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2007 대선과 호흡해야하는 이유

보수화 … 활발한 정치참여

등록 2007.07.12 08:30수정 2007.07.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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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차기 대통령 후보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1050명(54.5%)으로 1위에,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304명(15.8%)으로 2위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280명(14.5%)으로 3위에 올랐다. 또한 지지 후보 결정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으로는 1253명(65.1%)이 ‘업무 추진력’을 꼽았고, ‘도덕성’ 296명(15.4%), ‘과거의 업적’ 216명(11.2%), ‘소속정당’ 50명(2.6%) 등이 뒤따랐다. [2007년 4월 6일자 국민일보 기사]

신자유주의… 대학생의 보수화

이 기사를 한마디로 압축하면 ‘대학생의 보수화’이다. 2007 대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학생의 보수화현상은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학생 류재호(기계공학과·04)는 한나라당 지지자이며 특히 차기대선후보 중 이명박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이 집권하면 경제가 현재보다 나아질 것 같다"며 그 근거로 이명박의 '추진력'을 들었다.

류재호 학생은 "이명박은 옳든 그르든 가시적인 효과를 내니 믿음이 간다"며 "다른 후보들은 분배의 형평성을 주장해도 그 실현 가능성에 심한 회의만 들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그는 이명박 시장이 분배 문제를 맡게 되면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 이명박의 정책성향을 잊게 할 만큼 그의 추진력 있는 이미지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사람들은 이명박이 강한 추진력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그를 지지한다. 이명박은 미니홈피 대문 글 '경제! 확실히 살리겠습니다.'로 화답한다.

a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열람실. 방학에도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중앙광장 열람실. 방학에도 많은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 김한내


이와 같은 대학생 보수화의 구조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근본주의적 이데올로기로 정부의 규제는 불필요하며, 시장논리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관철되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전 사회에 퍼진 무자비한 시장논리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을 갖추는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은 영어학원으로, 컴퓨터 학원으로, 도서관으로 내몰린다. 방학에도 학교도서관은 학생들로 가득하다.


대학생들은 일부러 '짬'을 내지 않는 이상 신문에 하루 30분조차 투자하기 어렵다.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세상이 참 평온하게 굴러가는 것 같다. 다만 취업이 걱정될 뿐. 대학생들은 끊임없는 경쟁사회 속 불안전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오직 개인적인 경쟁력 향상에만 집중하고, 사회와의 호흡을 놓쳐버린다.

아무리 먹고 사는 게 힘들지라도...


그래도 끊임없이 사회와 호흡해나가려 노력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신자유주의시대' 대학 내에도 활동적인 정당조직은 존재한다.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소속 고려대학교 학생 홍동수(경제학과·04)는 2007년 대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이번 대선을 한미 FTA 찬성세력과 반대세력의 한판 대결로 파악"한다며 "한미 FTA 반대라는 전제조건 하에서는 다른 당과의 연합에도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와 미국의 향후 관계가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동수 학생은 "민노학위는 그동안 대선예비후보들 강연회 개최, 새내기 새로 배움터(새터)에서의 노회찬 강연, 심상정과 함께하는 국회투어와 이야기나누기 등 대선관련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며 "2학기가 되어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의 보수화와 관련해 "전에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단일화된 이슈로 관심이 컸던 반면 요즈음은 사회적 이슈의 다양화와 취업문제 때문인 것 같다"며 "먹고 살기 힘들다고 세상 돌아가는 일을 간과하면 결국엔 더 힘들어질 것"이라 말했다.

a 소영호 학생

소영호 학생 ⓒ 김한내


민노학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고려대학교 정치경제학연구회 회원 소영호(한국사학과·03)학생은 민노학위의 활동에 대해 "점진적인 진보, 개량·축적으로서의 혁명을 여전히 답습하려 한다"며 "학자금 무이자대출 등 전체적 신자유주의 구도로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적인 접근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홍동수 학생은 "자본주의 대항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되겠지만 원칙을 지키며 대중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로 싸워 나가야한다"고 반박했다.

두 학생 사이의 입장차이는 존재하지만 현 사회에 '안주'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홍동수 학생이 대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던 것은 대선이 우리들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007 대선은 한미 FTA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굵직굵직한 사회적 의제들에 대한 논의가 폭발적으로 양산될 수 있는 계기이다. 후보마다 각 사안에 대한 시각과 해법이 다르고,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바뀐다. 좀 더 많은 대학생들이 정규직이 될 수도 비정규직이 될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아무리 먹고 살기 바쁠지라도 사회에 관심을 갖고, 2007 대선과도 끊임없이 호흡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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