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정기상
모악산(전북 완주군)을 올라가는 도중이었다. 운동 부족을 절감하게 된다. 얼마 오르지도 않았는데, 숨이 차다. 헉헉거리는 몰골이 싫다. 언제 이렇게 추락하였을까? 분명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였는데, 이 모양이다.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친 숨을 돌리기 위하여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니, 눈에 들어오는 물방울이었다.
계곡에는 물이 시원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비가 내려 수량이 늘어났다. 물소리는 얼마나 청아한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지고 있는 물을 바라보면서 어제와 오늘을 생각한다. 언제나 오늘만을 살아왔다. 과거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가끔 내일을 생각하기는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를 잡고 있었던 것은 언제나 오늘이었다.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할 수 있는 힘을 총동원하였지만 언제나 역부족이었다.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 일로 인해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여유를 가질 수 없었다. 파란 하늘을 바라볼 틈을 가질 수 없었기에 늘 쫓기듯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