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제리 스프링거스 쇼>가 등장하다

선정성과 리얼리티의 잘못된 인식을 보여준 <조민기의 데미지>

등록 2007.07.15 12:22수정 2007.07.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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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가는 리얼리티와의 교배 중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모두가 리얼리티를 표방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에서 그러한 면이 더욱 강한데, 'comedy TV'에서 방영한 <조민기의 데미지>가 첫 방송된 후 실제와 허구의 논란이 되고 있다.


<조민기의 데미지>는 고민을 상담해 주는 컨설팅 토크 프로그램으로 의뢰인과 상대로 지목된 반론인이 스튜디오에 함께 출연해 진실을 다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즉, 프로그램의 나오는 인물들이 모두 실제 당사자이며, 상황 자체도 실제라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아래와 같이 기획 의도를 밝혔다.

'대한민국 20-30대 젊은이들의 뜨거운 사랑과 불륜 등 리얼 러브스토리 증언을 통해 실제 주인공들이 스튜디오에서 펼치는 지독한 사랑 싸움들 과연 리얼인가? 페이크인가? 누구나 궁금해하는 화제의 스캔들과 그 주인공,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실제 비화를 리얼하게 재구성한다.'

첫 방송의 주제는 바로 신종 아르바이트 '애인대행 서비스'의 이야기였다. 신종 아르바이트인 애인대행 서비스로 성매매를 한 여자와 성매수한 남자, 여자의 남자친구가 등장했다. 음란동영상의 유포로 여자가 의뢰인으로, 성매수한 남자가 반론인이었다. 방송의 핵심은 누가 음란동영상을 유포했는지였다.

그런데 여자는 남자친구 몰래 6년간 애인대행서비스를 해왔다. 그래서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성매매에 분노하며, 성매수한 남자와 욕설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방송은 아수라장이 됐다. 그래서 방송도 중단한 채 그들을 진정시켰고, 그 사이 여자 친구는 남자에 무릎을 끓고 비는 등 좀처럼 국내 방송에서 볼 수 없던 일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시청자들은 실제와 허구에 논란이 일어났다.

물론 방송 전에 실제상황에 입각했다고 하면서 의뢰인과 반론인 등은 모자이크와 음성변조를 통해 신분을 감췄다. 또한 자체 취재를 통해 음란동영상을 찍은 장본인이 남자 친구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제작진은 마지막 반전을 위해 이 사실을 방송 말미에 터트려 선정성 논란에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방송되기 전 앞서 진행자로 나선 조민기는 사회고발 성격의 프로그램으로 토론을 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방송은 선정성과 실제와 허구 사이에서 논란을 가중시키고 말았다.


사실 이러한 프로그램 등장은 이미 tvn <독고영재의 스캔들>에서 논란이 일었고 재현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한 차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이 방송은 실제와 허구를 떠나 과연 이러한 방송이 리얼리티인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또 이 프로그램은 자체적인 아이디어라기보다는 미국 <제리 스프링거스 쇼>를 차용했다고 해도 될 만큼 빼닮았다. <제리 스프링거스 쇼>에는 불륜을 저지르고, 유전자 감식을 하는 부부의 모습, 애인 등이 등장해 그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같은 욕설과 몸싸움이 일어난다. 또한 여과 없이 방송을 내보낸 미국의 인기 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다.


<조민기의 데미지> 프로그램은 미국의 <제리 스프링거스 쇼>와 비슷한 형태로 구성하고 있어 표절 시비도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프로그램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방송계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케이블 채널로서 살아남고자 선정과 자극성을 총 동원해 시청률을 올려보자는 계산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조민기의 데미지> 제작진은 진정한 리얼리티가 무엇인지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고 제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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