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이라면 어떤 대통령을 선택할까?

[서평] <소설 목민심서>의 힘은 '정약용의 삶' 그 자체

등록 2007.07.13 19:02수정 2007.07.1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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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여름, 다산 정약용의 삶을 다룬 <소설 목민심서>(전5권)를 한 숨에 읽어 나갔다. 책은 다산의 목소리를 통해 '목민(牧民, 백성을 다스려 기름)'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들려줬다. 그해 겨울,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10년이 흐른 2007년, 출간 15년 만인 지난 4월말 개정5판으로 새롭게 나온 <소설 목민심서>(전3권)에서 다산의 목소리를 다시 들었다. 올해 겨울, 공교롭게 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한결같았던 다산 정약용

지난 4월말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인 <소설 목민심서>(랜덤하우스코리아)
지난 4월말 개정판으로 다시 선보인 <소설 목민심서>(랜덤하우스코리아)최육상
다산이라면 과연 어떤 대통령을 선택할까.

<소설 목민심서>를 넘기는 내내 다산의 삶을 들여다보며 대통령감을 점치는 재미는 쏠쏠했다. 작가가 풀어놓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다산은 '청렴결백한 정치가'이자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한결같은 대학자'로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다산 정약용. 1762년 경기도 양주군에서 태어나 1836년 74세로 태어난 곳에서 삶을 마감하기까지 다산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다산이 활동하던 조선 후기의 학문은 실생활과 거리가 있어 공허한 말에 머무르는 경향이 짙었다. 이에 대해 실천하는 학문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성호 이익, 초정 박제가, 연암 박지원, 혜강 최한기 등 많은 '실학파' 학자들이 등장했다. 그 중에서도 다산은 유난히 돋보인다. 다산이 남긴 책들과 학문의 깊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탁월한 학문을 갖춘 다산은 정조대왕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실력과 재능도, 왕의 보살핌도 정적들의 중상모략에는 소용이 없었다. 다산은 끊임없는 모략에 의해 이곳저곳 유배를 당해야 했다.

그러면서 정약용은 전라남도 강진의 유배 생활 18년 중 말기의 11년을 '다산(茶山)'이 있는 마을에서 생활했는데, 누가 알았으랴. 그곳에서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숱한 역작이 탄생하게 될 줄을.


<목민심서>, "청렴하지 않고서 목자가 될 수는 절대로 없다"

다산은 예부터 차나무가 스스로 나서 자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 산에 오르면 정약용의 학문이 완성된 곳인 다산초당이 자리를 잡고 있다. 다산초당은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으로도 유명하다.

추사는 강진에서 우연히 다산을 만나게 된다. 추사는 대학자를 만난 기쁨에 다산이 심혈을 기울여 다듬은 <목민심서>를 얻어 살펴보며 감동한다. 그 감동의 떨림을 고스란히 옮겨 적은 것이 다산초당 현판이다. 추사가 감동한 <목민심서>의 일부를 책에서 옮겨 적으면 이렇다.

"청렴하면 목자의 본무요, 갖가지 선행의 원칙이요, 모든 덕행의 근본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목자가 될 수는 절대로 없다. 청렴이야말로 다시없는 큰 장사인 것이다. 그러므로 큰 욕심쟁이일수록 반드시 청렴한 것이니, 사람이 청렴하지 못한 까닭은 그의 지혜가 짧기 때문이다.
(중략)
청렴하면 은혜롭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가슴 아프게 여기나 무거운 짐일랑 자기가 지고 남에게는 수월하게 해주면 좋을 것이요, 청탁하는 일을 않는다면 청렴하달 수 있을 것이다. 청백한 명성이 사방에 퍼지고 선정하는 풍문이 날로 드러난다면 인생의 지극한 영광이 될 것이다."


<소설 목민심서>는 이처럼 '목민'이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말해 준다. 개정판은 다산과 관련 없는 내용들은 과감하게 쳐 내고, 다산의 심리묘사까지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며 다산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

전라남도 신안의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형, 손암 정약전과의 관계를 조명한 부분이 특히 그렇다. 다산은 작품을 쓸 때마다 일일이 손암에게 보내 조언을 들으면서 가다듬었다. <자산어보>를 남긴 손암 역시도 다산의 학문을 평가하고 남을 만큼 해박한 식견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시기, 가까운 거리에서 외롭게 유배 생활을 해야 했던 형제는 편지와 작품을 주고받으며 끈끈한 형제애를 발휘했다. 두 사람의 학문적 성취는 서로의 자극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손암은 다산이 심혈을 기울여 쓴 <주역심전>에 아래와 같은 서문을 남기기도 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이 책을 읽은 자는 손암이요, 이 책을 지은 자는 약용이다. 가령 약용이 편안히 부귀를 누리며 존귀한 자리에 올라 영화롭게 살았더라면 이 책은 이루어지지 못하였을 것이다."

천하를 보는 다산의 기준, 옳고 그름, 이롭고 해로움

억울하게 유배를 당했던 다산의 해배를 위하여 노력하던 아들 학연을 꾸짖는 대목에서는 다산이 천하를 바라보는 기준을 잘 보여준다.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는데 옳고 그름의 기준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이 두 가지 큰 기준에서 네 단계의 큰 등급이 나온다.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단계이고, 둘째는 옳음을 고수하고도 고 해를 입는 경우이다. 세 번째는 그름을 추종하고도 이익을 얻음이요, 마지막 가장 낮은 단계는 그름을 추종하고 해를 보는 경우이다.

너는 나더러 강준흠과 이기경에게 꼬리치며 동정을 받도록 애걸해보라 하였는데 이것은 앞서 말한 세 번째 등급을 택하는 일이다. 그러나 마침내는 네 번째 등급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 명약관화한데 무엇 때문에 내가 그러한 짓을 하여야겠느냐."


저자 황인경은 개정판에 대해 "빈부격차, 사상과 이념, 지역감정과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부정과 부패 등 현시대에 산재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목민심서>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정약용의 가르침이 가장 필요한 시대"라고 역설했다.

저자의 말마따나, 개정판은 다산의 파란만장한 삶의 역정과, 천하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치를 진단하는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었기에 5권에서 3권으로 줄었음에도 10년 전보다 읽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500만부 판매 기록을 세운 <소설 목민심서>

<소설 목민심서>는 진정으로 백성을 사랑했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며 수많은 실용적·학술적 업적들을 남긴 다산을 현시대에 다시 불러낸다.

18년간의 유배 생활 동안 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남긴 다산 정약용. 무릇 관리란 백성만을 위하여 살아야 할 존재라 생각하고 그 바른길을 언급한 다산의 <목민심서>는 현대의 위정자들과 국민 모두에게 가슴 찡하고도 진정한 교훈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위대한 <목민심서>를 남긴 다산의 정신과 파란만장한 생애를 담고 있는 <소설 목민심서> 역시도 지난 15년간 500만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이자 민족의 큰 스승이라는 다산의 면모 외에도, 인생을 한발 앞서간 선배로서 후대에게 가르치는 삶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설 목민심서> 작가 황인경은?

▲ 황인경 작가
작가 황인경은 <입춘 길목에서>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았으며, 이후 10여 년 동안 칩거하여 다산의 고구(考究)에 몰두하면서 대하역사소설 <소설 목민심서>를 집필했다.

시대를 앞서간 개혁가 정약용의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은 문학적 성취뿐만 아니라 철저한 취재와 조사로 조선 후기의 사회상을 완벽히 재현해내면서 1992년부터 현재까지 5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1989년 <집게벌레>로 방송작가협회 우수상을 받은 황인경은 1990년에는 <떠오르는 섬>, 1996년에는 <돈황의 불빛>을 출간했다.

차기작은 서기 680년대 실크로드의 왕이라 불린 고구려 출신의 당나라에서 활동한 고선지의 일대기를 다룬 <고선지>로 일어와 중국어, 영어로 동시 번역되어 전 세계 50개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 <소설 목민심서> 작가 소개 글에서

소설 목민심서 - 상

황인경 지음,
북스타(Bookstar), 2014


#소설 목민심서 #황인경 #다산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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