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운 그 이유

등록 2007.07.12 15:15수정 2007.07.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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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일기 시작한 노무현 정부 실패논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 아니 더욱 격화되고 있다. 애초 진보논쟁으로 촉발된 노무현정부 실패론이 학자들 중심으로 정치학술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지금의 실패론은 정치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범여권 대통합이란 정치판 짜기 차원에서 정치적 유불리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실패론이다. 여기에 친노진영이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만들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섬으로써 학술적 논쟁은 사라지고 정치적 선전과 선동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진지한 접근태도가 사라져 버렸다. 성공을 말해야 살아남는다고 믿는 친노진영과 실패라고 규정해야 새로운 정치시장이 열린다는 반노,비노진영의 기형적인 정치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이른바 퇴행적인 노무현 프레임을 한 치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내 자신도 그간 방송토론을 포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무현정부 실패론에 대해 성급한 판단이라는 입장을 견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반대의 성공론을 말했던 것은 아니다. 한 정권의 성패는 단지 훗날 역사가들의 판단영역일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정치적 판단을 돕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이른 판단과 평가가 남은 임기동안의 몇 가지 가능성을 매장해버릴 위험성 때문에 유보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간의 유보적 입장을 정리해도 좋을 듯싶다. 무엇보다도 친노진영이 ‘참여정부평가포럼’을 만들어 전국적인 홍보와 자기방어기제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과거 일방적 매도와 비난에 비한다면 지금은 적어도 최소한의 균형이 확보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 스스로 친노 정치세력화를 부정하지 않고 있기에 좀 더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평가는 건전한 시민사회나 언론의 역할이기도 하다.

평가의 잣대는 언제나 논쟁거리다.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성공이냐 실패냐를 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잣대는 부분적인 기준이 아니라 종합성과 총체성이란 덕목을 갖출 필요가 있다. 어느 누가 보더라도 보편타당하다고 수용할만한 잣대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노무현정부에 대한 평가 잣대로 ‘민생’을 들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서민경제의 약자인 ‘민생’은 노무현 정부 스스로 서민의 정부를 주창하고 정권을 위임받았기 때문에 종합적이고 실질적이며 상징성까지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노무현정부와 참평포럼은 관용어처럼 이렇게 말한다. ‘지표’로 말하자고.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의 거품경제를 이어 받아 종합주가지수나 GDP 성장률 등 각종 성장지수와 공공지출확대 등 각종 복지지수를 획기적으로 증대시켜온 것을 들어 성공적인 정부를 꾸려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지표들은 한쪽의 진실만 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 시대에는 노무현정부보다 성장지수가 매우 좋았다. 그러나 그 좋은 성장지수에도 불구하고 복지의 사각지대는 오늘 날 선진국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후진국 수준의 복지체계를 만들어 낸 주범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각종 지표나 지수의 가지 수를 가지고 말하자는 것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독재정부의 주특기일지언정 권위주의청산을 자랑하는 민주정부 노무현정부가 내세울 근거는 아니다.

오늘의 노무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친노진영은 지표와 지수를 자랑하는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들에 대해 이렇게 일갈한 바 있다. ‘평균 10센티미터의 물에 사람이 빠져 익사할 수 도 있다’고. 평균적 수치를 나타내는 데 불과한 각종 지표와 지수만 가지고 성패를 논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며 이 같은 사실은 오늘도 유효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편 노무현정부와 친노 진영이 말하는 지표 성공론도 믿을 만한 것인가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휘황찬란한 각종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가 등장한 2003년도에는 0.341이던 지니계수가 2004년의 0.344를 지나 2005년도에는 0.348로 늘어나고 있다.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높아지는 지니계수 해석법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도는 노무현 정부 내내 계속 높아져 온 것이다. 더구나 이 지니계수라는 게 정부가 설문조사를 통해 만든 지수라는 점에서 얼마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느냐 하는 또 다른 기법차원의 문제도 있다. 즉 계수의 신뢰도 문제도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친노진영은 이를 여러 경제지수의 하나 정도로 치부하고 더 많은 지수가 좋아졌다고 항변하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자면 이 지니계수 하나만 가지고도 ‘민생파탄’을 운운하는 한나라당과 거대보수언론의 선전선동을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으로는 지금의 반노무현 정서를 기반으로 하는 이명박,박근혜 지지도의 실체라고 보는 것이 제대로 된 해석법이다.

또 다른 지수를 보자. 기업소득과 개인소득, 그리고 GDP 성장률을 비교분석 해보면 관점이 좀 더 명확해진다.

개인소득과 법인소득 변동추이(단위:%)

 

 

80년대

90~96년

00~05년

기업소득

6.8

6.5

10.4

개인소득

10.6

7.0

2.3

GDP 성장율

8.7

7.9

5.2

 


한국은행통계인 위 표에 따르면 80년대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는 기업소득과 개인소득이 GDP성장률에 비례해 꾸준히 올랐으나 2000년부터 2005년까지의 소득을 보면 GDP성장율 대비 기업소득은 급격하게 오른 반면 개인소득은 2.3%로 현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97년도에 65조원이던 국가부채가 2002년에 133조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고 노무현정부의 정권 인수 4년째인 2006년도에는 283조원으로 늘어났다. 즉 노무현정부 내에서만 국가부채가 두배로 뛴 것이다. 물론 이 국가부채는 필요한 복지부문 확충을 위해 사용되었겠지만 그것이 철밥통인 공무원 확충 등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구했다 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즉 정부개혁을 통한 국가재정 건전화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여부는 별도의 논쟁거리일 수 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좀 단순화시켜 말하면 노무현 정부 4년 동안 국가와 국민은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기업은 부채비율이나 BIS비율(은행 대출금액에 대한 자기자본비율. 현재는 8%)을 낮춤으로써 재무구조가 탄탄해지고 소득도 높아졌다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노무현정부 4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과 재무구조를 가진 개인(가계)과 국가의 돈이 빚더미 위에 올라 있었던 기업 쪽으로 흘러 들어가 역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기업만 살고 국가와 개인은 빚더미에 올랐다는 말이다.

이것은 노무현정부 실패론을 말하는 진보진영 학자들의 주장, 즉 노무현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국가부채와 개인소득은 훨씬 악화된 시장만능주의 국가로 만들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표들이다.

결론은 복잡한 게 아니다. 경제성장이 잘되고, 종합주가지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가고, 세계교역 10대국가에 접어든 것 따위가 중요하다면 그것은 그들 지표가 민생과 결부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러나 찬란한 경제지표가 서민들의 삶과 아무 관계없이 따로국밥처럼 노는 현실, 4살 박이 어린애 키울 돈이 없어 집에 가두고 가출함으로써 자신의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정한 엄마가 출현하는 세태, 생계관련 자살자가 속출하고 있는 현실, 이런 현실에서 노무현정부 성공론을 말하는 이들이 제정신인지는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다.

국민은 평균 10센티미터인 웅덩이에 빠져 죽을 수도 있다. 그 웅덩이 어느 곳 엔가에 2미터가 넘는 허방이 있기 때문이고 사람(민생)이 그 허방에 빠져 죽기 때문이다. 정부재정지출에서 경제성장분야에 대한 지출보다 복지지출이 더 많아진 것이 노무현정부 들어서라고 한다. 옳다. 그러나 그런 노무현 정부에서 민생문제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은 친노진영이 서민경제에 대한 무감각과 무신경을 반성해야 할 일이지 복지지출 확대했으니 잘했다고 방방곡곡 떠들고 돌아다닐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 같은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켜온 핵심적인 정책이 바로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다. 지금의 부동산가격 오름세가 주춤해졌다고 해서, 그 광란의 부동산시장을 방치하는 것이 마치 정상인양 전제하며 이를 잡았다고 ‘부동산도 꿀릴 게 없다’는 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정신상태를 보면 저들이 지난 4년 동안 수도권 평균 집값 3배, 적어도 두 배 이상 올려놓은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한 쪽에서는 자신들이 좌파소리 들어가면서까지 구축하려한 복지정책을 만들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부동산정책실패로 복지후퇴를 가져온, 말하자면 한쪽에서는 침몰을 막기 위해 배밑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내면서도 또 다른 편에서는 또 다른 배 밑구멍을 파고 있는 어리석은 선장의 역할을 노무현정부가 한 것이다.

나는 원론적으로 차기정부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계승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지금의 범여권 대통합에 친노진영까지 포함해 배제 없는 대통합이 승리의 핵심은 아니더라도 그 기반이 된다는 점은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지난 2.14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합의한 대통합이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친노진영의 자숙과 반성적 성찰이 필요하다. 자신들을 향한 손가락질의 본질이 정적들의 마타도어뿐 아니라 그 마타도어가 생명력을 가지고 정치판에서 활보하고 있는 현상의 이면에는 바로 노무현정부의 실패적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인기 없는 현직 대통령과 차별화함으로써 자신의 대선가도를 열어보려는 기회주의적 행태도 문제지만 그런 기회주의가 활개 칠 수 있는 원인과 토양을 제공한 노 대통령과 친노진영도 자숙해야 한다고 보는 게 지금의 국민여론이다. 그 여론이 아무리 반대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 여론이 상당기간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면 반대언론의 마타도어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 즉 친노진영의 문제는 없는가를 성찰하는 것이 개혁세력을 자임하는 자들의 자세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과 친노진영은 전근대적인 언론문제와 전근대적인 정치관련법애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의 이벤트를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가리고 있다. 잘한 일이 훨씬 더 많다며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고 있다.

내세울 것이 적지 않은 노무현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미처 다 소개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는 친노진영의 반국민정서적 행태를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억울하긴 하다. 그러나 미래를 위해 하루빨리 정리해야 할 노무현 프레임을 하루라도 더 연장시키고자 하는 친노 진영의 ‘밑천없음’은 그들이 제도정치권의 유일한 개혁세력이기를 기대하던 숱한 유권자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라고 본다.
#노무현정부 #참여정부실패론 #참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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