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 진혼제에서 김금화 만신이 진혼굿을 하고 있다.장지혜
"목말라, 목말라. 문열어줘, 문열어줘"를 연신 외쳐 데는 김금화 만신.
죽은 자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굿으로 유명한 김금화 만신이 이번에는 사도세자의 넋두리를 하기 위해 이곳 수원화성 신풍루 앞에 섰다.
12일 저녁 7시, 조선시대 비운의 왕세자 사도세자가 창경궁 영춘헌에서 억울한 누명으로 뒤주에 갇힌 채 죽어간 지 245주년 되는 날이기도 했다.
사도세자의 옷을 걸친 채, 1m나 되는 뒤주에 갇힌 양 답답하다며 연신 슬픔을 호소하고 울부짖는 김금화 만신은 어느새 뒤주에 갇힌 28세 젊은 나이의 사도세자가 돼 있었다.
사실, 굿판 구경은 처음이었다. 사도세자의 첫 진혼굿이라 관심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굿 하나로 무형문화재가 된 그녀, 김금화가 궁금했다.
'주당을 물리고 구청을 맑게 정화한다'는 신청울림으로 시작한 사도세자 진혼제는 상산부군맞이, 초부정림, 제석굿, 성주굿을 거쳐 김금화 만신의 진혼굿과 작두거리로 이어졌다. 진혼굿에서 삼베를 찢어나가며 선보이는 화려한 춤사위에 77세란 그의 나이가 믿기지 않았다. 이어 식의 하이라이트인 작두거리. 3m 높이의 작두로 맨발이 된 그녀가 올라갔다.
진옥섭은 <노름마치>란 자신의 책에서 김금화를 '작두 타는 비단 꽃 그 여자'로 묘사하고 있다.
좁은 길을 걸으라. 구원을 얻으리라. 성경 말씀이다. 좁은길이라. 그럼 세상에서 가장 좁은 길은? 아마 작두날 위일 것이다. 한치의 면적도 없지만 그 위에서 걷고 춤추는 여자가 있으니 길이다. 너비 또한 시퍼런 극한으로 줄였으니 분명 세상에서 제일 좁은 길이다. - 노름마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