다가 지난 주 다시 수업을 재개했다.
아프간 교육부와 유니세프는 학교와 어린 학생들에 대한 탈레반의 공격을 전략적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들은 탈레반 세력이 학교와 어린 학생들에 대한 공격을 학부형들을 위협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고 보고 이로 인해 어린이들이 어렵게 찾은 교육기회를 다시 잃게 될까 우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 교육부의 통계를 이용해 지난 1년간 학교에 대한 산발적이고 예상치 못한 공격이 444건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경우는 텐트로 된 학교를 불태우거나 대낮에 겁 없이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부형들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두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한 한 학부형은 “글을 읽지 못하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있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탈레반 반군의 여학생들에 대한 공격은 더욱 의도적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아프간 전통 관습 하에서 여성의 교육은 지지를 받지 못해왔다. 특히 탈레반 정권 하에서 여성들은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탈레반 정권 몰락 후 여성들은 다시 교육받을 기회를 얻었고 이제 대도시에는 온 몸을 덮었던 부르카를 벗어던진 여성들도 많아졌다.
현재 아프간 전체 취학 연령 어린이 중 반 정도가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이중 남자가 66%, 여자가 44%를 차지하고 있다. 탈레반은 여자 어린이들을 겨냥함으로서 여성 교육은 이슬람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와 어린 학생들에 대한 공격을 통해 탈레반은 또한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아프간 국민들에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주고 있다. 하니프 아트마르 아프간 교육부 장관은 “학교 공격을 통해 반군은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길 원한다. 또한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정부에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몇 달 사이에 탈레반이 세력을 넓히고 있는 아프간 남부에서는 다국적군과 탈레반 사이의 무력 대치가 빈번해졌고 이 와중에 민간인들의 희생도 많아져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30년여년 간의 전쟁으로 아프간의 교육은 거의 기반을 잃고 말았다. 탈레반 정권 몰락 후 상황이 조금씩 개선됐지만 학습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아프간 교육부에 의하면 학교의 절반은 건물이 없어서 학생들은 텐트나 나무 아래서, 또는 따가운 햇빛을 온 몸으로 받으면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또한 최소한의 자격을 갖춘 교사의 비율은 20%에 그치고 있다. 학습교재와 학용품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현재 취학 연령 아동의 반 정도가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은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프간 교육의 획기적인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학교와 어린 학생들에 대한 탈레반의 의도적 공격이 심해지면서 아프간 어린이들과 학부형들은 교육의 기회와 생존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 하는 형국에 처하게 되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